아파트 매매계약서에는 흔히 이런 문구가 들어갑니다.
“본 부동산은 현상태 그대로 매매한다.” “매수인은 현 상태를 확인하였으며, 매도인은 향후 하자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는 매우 흔한 특약입니다. 특히 구축 아파트나 오래된 주택에서는 거의 관행처럼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잔금과 인도까지 끝난 뒤 누수·곰팡이·결로·배관 문제 등이 발견되는 경우입니다.

1. 하자담보책임의 기본 구조
매도인은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에 대하여 민법 제580조 소정의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합니다. 여기서 ‘하자’란 매매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인 성질이나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 또는 당사자가 예정하거나 보증한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민법 제580조 제1항).
누수, 곰팡이, 결로, 배관 문제 등은 일반적으로 거래통념상 주거용 건물에 기대되는 성능을 결여한 것으로 평가되어 ‘하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자가 인정되면 매수인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청구 또는 계약 해제를 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
2. ‘현상태 매매’ 특약은 법적으로 유효한가
가. 원칙: 담보책임 면제 특약은 유효하다
민법은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면하는 특약을 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584조). 따라서 “현상태 그대로 매매한다”, “하자에 대해 매도인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나. 예외: 특약이 있어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경우
그러나 민법 제584조는 중요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 및 제3자에게 권리를 설정 또는 양도한 행위에 대하여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민법 제584조)
즉, 아무리 ‘현상태 매매’ 특약이 있더라도,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특약을 방패로 삼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3.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매도인이 알았는가”
결국 ‘현상태 매매’ 특약이 있는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매도인이 해당 하자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이부분은 매수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식여부에 대해서는 입증이 어려우므로 정황증거가 중요합니다.
- 매도인이 해당 건물에 장기간 거주하면서 누수·곰팡이를 직접 경험한 경우
- 매도 전 하자 보수 이력이 있는 경우 (보수 공사 영수증, 업체 연락 기록 등)
- 도배·장판 등으로 하자를 은폐한 정황이 있는 경우
- 임차인이 하자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한 기록이 있는 경우
이러한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여 민법 제584조에 따라 면책 특약의 효력을 배제하고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4. 매도인·매수인 각각의 실무 포인트
가. 매도인 입장
- ‘현상태 매매’ 특약만으로 모든 하자 책임이 면제된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 알고 있는 하자는 반드시 고지해야 합니다. 고지하지 않으면 특약이 있어도 민법 제584조에 따라 책임을 집니다.
- 특히 누수·곰팡이처럼 은폐하기 쉬운 하자를 도배·장판으로 덮고 매도한 경우, 불법행위(기망)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습니다.
나. 매수인 입장
- 계약 전 현장 방문 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하자는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알면서도 계약한 하자는 나중에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 하자 발견 시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수리 이력, 임차인 민원 기록, 은폐 정황 등)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은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이므로 (민법 제582조), 하자 발견 즉시 신속하게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현상태 매매’ 특약은 유효하지만 만능이 아닙니다. 매도인이 하자를 알면서 숨겼다면, 그 특약은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 있었는가”에 대한 증거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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