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는 받았는데, 왜 공사를 못 하죠?”
실무에서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 건축허가 완료
- 설계도면 문제 없음
- 자금도 확보
그런데 막상 공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땅으로 들어올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또는
“인접 토지 소유자가 통행을 막아버립니다.”
이 순간, 건축은 사실상 멈춥니다.

1. 건축허가와 ‘통행권’은 완전히 다른 문제
많은 사업자들이 착각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건축허가는 행정청이 건축행정상 목적을 위해 부여하는 행정처분입니다.
대법원은 건축허가의 법적 성질에 대해, “건축허가는 행정관청이 건축행정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수허가자에게 일반적으로 행정관청의 허가 없이는 건축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 금지를 관계법규에 적합한 일정한 경우에 해제하여 줌으로써 일정한 건축행위를 하여도 좋다는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행정처분일 뿐, 수허가자에게 어떤 새로운 권리나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다10638 판결)
반면, 통행권은 사인(私人) 간의 민사상 권리 관계입니다.
즉, 건축허가는 “건물을 지어도 된다” 는 행정적 허용일 뿐
“그 토지에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 는 보장은 전혀 아닙니다.
나아가,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사법상 통행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건축허가 또는 신고 시 시장·군수·구청장이 위치를 지정한 도로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건축허가 등을 받은 사람이나 그 도로를 통행하여 온 사람에게 그 도로를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2다9202 판결)
2. 가장 위험한 케이스: “남의 땅을 통해 들어가는 토지”
문제가 되는 토지는 대부분 아래와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 공로(公路)에 직접 접하지 않은 토지 — 이른바 맹지(盲地)입니다.
- 기존에는 인접 토지를 통해 출입했던 토지
- 그러나 이러한 통행을 위해 별도의 계약이나 통행권 설정 없음
건축법은 원칙적으로 건축물의 대지가 도로에 2m 이상 접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건축법 제44조 제1항), 맹지는 그 자체로 건축허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3. “그동안 다녔으니까 괜찮겠지”가 위험한 이유
땅을 매수할 때에 전 토지소유자가 매수인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말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부터 다니던 길입니다.” “전 소유자도 문제없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통행이 단순한 1) 호의적 묵인인지, 2) 법적으로 보호되는 권리인지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인접 토지 소유자가 마음을 바꾸는 순간 통행이 차단될 수 있고, 사업은 즉시 멈출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이 인정될 수는 있습니다.
판례 입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시효취득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예외적인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민법 제294조는 지역권은 계속되고 표현된 것에 한하여 민법 제245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요역지(맹지 소유자)의 소유자가 승역지(남의 땅)에 통로를 개설하여 그 통로를 사용하는 상태가 민법 제245조에 규정된 기간 계속된 경우에 한하여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요역지소유자가 승역지에 대하여 통행지역권을 시효취득하기 위해서는 요역지소유자가 스스로 승역지상에 통로를 개설한 경우, 또는 일정지역의 토지소유자가 그 토지를 분할하여 분양하면서 분양지로부터 공로에 이르는 통로를 자신이 개설하고 그 통로부분의 소유권을 자기 앞으로 특별히 유보하던가 또는 분양자와 승역지 소유자가 다른 때에는 분양자가 승역지소유자와의 합의 하에 승역지상에 사도를 개설한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다15167 판결 등 참조).
4. 주위토지통행권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이 단계에서 주위토지통행권(민법 제219조)을 떠올립니다.
민법 제219조 제1항은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219조)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통행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 소송 없이는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당연히 성립하지만, 상대방이 이를 다투는 경우 소송을 통해 확인받아야 합니다. 소송 기간 동안 사업은 지연됩니다.
나. 통행 범위가 엄격히 제한됩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는 피통행지 소유자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으로 제한됩니다. (민법 제219조 제1항 단서) 대법원은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를 정할 때 장차의 이용상황까지 미리 대비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자동차의 통행이 가능한 범위까지 허용할 것인지도 소극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4다236304 판결)
특히 건축허가에 필요한 폭의 통행로나 공사용 중장비·대형 차량의 출입에 필요한 폭의 통행로를 미리 보장하는 것은 주위토지통행권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2. 1. 13. 선고 2020가단64840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2. 10. 11. 선고 2021가단6470 판결 등 참조) 또한 건축 관련 법령에서 정한 도로 폭 규정만으로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주위토지통행권이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 보상금(지료) 부담이 발생합니다
민법 제219조 제2항은 통행권자가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라. 상대방과의 지속적 분쟁 구조가 형성됩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통행로가 항상 특정 장소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며, 주위 토지 소유자가 토지 이용방법을 변경하면 통행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 운영 기간 내내 분쟁 리스크를 상시 내포하게 됩니다.
5. 기업이 실제로 겪는 문제
기업 입장이라면, 이 문제는 단순한 법률 문제에 그치지 않고, 아래와 같은 현실적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 공사 중단
- 공사비 증가
- 금융 비용 증가 (대출 이자 등)
- 분양·영업 일정 차질
- 투자자 신뢰 하락
6. M&A·부동산 거래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체결 단계부터 법리적인 검토와 충분한 실사(Due Diligence)가 필요합니다.
“법적으로 확보된 진입권(접근권)이 있는가”
확인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공로(公路)에 직접 접하는지 여부 — 건축법상 접도요건(건축법 제44조) 충족 여부
- 통행지역권 등기 여부 — 등기된 지역권은 제3자에게도 대항 가능
- 토지사용승낙서 존재 여부 및 그 법적 효력 — 그러나 승낙서는 물권이 아닌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므로, 한계가 있습니다.
- 실제 통행 경로와 법적 권리의 일치 여부
이후 아래와 같이 토지 이용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1안: 통행지역권 설정 및 등기
인접 토지 소유자와 협의하여 통행지역권을 설정하고 등기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등기된 지역권은 물권으로서 제3자에게도 효력이 미칩니다.
2안: 서면 계약에 의한 권리 명확화
최소한 서면으로 된 토지사용승낙서 또는 통행 약정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다만, 이는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므로 토지 소유자 변경 시 효력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 구두 허용이나 관행적 사용권 취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많은 사업주가 “과거에도 문제없었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수십억 규모의 프로젝트를 위기에 빠뜨립니다. 행정기관이 부여한 건축허가는 진입로 권리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분쟁이 터진 후 대응하는 것은 소송 비용과 공사 지연이라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토지 매수 전, 혹은 사업 계획 단계에서 해당 부지의 사용권리를 법적으로 확정짓고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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