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상가나 건물을 낙찰받은 뒤 현장에서 “유치권 행사 중” 현수막을 마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낙찰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당혹스럽습니다.
“공사대금을 내가 대신 내야 하는가?”
“돈을 주지 않으면 건물을 인도받을 수 없는가?”
“명도소송부터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유치권 신고가 있다는 사실과 법적으로 유효한 유치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민법 제320조 제1항에 따라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①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있을 것, ②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존재할 것, ③ 그 채권이 변제기에 있을 것, ④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 아닐 것, ⑤ 유치권 배제 특약 등 발생을 막는 사유가 없을 것 등 여러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민법 제320조 제1항, 제2항).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낙찰 후 유치권 주장을 접했다면, 곧바로 금전 협상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점유 시점, 채권의 실체, 채권과 부동산의 견련관계, 유치권 배제 특약 여부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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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효한 유치권이 인정되면 낙찰자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나
유치권이 유효할 경우, 유치권이 행사된 물건이 경매로 소유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 유치권이 당연히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은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낙찰자가 채무자의 공사대금 채무 자체를 인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치권의 부담을 승계한다는 의미는, 유치권자가 낙찰자의 다른 재산에까지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유치권이 유효한 이상 낙찰자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부동산을 인도받기 어렵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경매에서 유치권의 진위 여부는 낙찰가뿐 아니라 향후 명도비용과 금융비용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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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짜 유치권’인지 확인해야 할 네 가지 핵심 요건
가. 실제로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가
유치권은 점유를 전제로 하는 권리입니다. 공사업자가 과거에 공사를 했고 아직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유치권이 생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해당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어야 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는 동안에도 그 점유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민법 제320조 제1항).
판례상 간접점유도 인정되므로 단순히 “사람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유치권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현수막 하나를 붙여놓았다는 사실만으로 점유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출입문과 열쇠를 누가 관리하는지, 다른 사람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실제 관리·사용 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해당 부동산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현수막 자체보다 출입통제 상태와 실제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유치권은 점유를 상실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328조). 점유가 중단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유치권 소멸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나. 유치권을 언제 취득했는가 —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후가 핵심
경매 사건에서는 점유가 시작된 시점이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입니다.
대법원은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마쳐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가 공사대금채권자에게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하여 유치권을 취득하게 한 경우, 그 점유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그 유치권으로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확립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점유는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에 이전받았더라도, 기입등기 후에 공사를 완공하여 공사대금채권을 취득함으로써 그때 비로소 유치권이 성립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
즉, 점유와 채권 발생 모두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에 이루어져야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
반면,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에 적법하게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라면, 그 취득 시기가 근저당권 설정 후라거나 유치권 취득 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기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낙찰자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이 사람이 언제부터 이 부동산을 점유했는가, 그리고 채권은 언제 발생했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개시결정 등기 이후 갑자기 출입문을 잠그고 현수막을 설치했다거나, 경매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뒤 유치권 신고가 이루어졌다면 점유 취득 경위를 특히 면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다만 경매개시결정 후 유치권 신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유치권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신고일이 아니라 실제 유치권을 언제 취득했는지입니다.
다. 주장하는 채권이 정말 그 부동산에 관하여 생긴 채권인가 — 견련관계
유치권으로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채권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법 제320조 제1항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일 것을 요구합니다. 이를 채권과 목적물 사이의 ‘견련관계’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건물 신축·보수공사를 하고 받지 못한 공사대금, 일정한 요건을 갖춘 필요비·유익비 상환청구권 등이 견련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권리금, 개인적인 대여금, 다른 현장에서 발생한 공사대금 등은 원칙적으로 해당 부동산 자체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사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전부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도급계약서, 세금계산서, 공사내역서, 계좌거래내역, 공사완료 시점 등을 확인해야 하고, 금액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라. 유치권을 포기하거나 배제하기로 한 약정은 없는가
계약서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미리 유치권의 발생을 막는 특약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러한 특약은 유효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치권 배제 특약이 인정되면 다른 성립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유치권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유치권 배제 특약의 효력은 특약의 당사자뿐 아니라 그 밖의 사람(예: 낙찰자, 근저당권자)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건축주와 시공사 사이에 유치권 포기각서가 작성되어 있다면, 낙찰자도 그 효력을 원용하여 유치권을 부정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주장하는 유치권이라면 임대차계약서의 원상복구 조항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 종료 시 임차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원상복구하여 반환하기로 한 약정이 유익비 등 비용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한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원상복구’ 문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건에서 자동으로 유치권이 부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인 계약 문언과 공사의 성격, 비용 부담에 관한 다른 조항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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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낙찰 후 유치권자를 만났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실무에서는 처음부터 유치권자와 금액 협상부터 시작하는 것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증거와 경매기록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경매사건 기록에 제출된 유치권 신고서와 첨부자료, 현황조사보고서, 매각물건명세서 등을 확인하고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채권의 내용과 점유 시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동시에 현장 상태도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현수막이 설치되었는지, 출입문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내부에 실제 사람이 있는지, 전기·수도 등의 사용 흔적이 있는지, 다른 임차인이나 채무자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특히 경매개시 당시에는 점유하지 않았다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면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 현황조사보고서와 현장사진, 관리사무소 자료, 출입기록, 전기·수도 사용내역, 주변 관계자의 진술 등이 점유 시점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낙찰자가 임의로 자물쇠를 뜯거나 내부 집기를 반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유치권이 허위라고 생각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을 받기 전에 물리력을 행사하면 오히려 점유침해나 형사문제로 분쟁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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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장 먼저 검토할 절차 — 부동산 인도명령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반드시 장기간의 명도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집행법 제136조 제1항에 따르면, 경매 매수인은 매각대금을 낸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채무자·소유자 또는 부동산 점유자를 상대로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치권자가 점유하고 있더라도, ① 경매개시결정 후에 비로소 점유를 시작하였다거나, ② 실제 공사대금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③ 채권과 부동산 사이의 견련관계가 없다거나, ④ 유치권 배제 특약이 존재하는 등의 사정이 분명하다면, 인도명령 절차에서 유치권의 대항력을 다투어 볼 수 있습니다.
소유자나 채무자가 아닌 제3의 점유자에 대한 인도명령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원이 그 점유자를 심문하므로(민사집행법 제136조 제4항), 유치권자가 제출하는 계약서와 공사자료에 대해 신속하게 반박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도명령이 확정되면 별도의 명도소송 판결을 받을 필요 없이 집행관에게 강제집행을 위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민사집행법 제136조 제6항). 낙찰 후에는 6개월이라는 인도명령 신청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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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도명령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유치권의 성립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가 매우 복잡한 사건도 있습니다. 공사가 실제로 있었는지, 공사대금이 얼마인지, 점유가 정확히 언제부터 이루어졌는지를 두고 상당한 증거조사가 필요하다면 인도명령 절차에서 해결되지 않고 본안소송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유치권 부존재확인청구와 부동산 인도청구를 검토하게 됩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유치권 부존재확인 판결은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판결입니다. 따라서 낙찰자가 현재 점유자를 실제로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부동산 인도청구까지 함께 구성해야 집행 가능한 판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안소송을 진행한다면 점유이전금지가처분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소송 도중 기존 점유자가 제3자에게 점유를 넘겨버리면 승소 후 강제집행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유관계를 현재 상태로 고정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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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허위 유치권이면 형사고소부터 해야 할까
형사절차는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공사대금채권을 만들어 내거나 공사대금을 허위로 부풀려 유치권을 신고함으로써 경매가격이나 입찰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면 형법 제315조의 경매방해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5조는 위계나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15조).
다만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허위 유치권 신고를 했다고 하여 곧바로 사기미수죄까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허위의 공사대금채권을 근거로 경매법원에 유치권 신고를 한 사건에서, 유치권자가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신고하는 경우 법원은 이를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하고 그 내용을 매각기일공고에 적시하나 이는 입찰예정자들에게 고지하는 것에 불과할 뿐 처분행위로 볼 수 없고, 유치권자가 얻게 되는 이의신청권 등도 법률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러한 신고만으로는 소송사기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고소를 검토한다면 막연히 “가짜 유치권이니까 사기다”라고 접근하기보다, ① 실제 채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② 허위 계약서나 세금계산서를 만들었는지, ③ 공사대금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는지, ④ 경매가격을 떨어뜨리거나 입찰자를 배제할 의도가 있었는지, ⑤ 낙찰자에게 허위 사실을 말하며 금전을 요구했는지 등 구체적인 행위를 구분해서 범죄 성립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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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물건에 유치권 신고가 되어 있거나 현장에 “유치권 행사 중” 현수막이 붙어 있다고 해서 유치권이 확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낙찰 후에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매각대금을 납부한 뒤 6개월이 지나면 민사집행법상 인도명령이라는 신속한 절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되므로, 유치권 분쟁이 예상된다면 먼저 경매기록과 현장증거를 확보하고 인도명령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민사집행법 제136조 제1항).
사실관계가 복잡하다면 유치권 부존재확인만 구할 것이 아니라 인도청구와 점유이전금지가처분까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허위 유치권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강하게 대응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초기에 유치권의 어느 성립요건을 공격할 것인지 정확하게 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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