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우리 회사와 매우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화면 몇 개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서비스 구조나 데이터 활용 방식까지 닮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실제로 법적으로 검토해 보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허를 받아둔 것도 아니고, 소스코드를 그대로 복제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이미 시장에 공개된 서비스라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경우 검토할 수 있는 대표적인 규정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 이른바 성과도용에 관한 일반조항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만들었고 상대방이 따라 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이 이런 점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구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이 조항은 특허권·저작권 등 개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기 위해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신설된 보충적 일반조항입니다.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유형을 사전에 규정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하고,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조항이 모든 종류의 모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은 본래 서로의 상품과 서비스를 참고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시장에 공개된 아이디어나 일반적인 영업방식까지 선행 사업자가 독점할 수 있다면 오히려 경쟁 자체가 위축됩니다. 따라서 법원은 단순히 두 서비스가 유사한지만 보지 않고, 무엇을 이용했는지, 그것이 보호할 가치 있는 성과인지, 상대방이 어떤 경위와 방법으로 이용했는지를 각각 판단합니다.
2. 2026년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시사점
가. 사건의 개요
대법원은 2026. 7. 9. 선고 2023다290355(본소), 2023다290362(반소) 판결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한 회사(피고)는 대학 리뷰를 수험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회사(원고)는 대학교 원서접수 및 입시정보 제공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는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리뷰 데이터와 자사 서버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API를 제공하였습니다. 이후 원고가 독자적으로 리뷰를 수집하여 자체적인 대학 리뷰 서비스를 출시하자, 피고는 원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도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심은 리뷰 데이터와 API 모두 피고의 보호받을 ‘성과 등’에 해당하고, 원고가 이를 무단 사용하여 부정경쟁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결론보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입니다.
1) ‘성과 등’ 해당 여부의 판단방법
대법원은 파목의 보호대상인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해당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리뷰 데이터는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습니다. 반면 API에 대해서는, 해당 API와 같은 서버 데이터 조회 방법은 피고 서비스 이전부터 대학교 리뷰 서비스 분야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고, 구체적인 입력·출력 인자 등 세부 사항도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API라면 통상적으로 가지는 요소에 불과하므로,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부정경쟁행위 성립 및 증명책임
대법원은 파목의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해당 업계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공정성,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수많은 리뷰 데이터 중 단 하나라도 원고 서비스에 실제로 사용되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고, 원고는 독자적으로 리뷰 데이터를 수집하였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증거를 제출하였으며, 원고가 이미 2016년경부터 유사한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여 독자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가 리뷰 데이터와 API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하였다고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3. 실무적 검토 포인트 — 세 가지 질문
위 판결의 법리를 바탕으로, 실제 분쟁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사항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가. 정확히 무엇이 우리의 ‘성과’인가
“사업모델을 베꼈다”는 표현은 소송에서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가져갔다고 주장하는 성과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인지, 오랜 기간 구축한 서비스의 종합적 이미지인지, 특정 콘텐츠나 고객흡인력 있는 결과물인지를 나누어 검토해야 합니다.
단순히 “이 기능은 우리가 먼저 만들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였는지, 얼마나 오랜 기간 개발하였는지, 그것이 실제 서비스 경쟁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 그 성과가 공공영역에 속하지 않는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였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모두 독점적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명시하였듯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API가 ‘성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해당 기술이 업계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라면, 아무리 비용을 들여 구현하였더라도 독점적 보호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핵심 질문은 “상대방이 우리를 참고하였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자유롭게 이용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성과를 가져갔느냐”입니다.
다. 상대방이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이용하였는가
보호받을 성과가 존재하더라도, 그 이용방법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경쟁사가 공개된 서비스를 보고 자체 인력으로 유사한 기능을 개발한 경우와, 제휴·협업 과정에서 제공받은 내부 자료를 이용하여 단기간에 동일한 서비스를 구축한 경우는 법적 평가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4. 증거 확보의 중요성
대법원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성과를 무단 사용하였다는 사실의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쪽에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협업 후 동일한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정황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아래와 같은 자료가 중요합니다.
| 유형 | 구체적 자료 |
| 제공 내역 | 업무협약서, NDA, 데이터 전달 이메일·메신저, API 접속기록, 데이터 다운로드 기록 |
| 투자·개발 내역 | 개발계약서, 인건비·외주비 자료, 기획서, 버전 변경내역, 개발기간 |
| 상대방 서비스 변화 | 공개 전후 상대방 서비스의 기능·화면 변화, 출시 시점 |
| 연결관계 | 우리 자료에 대한 접근 가능 시점과 상대방 서비스 출시 시점의 시간적 연관성 |
특히 상대방이 독자 개발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면, 우리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던 시점과 상대방 서비스가 만들어진 시점 사이의 연결관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5. 파목 외에 검토할 수 있는 다른 조항들
파목의 성과 도용 이외에도, 사실관계에 따라 아래 조항들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조항 | 적용 상황 |
| 차목 (아이디어 부정사용) | 사업제안·입찰·공동사업 협의 과정에서 제공한 아이디어를 상대방이 제공목적에 반하여 사용한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 |
| 카목 (데이터 부정사용) | 전자적으로 상당량 축적·관리되고 사업상 제공되는 데이터를 무단 취득·사용한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 |
| 저작권법·특허법·상표법 등 | 소스코드·디자인·상표·특허기술을 그대로 이용한 경우 |
| 영업비밀 침해 |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경영상 정보를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사용한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제3호) |
영업비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각 조항의 요건을 사실관계에 맞추어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내가 보호를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형성된 독자적인 성과인지, 그리고 상대방이 그 성과를 공정한 경쟁의 범위를 벗어난 방법으로 이용하였는지를 각각 입증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상대방에게 제공하였던 자료와 상대방이 실제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요소를 먼저 정리해 보는 것이 법적 대응 가능성을 판단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자세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단의 “상담 문의/예약“을 이용해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