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대여 대표이사(바지사장)의 법적 책임

“형님, 사업자 명의만 좀 빌려줘. 실제 운영은 내가 다 하고, 책임도 내가 질게.”

살다 보면 지인의 간곡한 부탁이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런 제안에 흔들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 실무에서 만나는 ‘명의대여’의 끝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법원은 당신이 ‘실제로 아무것도 안 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에’ 책임을 묻습니다. 오늘은 이름 석 자 빌려줬다가 민사·형사·세무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실무적 이유를 판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

1. “이름만 빌려줬을 뿐인데…”가 통하지 않는 이유

​

가. 실무에서 흔한 케이스

​

현장에서 명의대여 대표이사(이른바 ‘바지사장’)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자주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이러한 명의대여 행위는 조세범 처벌법 제11조에 의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명의를 빌려준 자(명의대여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타인 명의를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한 자(명의차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조세범 처벌법 제11조 제1항, 제2항).

​

나. 법원은 ‘실질 운영자’만 보지 않는다

​

많은 분들이 “나는 실제로 아무것도 안 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원의 시각은 다릅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특정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하여 두고 그를 회사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목상 대표이사도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 8. 28. 선고 2015고정342 판결).

즉, 외형상 대표자로 등기된 순간, 그것이 책임의 출발점이 됩니다.

​

​

2. 민사 책임: 회사 빚, 개인에게 갈 수 있다

​

가. 거래 상대방은 명의상 대표자를 믿고 계약한다

​

상법 제24조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상법 제24조).

이것이 바로 명의대여자 책임입니다.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명의대여자가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부담합니다. 실무상 이 입증은 매우 어렵습니다.

​

나. 불법행위 책임

​

명의상 대표이사는 상법 제401조에 따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한 때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상법 제401조 제1항).

실제 판례에서도, 명의상 대표이사가 실질 대표자에게 인감도장·인감증명서·통장 등을 교부하고 업무 및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상법 제401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업무집행 중 불법행위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대표이사는 회사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고, 그 불법행위는 고의는 물론 과실이 있는 때에도 성립합니다.

​

다. 사용자책임

​

명의대여자는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책임도 질 수 있습니다. 명의대여관계에서 사용관계의 존재 여부는 실제로 지휘·감독을 하였는지와 관계없이, 객관적·규범적으로 보아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를 지휘·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결정합니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3658 판결). 따라서 실제로 아무런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더라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라. “대포통장 + 명의대여” 결합 시 손해배상 확대

​

명의대여에 더하여 통장까지 대여한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 제6조 제3항 제1호 위반의 위법행위로 인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까지 추가로 부담할 수 있습니다. 즉, 단순 명의대여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

​

3. 형사 책임: 단순 방조가 아니라 공범 구조 가능

​

가. 사기·횡령·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

명의만 빌려줬더라도 실질 운영자가 저지른 사기, 횡령,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의 범행에 대해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부정수표 관련 판례에서는, 형식상 대표이사가 단순히 대표이사 명의를 대여한 후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수표발행 당시부터 지급제시일에 수표금이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 공동정범의 죄책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명의대여 당시 실질 운영자가 신용불량자임을 알고 있었다면 예견가능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

나. ‘몰랐다’는 주장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

​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범행 인식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

​

다. 조세범처벌법 위반의 공범

​

명의대여 대표이사 명의로 허위 세금계산서가 발급되거나 허위 세금계산서합계표가 제출된 경우, 명의대여자도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위반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실제로 명의를 빌려준 대표이사가 허위 세금계산서합계표 제출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인천지방법원 2015. 7. 15. 선고 2015고합291 판결).

​

​

4. 세무 리스크: 가장 현실적으로 먼저 터지는 부분

​

가. 실질과세 원칙과 명의자에 대한 1차 과세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은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합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이것이 실질과세 원칙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세청이 실질 귀속자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등록된 명의자에게 먼저 과세가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명의대여자는 자신이 실질 운영자가 아님을 스스로 소명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

나. 허위 세금계산서 및 매출 누락

실질 운영자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매출을 누락한 경우, 명의상 사업자인 대표이사에게 부가가치세 추징, 가산세 부과 등의 세무 리스크가 직접 발생합니다.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후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함에 있어 매출액을 고의로 신고 누락하는 행위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로서 조세범처벌법 소정의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합니다. 명의대여자는 이러한 행위의 법적 주체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

다. 조세포탈죄의 범죄 주체

조세포탈죄의 범죄 주체는 납세의무자와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 등의 법정책임자입니다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도817 판결). 명의상 대표이사는 납세의무자 또는 법인의 대표자로서 조세포탈죄의 범죄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

​

​

명의대여는 대부분 구두 약속이나 간단한 메모 수준에서 이루어집니다. 실질 운영자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약속하더라도, 이는 당사자 사이의 내부 약정에 불과하고 제3자(거래 상대방, 국세청, 검찰 등)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

명의대여는 실질 운영자가 잘 나갈 때는 보이지 않던 독약이, 사업이 흔들리는 순간 치명적인 위험으로 다가오는 구조입니다. 실질 운영자가 “내가 책임진다”라고 쓴 각서는 국가(세무서, 검찰)나 제3자(채권자) 앞에서는 종잇조각에 불과합니다. 명의대여 제안은 단호히 거절해야 하고, 만약 이미 명의를 대여한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명의대여의 외관’을 제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EB%B0%95%EC%86%8C%EC%9C%A4%EB%B3%80%ED%98%B8%EC%82%AC.jpg입니다

자세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단의 “상담 문의/예약“을 이용해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