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우리 회사와 매우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화면의 색상이나 메뉴 배치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서비스 구조, 데이터 구성, 콘텐츠 제공 방식까지 닮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회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만든 서비스를 그대로 따라 했는데, 당연히 불법 아닌가?”
그러나 실제 법적 판단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허를 등록하지 않았고, 소스코드를 그대로 복제했다는 증거도 없을 수 있습니다. 이미 시장에 공개된 서비스라면 비밀로 관리된 정보가 아니므로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법적 대응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이른바 성과도용에 관한 일반조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가 먼저 만들었고 경쟁사가 비슷하게 만들었다.”
법적 대응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 사항을 밝혀야 합니다.
- 우리 회사가 보호받으려는 성과가 정확히 무엇인지
- 그 성과를 만드는 데 상당한 투자나 노력이 들어갔는지
-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아이디어나 업계 관행은 아닌지
- 경쟁사가 그 성과를 실제로 가져다 사용했는지
- 그 사용방법이 공정한 경쟁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최근 대법원 판결은 이 판단기준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이 판례를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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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업비밀이 아니어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되려면 아래와 같은 요건이 필요합니다.
-해당 정보가 일반에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적인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회사가 비밀로 관리해 왔어야 함
예를 들어 내부 알고리즘, 비공개 고객명단, 원가자료, 개발 중인 기술문서 등은 영업비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미 소비자에게 공개된 서비스의 화면이나 기능은 원칙적으로 비밀정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비공개성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회사가 아무런 제한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데이터, 콘텐츠, 서비스의 종합적인 결과물 등을 경쟁사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무단 사용했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도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즉 다음 두 질문은 서로 구분해야 합니다.
- 이 정보가 영업비밀인가?
- 영업비밀은 아니더라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성과를 부당하게 가져간 것은 아닌가?
첫 번째 질문의 답이 “아니다”라고 해서 두 번째 질문까지 자동으로 “아니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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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과도용에 관한 일반조항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다음과 같은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타인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에 무단 사용하여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쉽게 풀면 다음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생각이나 막연한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결과물로 형성된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장기간 수집하고 검증한 데이터베이스
- 상당한 비용을 들여 만든 콘텐츠와 정보체계
- 고객에게 널리 알려져 경쟁력을 갖게 된 서비스 결과물
- 다수의 개별 요소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독자적인 서비스 구성
- 오랜 시간 축적된 평가·분류·추천 결과
② 그 성과에 상당한 투자나 노력이 들어가야 합니다
단순히 직원 한 명이 며칠 동안 만든 기능이라면 보호 필요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면 여러 명의 개발자와 기획자가 장기간 참여했고, 외주비·인건비·데이터 수집비 등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었다면 보호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③ 경쟁사가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의 성과를 단순히 연구하거나 참고한 것을 넘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실제로 이용해야 합니다.
④ 사용방법이 공정한 경쟁의 범위를 벗어나야 합니다
경쟁사가 공개된 서비스를 관찰한 뒤 자체 인력으로 유사한 기능을 독자 개발한 경우와, 제휴 과정에서 제공받은 데이터와 내부 자료를 이용해 단기간에 같은 서비스를 만든 경우는 법적 평가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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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모방일까
성과도용에 관한 일반조항이 모든 모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은 본래 다른 사업자의 상품과 서비스를 관찰하고, 장단점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시장에 공개된 일반적인 아이디어나 업계에서 통상 사용하는 기능까지 먼저 만든 회사가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법적 대응이 어려울 가능성이 큰 사례
예를 들어 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다음과 같은 기능을 처음 도입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지역별 음식점 검색
- 별점순 정렬
- 즐겨찾기
- 배달 진행상황 표시
경쟁사가 자체 개발자들을 통해 비슷한 기능을 만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성과도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기능은 이미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거나 서비스 목적상 통상적으로 필요한 기능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화면의 위치나 사용 흐름이 비슷하다는 사정만으로도 성과도용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법적 대응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사례
반면 A회사가 3년 동안 전국 수리업체의 실제 견적 5만 건을 수집하고 검증하여 독자적인 수리비 비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회사가 제휴업체 B에게 제한된 목적으로 데이터와 API 접근권한을 제공했는데, B가 이를 대량으로 내려받은 직후 같은 데이터 구조와 분류체계를 사용한 경쟁 서비스를 출시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정이 발견된다면 실제 사용을 의심할 근거가 강해집니다.
- A회사의 데이터에만 있던 오탈자가 그대로 나타난 경우
- 이미 폐업한 업체 정보나 오래된 오류까지 동일하게 포함된 경우
- 데이터의 배열 순서와 분류방식이 비정상적으로 일치하는 경우
- B가 대량으로 데이터를 조회하거나 내려받은 기록이 있는 경우
- B가 내부 자료를 제공받은 직후 매우 짧은 기간에 서비스를 출시한 경우
핵심은 서비스가 비슷하다는 외형이 아니라, 경쟁사가 우리 회사의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다 사용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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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6년 대법원 판결의 내용
가. 사건의 개요
대법원은 2026. 7. 9. 선고 2023다290355·2023다290362 판결에서 대학 리뷰 데이터와 API를 둘러싼 성과도용 분쟁을 다루었습니다.
대학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던 회사와 대학 원서접수 및 입시정보 사업을 하던 회사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리뷰 서비스 회사는 상대방에게 다음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 대학생들이 작성한 대학 리뷰 데이터
- 해당 리뷰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는 API
여기서 API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나 서버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일종의 통로 또는 규칙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입시정보 사이트 이용자가 대학 리뷰를 검색하면, API가 리뷰회사의 서버에서 해당 정보를 찾아 입시정보 사이트 화면에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후 입시정보 회사가 직접 리뷰를 수집하여 독자적인 대학 리뷰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리뷰 서비스 회사는 상대방이 자신에게서 제공받은 리뷰 데이터와 API를 이용해 경쟁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 리뷰 데이터와 API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리뷰 데이터에 대해서는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수의 리뷰를 수집하고 관리하려면 이용자를 모집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부적절한 내용을 걸러내고, 이를 서비스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PI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문제가 된 데이터 조회 방법은 해당 업계에서 이미 알려져 있었고, 입력값과 출력값 등 세부 구성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API라면 일반적으로 갖게 되는 요소에 불과하다고 본 것입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API라는 데이터 통로를 만드는 데 비용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 통로의 구조가 업계에서 통상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특정 회사만의 독점적인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그 통로를 통해 제공되는 구체적인 리뷰 데이터는 별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 접근 가능성과 서비스 유사성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판결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증명책임입니다.
리뷰 서비스 회사는 상대방이 자사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고, 협업이 끝난 뒤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점을 근거로 성과도용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것만으로는 상대방이 실제로 리뷰 데이터와 API를 사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대방은 별도의 이벤트를 통해 리뷰를 직접 수집했다는 자료를 제출했고, 과거에도 유사한 리뷰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독자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반면 성과도용을 주장한 회사는 자사의 구체적인 리뷰가 상대방 서비스에 실제로 사용되었다는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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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제 분쟁에서 확인해야 할 네 가지 질문
가. 정확히 무엇을 베꼈다는 것인가
“우리 사업모델을 베꼈다” 또는 “우리 서비스를 그대로 따라 했다”는 표현만으로는 법적 검토가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가져갔다고 주장하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개별 데이터 또는 데이터베이스
- 데이터의 분류체계와 배열방식
- 콘텐츠의 문구·사진·영상
- 화면 구성과 디자인
- 서비스 이용 흐름
- 추천·평가 결과
- 특정 기능의 구현방법
- 소스코드
- 가격정책이나 영업전략
- 제안서에 포함된 사업 아이디어
서비스 전체가 막연하게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보호를 요구하는 요소를 하나씩 특정하여 비교해야 합니다.
나. 그것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인가
다음 자료를 통해 투자와 노력의 정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개발 참여인원과 개발기간
- 인건비·외주비·데이터 구매비용
- 기획서와 개발계약서
- 서비스 버전별 변경내역
- 데이터 수집 및 검증 절차
- 오류 제거와 품질관리 과정
- 서비스의 이용자 수와 매출
-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경쟁력
비용을 많이 들였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해당 투자와 노력이 실제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서비스 경쟁력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연결하여 설명해야 합니다.
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결과물이 독점적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업계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는 기능, 서비스 목적상 당연히 필요한 구성, 일반적인 데이터 조회 방식 등은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에서 사용하는 검색창, 장바구니, 별점, 결제화면과 같은 일반적인 기능은 자체 개발비용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독점적으로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쟁사가 자유롭게 이용해서는 안 되는 우리 회사의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갔는가?”
라. 상대방이 실제로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는가
이 부분이 소송에서 가장 어려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경쟁사는 대부분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상대방 서비스를 참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기능과 데이터는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수집했다.”
따라서 법적 대응을 준비할 때에는 단순한 유사성을 넘어 실제 사용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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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까
성과도용 등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되면 사실관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조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① 사용금지 또는 예방청구
부정경쟁행위로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면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서비스가 계속 운영되고 있어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면 가처분을 통해 우선 사용중지를 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② 데이터·콘텐츠 삭제 등 필요한 조치
부정하게 이용된 데이터나 콘텐츠의 삭제, 문제된 서비스 기능의 제거 등 침해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함께 요구할 수 있습니다.
③ 손해배상청구
상대방이 고의 또는 과실로 부정경쟁행위를 하여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서비스가 유사하다는 사실만으로 손해액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출 감소, 고객 이탈, 이용료 상당액 등 구체적인 손해와 상대방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해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금지·예방청구와 손해배상책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④ 계약상 책임 추궁
자료가 업무협약, 공동사업, 입찰, 외주개발 등의 과정에서 제공되었다면 비밀유지의무, 목적 외 사용금지, 반환·폐기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책임을 함께 물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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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가 우리 회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해서 모두 불법은 아닙니다.
시장에 공개된 아이디어나 업계에서 통상 사용하는 기능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참고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선행 사업자가 모든 유사 서비스를 금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정상적인 경쟁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데이터·콘텐츠·서비스 결과물을 경쟁사가 제휴나 협업 과정에서 취득한 뒤 그대로 이용했다면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도용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적 대응 가능성을 판단할 때에는 다음 네 가지를 구분하여 살펴야 합니다.
- 보호를 요구하는 구체적인 성과가 무엇인가
- 그 성과에 어느 정도의 투자와 노력이 들어갔는가
- 업계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닌가
- 경쟁사가 그 성과를 실제로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서비스와 비슷하다”는 인상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만든 어떤 성과를, 상대방이 어떤 경로로 취득하여, 자신의 서비스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법적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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