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무효(해제): 기성고 대가 청구가 가능할까?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착수금과 일부 대금까지 지급받은 상태에서 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해제가 되는 경우가 실무에서는 자주 있습니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러한 경우 해결에 대해 “계약서”에 명시해 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계약서에 그러한 내용이 없는 경우는 민법의 일반법리 (부당이득반환)에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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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러한 경우 기성고 대가청구가 가능한지, 간단한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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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

A는 재개발조합(법인)이고, B는 전기공사업체이다. A가 지장물 공사를 하기 위해 실시한 입찰에 B가 참여하여 낙찰되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B는 부적격업체로서 입찰이 무효임이 확인되었다. A는 B와 작성한 용역계약을 해제하고 기 지급한 용역대금 (착수금, 1차대금)을 부당이득반환청구하였다. 이에 B는 자신이 용역계약에 수행한 기지급 비용을 부당이득반환으로 상계주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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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황 정리

재개발조합(A)이 전기공사업체(B)에 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B가 “나도 일한 만큼 받아야 하니 서로 상쇄하자”고 상계주장을 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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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법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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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지장물 공사 입찰을 진행했고, B가 낙찰되어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B는 처음부터 입찰 참여 자격이 없는 부적격업체였습니다. 자격 없는 업체가 낙찰된 이상 입찰 자체가 무효이고, 그에 따른 용역계약도 당연히 무효가 됩니다.

A는 이미 지급한 착수금과 1차 대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했습니다(민법 제741조 부당이득반환청구). 이에 B는 “계약이 무효라면 내가 실제로 수행한 공사 비용도 돌려받아야 하는데, 그걸 서로 빚과 빚으로 상쇄하자”고 주장했습니다(민법 제492조 상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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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개념

“부당이득”이란 법적 근거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은 경우 이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민법 제741조). 계약이 무효가 되면 그 계약을 근거로 주고받은 돈은 모두 법적 근거 없이 수령한 것이 되므로, A와 B 모두 받은 것을 원상회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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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는 쌍방이 서로에게 같은 종류의 채무를 지고 있을 때 별도로 돈을 주고받는 대신 차액만 정산하는 방법입니다(민법 제492조 제1항). 예컨대 A가 B에게 1,000만 원을 받아야 하고 B도 A에게 500만 원을 받아야 한다면, 500만 원만 A에게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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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의 상계 주장, 법적으로 맞는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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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는 맞습니다. 계약이 무효로 돌아가면 양측 모두 원상회복 의무를 지므로, B가 실제로 공사를 수행했다면 그 가치만큼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A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법원도 유사 사례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계약이 무효인 경우 피고들도 원고에 대하여 보상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게 되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하면 피고들이 원고에게 지급할 돈이 남지 않는다.” (수원고등법원 2024. 11. 20. 선고 2023나2979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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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체결한 자문용역계약이 무효인 사안에서도, 법원은 용역업체가 실제 수행한 용역 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인정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21. 선고 2021가합54403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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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계가 인정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민법 제492조 제1항은 쌍방 채무가 존재할 것, 같은 종류의 급부일 것, 이행기가 도래했을 것을 요건으로 하며, 상계 의사표시도 상대방에게 해야 합니다(민법 제493조 제1항).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이행기가 따로 정해지지 않으므로 채권 성립과 동시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아, 세 번째 요건은 자동으로 충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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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 입증책임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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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려면, 착수금과 1차 대금을 실제로 지급했다는 사실과 B가 부적격업체여서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A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은 반환을 청구하는 쪽이 주장·입증할 사항입니다(수원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3나958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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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가 상계를 주장하려면 증명 부담이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실제로 공사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도급계약에서 일의 완성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은 보수의 지급을 구하는 수급인에게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4. 11. 22. 선고 94다26684, 94다26691 판결). 공사일지, 현장 사진, 세금계산서 등으로 “내가 이런 공사를 이만큼 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상계 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둘째, A가 그 공사로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민법 제741조). 실제로 법원은 “피고가 실질적으로 수행한 용역업무가 없고 원고에게 절감하여 준 정비사업비도 없다”는 이유로 상계 항변을 배척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21. 선고 2021가합544039 판결).

셋째, 상계할 금액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도 B가 직접 산정해서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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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 측이 B의 상계를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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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B가 수행한 공사의 범위와 품질을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하자 있는 시공이거나 A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지 못한 공사라면, 상계 금액은 크게 줄거나 0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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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B가 자신의 부적격 사실을 알면서도 입찰에 참여했다면 신의칙 위반을 주장할 수 있고, 이 경우 B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자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4. 11. 20. 선고 2023나2979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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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공된 공사는 원물 반환이 불가능하므로 금전으로 환산해야 하는데(민법 제747조 제1항), 이때 공사 완료 시점의 객관적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금액 산정 과정에서도 B가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다투는 것이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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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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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 상계 주장은 법리적으로 허용되는 방어 수단이지만, B가 “내가 실제로 이만큼 일했고 A도 그만큼 이익을 얻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승패는 객관적인 공사 증빙을 누가 얼마나 충실하게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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