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계약을 수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로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수급인 측의 사정이나 자격 문제 등 ‘귀책사유’가 거론되며 해지될 경우,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는 “과연 지금까지 일한 만큼의 돈(기성고 대금)을 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법리적으로는 수급인의 잘못으로 해제되더라도 이미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된다면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긴 시간 소송과 감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고통이 따릅니다
사후적인 소송보다 100배 중요한 것은 결국 ‘사전적 계약 설계’입니다. 오늘은 기성고 대금을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계약 체결 시 반드시 챙겨야 할 핵심 조항과 관련 판례를 정리해 드립니다.

1. 핵심 계약 조항 — 반드시 넣어야 할 것들
가. 중도해지 시 기성고 대금 지급 조항
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조항을 반드시 삽입해야 합니다.
“본 계약이 어떠한 사유로 중도해지되는 경우에도, 갑은 해지 시점까지 을이 수행한 용역의 기성고 비율에 따른 대금을 을의 청구에 의하여 지급한다.”
실무 포인트: 조항에 “어떠한 사유로”라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넣어야 합니다. “갑의 사정으로 해지 시”처럼 해지 사유를 한정하면, 을의 귀책사유로 해지될 때 조항 적용이 배제될 수 있습니다.
나. 기성고 비율 산정 방법의 명확화
기성고 비율을 어떻게 산정할지를 계약서에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감정 비용과 시간이 낭비됩니다.
물리적 공정률이 나오는 용역은 물리적 공정률을 기준으로, 이러한 공정률이 나오지 않는 용역은 업무단계 집행별로 기성고를 미리 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 업무 단계 | 기성고 비율 |
| 착수 및 현장조사 완료 | 30% |
| 1차 보고서 제출 | 60% |
| 최종 보고서 제출 | 100% |
이처럼 단계별 기성고 비율을 계약서에 미리 명시해두면, 1차 보고서를 제출한 을은 60%에 해당하는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생깁니다.
다. 기성금 지급 시기 및 절차 조항
기성금을 언제, 어떻게 청구하고 지급받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넣어야 할 내용:
- 기성 확인 요청 → 도급인의 검사 기간(예: 7일 이내) → 기성금 지급 기한(예: 확인 후 14일 이내)
- 도급인이 기간 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기성고를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
- 기성금 지급 지연 시 지연이자 조항
실무 포인트: 기성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도급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기성고가 확정되는 조항을 넣어야 합니다. 절차가 복잡할수록 갑이 이를 이용해 기성금 지급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라. 선급금(착수금) 관련 조항
선급금을 받은 경우, 중도해지 시 선급금 정산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수급인 입장에서 유리한 조항:
- 선급금은 착수 비용(인건비, 장비비 등)에 우선 충당되는 것으로 명시
- 선급금 정산 시 기성고 비율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여 수급인에게 불리한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설계
실무 포인트: 선급금 정산 산식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도급인이 선급금 전액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선급금은 기성고 비율에 따라 정산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합니다.
마. 계약 해지 시 수급인의 의무 범위 제한 조항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해지되더라도, 수급인이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넣어야 합니다.
계약서에 넣어야 할 내용:
-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해지 시, 도급인의 손해배상 청구는 실제 손해액에 한정
- 기성고 대금과 손해배상액의 상계를 제한하거나, 상계 시 기성고 대금이 먼저 지급된 후 손해배상액을 별도로 청구하도록 설계
실무 포인트: 도급인이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가 기성고 대금을 초과한다”고 주장하며 기성고 대금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를 방지해야 합니다.
3. 수급인이 무자격자였다면?
만약 수급인이 무자격자였다면? 이 경우 도급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습니다.
“수급인이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수행한 용역은 효력이 없으므로, 1차 보고서도 도급인에게 이익이 귀속되지 않는다.”
수급인의 대응 전략:
① 계약서에 자격 관련 하자가 있더라도 기성고 대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② 자격 관련 하자가 있더라도 실제로 수행된 용역의 결과물(1차 보고서)이 도급인에게 실질적 이익을 제공했다면 기성고 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부분은 실제 소송에서 입증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일이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그 결과물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도급인은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울산지방법원 2018. 10. 4. 선고 2017가단15743 판결)
4. 계약서 작성 시 체크리스트
| 번호 | 체크 항목 |
| ① | 중도해지 시 기성고 대금 지급 조항 (해지 사유 불문) |
| ② | 단계별 기성고 비율 명시 |
| ③ | 기성 확인 절차 간소화 및 자동 확정 조항 |
| ④ | 선급금 정산 산식 명시 |
| ⑤ | 기성금 지급 지연 시 지연이자 조항 |
| ⑥ | 손해배상 범위 제한 조항 |
| ⑦ | 자격 하자 발생 시 기성고 대금 지급 명시 |
5. 계약 조항 예시 (수급인에게 유리한 버전)
제○조 (중도해지 시 기성고 대금)
① 본 계약이 어떠한 사유로 중도해지되는 경우에도, 갑은 해지 시점까지 을이 수행한 용역의 기성고 비율에 따른 대금을 을의 청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한다.
② 기성고 비율은 다음 각 호에 따라 산정한다.
1. 착수 및 현장조사 완료: 총 용역대금의 30%
2. 1차 보고서 제출: 총 용역대금의 60%
3. 최종 보고서 제출: 총 용역대금의 100%
③ 갑이 제1항의 기간 내에 기성고 비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을이 청구한 기성고 비율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
④ 갑이 제1항의 기간을 초과하여 기성고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지연일수에 연 ○%의 지연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한다.
6. 변호사로서 핵심 조언
계약 체결 단계에서 위 조항들을 확보하는 것이 사후 소송보다 100배 중요합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자격 관련 하자 등 수급인의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상황에서도 계약서 내에 “어떠한 사유로 해지되더라도 기성고를 지급한다”는 명시적 독소조항 방어 기제가 있다면 대금 회수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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