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중소기업 대표님들이 경리나 영업 직원에게 자금 관리를 사실상 일임하거나 일부 직원에게 회사 권한을 맡깁니다. “믿고 맡긴다”는 말은 효율적으로 들리지만, 법적 관점에서는 ‘리스크 방치’와 동의어입니다.
직원의 횡령이 발생했을 때, “나는 몰랐다”는 말은 방패가 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알았는지’가 아니라 ‘관리할 시스템이 있었는지‘를 묻기 때문입니다.

1. 작은 편의가 만든 구조적 결함
대부분의 사고는 단순한 구조에서 시작됩니다.
- 특정 직원에게 법인계좌 접근 권한 집중
- 증빙 확인 없는 형식적 결재 절차
- 거래처 대금 수령 및 지급의 일원화
[관련 판례]
법원은 경리 직원이 5년간 54억 원을 횡령한 사건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감시를 외면한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2016. 1. 28. 선고 2015가합531308 판결)
2. 직원의 횡령이 ‘대표의 책임’으로 번지는 이유
가. 민사상 사용자책임 (민법 제756조)
직원이 업무 중 제3자(거래처 등)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회사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법원은 실질적인 지휘·감독 여부보다 ‘객관적으로 감독해야 할 관계’였는지를 중시합니다. (서울중앙지법 2025. 7. 3. 선고 2023나70697 판결)
즉, 실제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휘.감독을 했어야 했는데 안했다는 포인트로 더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위반 (상법 제389조)
대표이사는 모든 직원의 업무를 감시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회계 부정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경우,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2146 판결)
다. 형사 리스크: 방조범 성립 가능성
직접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횡령이나 배임의 이상 징후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묵인했다면 방조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1다2181 판결)
3.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법원이 심사하는 핵심 기준은 “시스템의 존재와 작동 여부“입니다.
| 구분 | 주요 체크포인트 |
| 시스템 존재 | 자금 집행자와 승인자가 분리되어 있는가? |
| 실제 작동 | 정기적으로 통장 잔고와 장부를 대조했는가? |
| 점검 이행 | 대표이사가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점검을 했는가? |
“회사업무 일체를 타인에게 맡기고 관심을 두지 않아 부정행위를 간과했다면, 이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한 것이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95981 판결)
4. 실질적인 내부통제: 현장을 아는 변호사가 제안하는 4대 방어선
중소기업에서 거창한 ERP 시스템을 도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수준의 정교한 프로세스를 중소기업 규모에 맞게 ‘경량화’하여 적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13년간 사내변호사로서 자금 사고의 시작과 끝을 지켜보며 정립한, 법원이 인정하는 ‘최소한의 실질적 통제 구조’입니다.
① 권한의 물리적 분리: “실행자와 승인자의 완전 분리”
가장 기본이지만 가장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입니다.
- 돈을 보내는 사람(경리/영업)과 이를 최종 승인하는 사람(CFO/대표)은 반드시 달라야 합니다.
- 사내변호사로서 제가 프로세스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교차 검증(Cross-check)’ 여부입니다. 한 사람이 기안하고 스스로 승인까지 할 수 있는 구조라면, 법원은 이를 대표이사의 관리 소홀로 판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② 이중 보안 체계: “공인인증서와 OTP의 독점 금지”
인증 수단을 특정 직원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것은 횡령이나 배임을 방치한다고 인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 법인 인감과 인감증명서, 그리고 뱅킹용 OTP와 공인인증서를 각각 다른 직원이 나누어 보관하거나, 인증서 비밀번호는 대표이사만 알고 있게 설정해야 합니다.
- 사고 발생 시 법원은 “사고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장치가 있었는가”를 봅니다. 인증 수단을 분리 보관하는 행위 자체가 대표이사가 감시의무를 다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③ “단계별 권한의 한도 설정”
모든 지출을 대표가 볼 수는 없지만, 회사의 존립을 흔들 정도의 큰 금액은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 예를 들어 ‘500만 원 이상’ 혹은 ‘일일 합산 1,000만 원 이상’ 등 우리 회사 규모에 맞는 임계치를 설정하십시오. 이 금액을 넘는 이체는 대표이사의 휴대폰으로 알람이 오거나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치게 설계해야 합니다.
- 명문화된 ‘전결 규정’이 있고, 그 규정에 따라 고액 자금 집행이 통제되고 있었다면 법리적으로 대표이사의 중과실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④ “정기적 사후 대조”
정기적 점검 구조를 만드십시오.
- 매월 말일, 통장 실물 잔액과 회계 장부상의 숫자가 일치하는지 대표이사가 직접 확인하고 ‘확인 서명’을 남기십시오. 1년에 한두 번은 예고 없는 불시 점검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 기록되지 않은 통제는 법정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제가 변호사로서 강조하는 핵심은 ‘증거력’입니다. 정기 대조 후 남겨진 대표이사의 서명 한 줄은 추후 사고 발생 시 “나는 최선을 다해 감시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중소기업의 리스크 관리는 단순히 법 조문을 외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제 기업에서 내부통제를 경험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십시오.
- 현장 맞춤형 설계: 기업 내부의 생리를 정확히 이해하여, 업무 효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법적 방어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급소’를 짚어드립니다.
- 사고 예방 가이드: 수많은 횡령 판례와 실무 사례를 분석하여, 우리 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시나리오를 미리 차단합니다.
- 입증 책임의 준비: 사고가 터진 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법원에서 이길 수 있는 관리 기록”을 쌓도록 프로세스를 가이드합니다.
직원의 횡령이나 배임은 흔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민·형사 책임을 지는 것은 평소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 실행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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