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함께 일군 두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뜻이 맞아 함께 자금을 모아 공장 부지와 건물을 공동 명의로 매입했습니다. 등기부에는 각자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 있고, 지분은 50:50입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경영 방향을 두고 다투고, 수익 배분 문제로 감정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한쪽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장을 보내옵니다.
“공유물 분할 청구의 소”
이 소장 한 장이, 수십 년간 일군 사업의 근거지를 경매로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1. 공유물 분할 청구란 무엇인가
가. 공유자는 언제든지 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은 공유자에게 언제든 공유물을 분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민법 제268조 제1항: 공유자는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내의 기간으로 분할하지 아니할 것을 약정할 수 있다. (민법 제268조 제1항)
즉, 공유자는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다른 공유자를 상대로 공유물의 분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 없습니다. 사업이 잘 되고 있든, 공장이 한창 가동 중이든 관계없습니다. 단지 “나는 이 공유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의사 하나만으로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분할금지 약정’ 입니다. 공유자들이 최대 5년 이내의 기간 동안 분할하지 않기로 약정할 수 있고, 이를 갱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약정이 없다면, 상대방은 아무런 제약 없이 분할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나. 협의가 안 되면 법원이 결정합니다
분할 방법에 관해 공유자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69조 제1항) 이때 법원은 공유자가 원하는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재량으로 합리적인 분할 방법을 결정합니다.
2. 분할의 원칙 — ‘현물 분할’
가. 현물 분할이 먼저
재판에 의한 공유물 분할은 현물 분할이 원칙입니다. 이는 공유물을 물리적으로 나누어 각자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넓은 토지를 공유하고 있다면 이를 두 필지로 분할하여 각자 단독 소유로 만드는 것이 현물 분할입니다.
나. 현물 분할이 불가능하거나 부적당한 경우
그런데 공장 건물이나 사옥처럼 하나의 건물과 그 부지로 구성된 부동산은 현물 분할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부적당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현물로 분할할 수 없다’는 요건을 물리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습니다. 공유물의 성질, 위치나 면적, 이용상황, 분할 후의 사용가치 등에 비추어 현물 분할을 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부적당한 경우도 포함합니다.
또한 형식적으로는 현물 분할이 가능하더라도, 공유자 중 한 사람이라도 현물 분할에 의해 단독으로 소유하게 될 부분의 가액이 분할 전 소유 지분 가액보다 현저하게 감손될 염려가 있는 경우에도 대금 분할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공장 건물과 그 부지가 함께 공유되어 있는 경우, 이를 현물로 분할하면 건물의 일부가 철거될 수밖에 없거나 사용가치가 현저히 저하된다는 이유로 대금 분할을 명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3. 마지막 방법- ‘대금 분할(경매)’
가. 대금 분할
현물 분할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공유물을 경매에 부쳐 그 대금을 분할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269조 제2항: 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분할로 인하여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물건의 경매를 명할 수 있다. (민법 제268조)
이것이 바로 대금 분할입니다. 공장 건물과 부지가 법원의 명령에 의해 경매에 넘어가고, 낙찰 대금에서 경매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나. 경매의 현실적 문제
대금 분할을 위한 경매는 형식적 경매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 경매에서는 몇 가지 중요한 현실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1) 공유자에게 우선매수권이 없습니다
공유물 분할을 위한 경매에서는 공유자의 우선매수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공유물 전부에 대한 경매이고 형식적 경매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즉, 상대방 공유자가 경매에서 낙찰을 받으려 해도 다른 입찰자보다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제3자가 더 높은 가격을 써내면 그 제3자가 낙찰자가 됩니다.
2)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될 수 있습니다
경매는 일반 매매보다 낙찰가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장이나 창고 같은 특수 목적 부동산은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두 공유자 모두 시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얻게 될 리스크가 큽니다.
3) 사업 연속성이 무너집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사업 연속성의 훼손입니다. 공장이나 창고가 경매로 넘어가면, 그 부동산을 낙찰받은 제3자는 기존 사업자에게 퇴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운영해온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계 설비, 생산 라인, 거래처와의 관계, 직원들의 일자리까지 모두 위태로워집니다.
4. 실제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공장 건물과 그 부지가 공유된 사안에서 법원이 대금 분할(경매)을 명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공장 건물 전체가 하나의 부지 위에 있어 현물 분할 시 건물 일부 철거가 불가피한 경우
- 건물과 부지를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누면 각 부분의 사용가치가 현저히 저하되는 경우
- 공유자들 사이에 이용 분쟁이 지속되어 공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
이처럼 공장·창고·사옥 등 사업용 부동산은 현물 분할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결국 경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공유물 분할 청구 — 협상의 가장 강력한 무기
공유물 분할 청구는 단순히 부동산을 나누는 절차가 아닙니다. 동업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방을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법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공유물 분할 청구 소장을 받는 순간, 다음과 같은 선택지에 놓입니다.
- 경매를 감수하고 사업을 포기
- 상대방의 지분을 적정한 가격에 매수
- 자신의 지분을 상대방에게 매도
- 협상 테이블에 앉아 조건을 조율
결국 공유물 분할 청구를 활용하면 지분 매수·매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동업은 시작보다 끝이 중요합니다
동업 계약서에 반드시 담아야 할 내용
동업을 시작할 때 공동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한다면, 반드시 다음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미리 정해놓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 장기간 소송에서 비용만 나갑니다.
- 분할금지 약정: 일정 기간(최대 5년, 갱신 가능) 동안 공유물 분할을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합니다.
- 지분 매수·매도 우선권: 한쪽이 지분을 처분하려 할 때 상대방이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 동업 해소 시 부동산 처리 방법: 동업 관계가 종료될 경우 부동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정해둡니다.
- 가격 산정 기준: 지분 매수 시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감정평가, 협의 등) 기준을 마련합니다.
동업은 시작할 때 서로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법적 장치를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관계가 틀어졌을 때 가장 먼저 전쟁터가 되는 것은 바로 공동 명의의 부동산입니다.
공유물 분할 청구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언제든지 제기할 수 있고, 공장·창고·사옥처럼 현물 분할이 어려운 사업용 부동산은 결국 경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매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 우선매수권 없음, 사업 연속성 훼손이라는 여러가지 피해를 가져옵니다.
따라서 동업계약 시작단계부터 출구전략을 미리 정해놓고 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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