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의 개념과 법적 근거
가. 초상권의 개념과 법적 근거
초상권은 사람이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입니다(수원지방법원 2012. 9. 6. 선고 2011가단80889 판결 손해배상(기)).
초상권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침해될 수 있습니다:
- 본인의 동의 없이 초상의 촬영·작성이 이루어진 경우
- 본인의 동의를 얻어 초상이 공표되었지만 그 이용이 동의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
- 초상의 공표가 명예훼손적 표현과 결부되거나 상업적으로 악용된 경우
나. 퍼블리시티권의 개념과 인정 여부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right of commercial appropriation)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여부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 인정설: 연예, 스포츠 산업 및 광고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 등을 광고에 이용하게 됨으로써 그에 따른 분쟁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으므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권리 개념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입니다.
- 부정설: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법률, 조약 등 실정법이나 확립된 관습법 등의 근거 없이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물권과 유사한 독점·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견해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02. 4. 16. 선고 2000나42061 판결 표장사용금지등).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요건, 양도·상속성, 보호대상과 존속기간, 침해가 있는 경우의 구제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되어야만 비로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7. 24. 선고 2013가합32048 판결 손해배상청구).
2. 침해 판단 기준
가. 동의 없는 사용의 유형별 판단
초상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합니다:
- 동의 여부: 초상의 촬영이나 공표에 대한 본인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언론매체에 대하여 자신의 초상에 관한 방송을 동의한 때에도 당시 예정한 방법과 달리 방송된 경우에는 초상권이 침해된 것으로 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1. 29. 선고 2006가합36290 판결 초상권침해금지등).
- 동의의 범위: 동의를 얻었더라도 그 범위를 벗어난 사용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카탈로그용 사진의 촬영 및 광고에 관하여서만 승낙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승낙의 범위를 벗어나 월간잡지에까지 사진을 사용한 경우 초상권 침해로 인정됩니다.
- 이익형량: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집니다.
나. 상업적 이용 여부와 그 의미
상업적 이용 여부(영리목적 이용)는 초상권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 광고에 이용: 타인의 초상을 광고에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초상권 침해가 인정됩니다. 특히 유명인의 경우 그 초상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퍼블리시티권 침해도 함께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상품화: 타인의 초상을 상품에 이용하는 경우(예: 티셔츠, 머그컵 등에 인쇄) 역시 초상권 침해가 인정됩니다.
- 기타 상업적 이용: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의 초상을 이용하는 기타 행위들도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퍼블리시티권 침해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퍼블리시티권자의 승낙을 받아서 그의 성명·초상을 사용할 경우에 지급하여야 할 대가 상당액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1. 28. 선고 2007가합2393 판결 유사상표사용금지청구).
3. 주요 사례 정리
가. 일반인 사진 무단 사용 사례
일반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도 초상권 침해가 인정됩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1. 13. 선고 2021가단12814 판결에서는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고, 재산상 손해 100만 원과 정신적 손해 50만 원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2. 12. 선고 2013나64259 판결에서는 블로그에 원고의 성명과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한 사안에서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였습니다.
나. 크리에이터 협찬 콘텐츠 오남용 사례
크리에이터가 협찬을 받아 제작한 콘텐츠를 협찬사가 동의 범위를 넘어 사용하는 경우에도 초상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11. 선고 2022나21513 판결에서는 초상권 계약의 범위를 벗어난 이미지 사용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다. 유명인 퍼블리시티권 분쟁 사례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 관련 분쟁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제임스 딘 사건: 인기 개그맨이 ‘제임스 딘(JAMES DEAN)’을 레스토랑, 의류 등의 지정상품에 상표로 등록하고 사용한 사안에서, 제임스 딘의 유족 및 재단으로부터 퍼블리시티권을 양도받았다고 주장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해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2. 4. 16. 선고 2000나42061 판결).
- 프로야구 선수 사건: 휴대전화용 야구게임물을 제작함에 있어 각 구단의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명을 허락 없이 사용한 것에 대해 이종범 등 국내 야구선수 123명이 게임물 제작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성명사용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사건이 있었습니다.
4. 침해 대응 절차
가. 비공식 대응: 삭제 요청, 경고 등
초상권이나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우선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 삭제 요청: 침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해당 콘텐츠의 삭제를 요청합니다.
- 내용증명 발송: 법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내용증명을 통해 침해 사실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합니다.
- 포털사이트나 SNS 플랫폼에 신고: 온라인상의 침해인 경우 해당 플랫폼의 신고 기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나. 공식 대응: 민사청구 및 형사고소 가능성
비공식적 대응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 민사상 청구:
- 침해 금지 청구: 현재 진행 중인 침해행위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 예방 청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침해행위의 예방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 청구: 초상권 침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퍼블리시티권 침해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퍼블리시티권자의 승낙을 받아서 그의 성명·초상을 사용할 경우에 지급하여야 할 대가 상당액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9. 27. 선고 2004가단235324 판결 손해배상).
- 형사 고소:
- 명예훼손죄: 초상권 침해가 명예훼손적 표현과 결부된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 정보통신망법 위반: 온라인상에서의 초상권 침해가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와 결부된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5. 사전 예방 방법
가. 촬영·사용 동의서 작성 팁
초상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촬영·사용 동의서를 작성할 때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 구체적인 사용 목적과 범위를 명시합니다.
- 사용 기간을 명확히 합니다.
- 사용 매체(온라인, 오프라인, SNS 등)를 구체적으로 기재합니다.
- 초상 사용에 대한 대가가 있는 경우 그 금액과 지급 방법을 명시합니다.
- 동의 철회 가능성과 그 절차를 기재합니다.
-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나. 계약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조항
초상권 및 퍼블리시티권 관련 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 초상권 사용의 구체적 범위와 기간
- 사용료 및 지급 방법
-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 조항
- 분쟁 해결 방법
- 계약 종료 후 초상 사용에 관한 사항
- 상표권, 초상권, 콘텐츠 귀속에 관한 사항(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7조 제2항 제5호)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7조 제2항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에는 “상표권, 초상권, 콘텐츠 귀속에 관한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6. 마무리: 얼굴도 권리입니다
초상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중요한 인격권으로, 누구나 자신의 얼굴이나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이용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타인의 초상을 쉽게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는 타인의 초상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퍼블리시티권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보호할 필요성이 점차 인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인정 범위와 요건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으며, 법원의 판단도 사안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의 초상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명시적인 동의를 얻고, 동의받은 범위 내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초상권 침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적절한 대응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