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은 끝났는데 검수 승인이 안 납니다. 대금은 언제 받을 수 있을까?

물건을 납품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대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발주처에 문의하면 담당자는 아직 검수가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지급 일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계약서를 다시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습니다.

“대금은 최종 검수 완료 및 승인 후 지급한다.“

그렇다면 발주처가 검수를 승인하지 않는 한, 납품업체는 계속 기다려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검수는 납품된 물건이나 작업 결과가 계약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절차이지, 발주처가 대금 지급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권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납품업체 입장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납품을 했다는 사실과 계약에서 정한 일을 제대로 완성했다는 사실은 법적으로 같지 않습니다.

.

1. 검수를 거부했는데도 잔금을 지급하라는 판결

대법원은 이 문제에 관해 중요한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래가 판결의 주요 취지입니다.

-도급계약에서 목적물의 주요 구조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최후 공정을 마쳤다면 일이 완성된 것으로 보며, 일부 하자가 있더라도 이는 하자담보책임으로 별도 처리하면 됩니다.

-그리고 계약서에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잔금을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이 조항은 잔금 지급의 법적 효력 자체를 좌우하는 조건이 아니라 지급 시기를 정한 불확정기한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수급인이 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한 다음 검사에 합격하거나,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에는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합니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장비 제작업체가 약 32억 원에 식각 장비를 제작·설치하기로 계약하였고, 계약에서는 잔금을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다음 달 말’에 지급하기로 정했습니다. 제작업체는 장비 제작을 마치고 설치를 시작했으나, 발주업체가 견적서와 다른 부품이 사용되었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결국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대법원은 제작업체가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견적서와 다른 부품이 사용된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 차이가 장비의 성능이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하자는 아니었고, 장비의 주요 구조가 계약에 맞게 제작되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다는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발주업체가 검수를 거부하고 계약 해제를 통보함으로써 ‘최종 검수 완료·승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었으므로, 검수 승인이 없더라도 잔금 지급기일이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발주업체가 검수를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제작업체가 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했는지가 핵심이었던 사건입니다.

.

2. 그렇다고 납품만 하면 반드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의 결론이 나온 판결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성형압출기 제작·설치계약이 문제 되었습니다. 기계를 제작하고 시운전까지 했지만, 실제 처리용량이 당초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러 차례 수리했는데도 성능이 개선되지 않자 발주업체는 검수 불합격을 통보하고 인수 및 대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제작업체는 성능 부족의 원인이 발주업체가 제시한 설계나 발주업체가 직접 제작한 장치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제작업체의 대금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두 판결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는 계약상 일이 완성되었고 일부 하자가 있더라도 대금청구를 전면 거부할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한 반면, 두 번째 사건에서는 기계가 계약에서 요구한 성능을 갖추어 완성되었다는 점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검수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검수를 통과할 만한 결과물이 실제로 만들어졌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한편, 도급계약에서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보수 지급을 청구하는 수급인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납품업체로서는 최후 공정을 종료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목적물의 주요 구조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까지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

3. 하도급거래라면 검수를 무기한 미룰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주로 민법상 도급계약과 관련된 법리입니다. 그런데 해당 계약이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는 거래라면 조금 더 명확한 규정이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9조 제2항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검사를 지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목적물을 수령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 기간 내에 결과를 통지하지 않으면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봅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항).

예를 들어 납품업체가 제품을 정상적으로 납품했는데 원사업자가 아무런 검사 결과도 알려주지 않은 채 몇 주씩 기다리라고만 한다면 이 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용역위탁 중 역무의 공급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등 예외가 있습니다.

대금 지급에 관해서는 하도급법 제13조가 중요합니다. 원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의 가능한 짧은 기한으로 정한 지급기일까지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계약상 지급기일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면 목적물 수령일이 지급기일이 되고, 원칙적으로 60일을 초과하여 지급기일을 정한 경우에는 60일째 되는 날이 지급기일로 간주됩니다. 다만 법에서 인정하는 예외가 있습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제2항).

여기서 주의할 점은 대금 지급기일의 기준이 원칙적으로 ‘검수 승인일’이 아니라 ‘목적물 수령일’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건설위탁이나 용역위탁, 월 단위 세금계산서 발행일을 정한 거래 등에는 법에서 정한 별도의 기산 기준이 적용됩니다.

또한 모든 납품계약에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탁의 유형과 거래 당사자의 사업자 요건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 계약 내용과 민법상 매매·도급 관련 규정에 따라 대금청구권의 발생 및 지급시기를 판단해야 합니다.

.

4. 납품업체가 실제로 준비해야 하는 자료는 따로 있습니다

대금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납품업체는 대개 납품서,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부터 준비합니다. 물론 중요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검수 문제가 분쟁의 핵심이 되었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판결들에서 보았듯이, 상대방이 납품 사실 자체보다 계약에 맞는 결과물이 완성되었는지를 다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음 자료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기계·설비 제작계약에서는 설계변경과 추가요청이 빈번합니다. 현장에서 담당자와 협의해 일부 부품이나 사양을 변경했는데, 나중에 계약서와 다르다는 이유로 검수를 거부하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변경 경위가 이메일이나 회의록으로 남아 있는지에 따라 분쟁의 양상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실제 2019년 판결에서도 장비 제작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차례의 협의와 사양변경 경위가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었습니다.

.

5. 검수가 지연되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발주처와 계속 거래해야 하는 업체라면 처음부터 소송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거론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대금 지급을 독촉하는 이메일만 반복하는 것도 좋은 대응은 아닙니다.

우선 검수 지연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수 일정이 늦어지는 것인지, 실제 품질 문제가 발견된 것인지, 아니면 내부 결재나 대금 지급 사정 때문에 처리가 미뤄지는 것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검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면, 해당 문제가 계약상 어떤 기준에 미달하는지, 어떤 보완을 요구하는지 서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납품이 완료되었고 계약에서 요구하는 성능도 충족했다면,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첨부하여 검수 결과의 통지와 대금 지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검수가 지연되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하도급법 위반 여부와 민사상 대금청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지급능력이 의심된다면 채권보전 조치를 검토할 필요도 있습니다.

다만 발주처의 검수 지연이 곧바로 대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계약상 완성 여부, 지적된 하자의 내용, 지급기일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

대금 미지급 분쟁에서 납품업체는 “물건을 보냈는데 왜 돈을 주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발주처는 “검수가 끝나지 않았으니 줄 수 없다”고 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판단하는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계약에서 정한 일이 실제로 완성되었는지, 검수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대금 지급기일은 이미 도래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검수 분쟁에서는 납품을 했다는 증거만큼이나, 무엇을 만들기로 약속했고 실제로 무엇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라면 검수 기한과 기준, 불합격 사유의 통지 방법, 재검수 절차, 검수 지연 시 대금 지급 처리까지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거래가 원만할 때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조항들이지만, 막상 대금 지급이 지연되기 시작하면 그 몇 줄이 분쟁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EB%B0%95%EC%86%8C%EC%9C%A4%EB%B3%80%ED%98%B8%EC%82%AC.jpg입니다

자세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단의 “상담 문의/예약“을 이용해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