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을 납품한 거래처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이 1억 원 남아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거래처 담당자는 “다음 주에는 반드시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채권자는 다급해집니다.
“지금이라도 가압류해야 하나?” “회생에 들어가면 미수금은 전부 못 받는 것 아닌가?” “계속 거래해 주면 기존 미수금부터 갚아주겠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거래처가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했다고 해서 미수금이 곧바로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 대응 없이 기다리면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채무자의 사정을 하소연하거나 지급 약속을 다시 받는 것이 아닙니다. 내 채권이 어떤 종류인지, 신고기한은 언제인지, 상계나 담보권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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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생 신청’과 ‘회생절차 개시’는 다릅니다
거래처가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강제집행이 자동으로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전이라도 채무자회생법 제44조에 따른 중지명령을 내려 이미 진행 중인 강제집행·가압류·경매 등을 중지시킬 수 있고, 나아가 제45조에 따른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하여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에 대해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을 포괄적으로 금지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45조 제1항). 포괄적 금지명령이 발령되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이미 행하여진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은 즉시 중지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3항).
특히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무자에게 결정서가 송달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그 효력 발생 이후에 이루어진 강제집행은 무효이고, 사후에 회생절차폐지결정이 확정되더라도 여전히 무효입니다. 따라서 포괄적 금지명령이 발령된 이후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더라도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개별 권리행사는 원칙적으로 회생절차 안에서만 이루어지게 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31조).
따라서 “회생을 신청했다”는 말만 듣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 다음 사항을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 관할 법원과 사건번호
- 회생절차 개시결정 여부
- 보전처분·중지명령·포괄적 금지명령 발령 여부 및 그 효력 발생 시점
- 채권신고기간과 채권조사기간
- 채권자목록에 기재된 채권액과 채권의 종류
거래처 담당자의 설명만 믿고 기다리는 것은 가장 위험한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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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수금의 운명은 금액보다 ‘채권의 종류’가 좌우합니다
회생절차에서는 모든 미수금이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습니다.
가. 회생절차 개시 전 납품한 물품대금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용역을 제공하여 발생한 대금채권은 통상 회생채권에 해당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는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1호).
회생채권은 원래 계약한 지급기일이나 지급액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감액되거나 장기간 분할 변제될 수 있습니다.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있으면 회생계획이나 채무자회생법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된 권리를 제외하고는 채무자는 모든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관하여 그 책임을 면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1조).
대금 지급기일이 회생절차 개시 후에 도래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익채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채권 발생의 주요 원인이 회생절차 개시 전에 형성되어 있다면, 손해나 지급기일이 나중에 확정되더라도 회생채권으로 분류됩니다.
예컨대 회생절차 개시 전에 물품 인도 및 성능시험이 완료된 경우, 하자 발생 시점이 회생절차 개시 후라 하더라도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주요한 발생원인은 회생절차 개시 전에 갖추어져 있으므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나. 담보가 설정된 채권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 기계, 매출채권 등에 저당권·질권·양도담보권 등이 설정되어 있다면 담보가치 범위에서 회생담보권이 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의 재산상에 존재하는 유치권·질권·저당권·양도담보권·가등기담보권 등으로 담보된 범위의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회생에서 회생담보권자는 담보가 있다는 이유로 자유롭게 경매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회생담보권 역시 회생절차에 신고하고 회생계획에 따라 권리가 조정됩니다. 양도담보권 실행행위도 포괄적 금지명령에 의하여 금지되거나 중지되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등’에 포함됩니다.
반면 파산절차에서는 저당권자나 질권자 등이 원칙적으로 별제권을 행사하여 파산절차와 별도로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고, 담보권 실행으로 변제받지 못한 부족액만 파산채권으로 신고하게 됩니다. 즉, 같은 담보권이라도 회생과 파산에서 행사 방식이 다릅니다.
다. 회생절차 개시 후 새로 발생한 거래대금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새로 발주한 물품이나 용역의 대금은 공익채권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2호는 “회생절차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을, 제7호는 “제11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인이 채무의 이행을 하는 때에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을 각각 공익채권으로 규정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2호, 제7호). 공익채권은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되며,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되는 지위를 가집니다.
또한 계속적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의 상대방이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회생절차개시 전까지 한 공급으로 생긴 청구권(제179조 제1항 제8호),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제179조 제1항 제8의2호)도 공익채권으로 인정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8호, 제8의2호).
그러나 단순히 회생 신청 이후 납품했다는 사실만으로 공익채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생절차 개시 전 체결된 계약인지, 누가 추가 발주를 했는지, 관리인의 권한 있는 행위인지,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거래인지 등을 따져야 합니다.
파산절차에서는 ‘공익채권’이 아니라 ‘재단채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명칭뿐만 아니라 인정 요건과 변제 방식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구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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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채권자목록에 들어갔다고 하니 괜찮겠지”가 가장 위험합니다
관리인이 제출한 회생채권자목록에 채권이 기재되어 있으면 별도의 신고 없이도 신고된 것으로 봅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51조). 그러나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채권자목록에는 다음과 같은 오류가 자주 발생합니다.
- 원금만 기재되고 지연손해금이 누락된 경우
- 실제 미수금보다 적은 금액이 기재된 경우
- 담보채권이 일반 회생채권으로 잘못 분류된 경우
- 손해배상채권이나 보증채권이 누락된 경우
- 여러 계약의 채권이 하나로 잘못 합산된 경우
회생절차에서 채권이 목록에도 기재되지 않고 채권자가 신고도 하지 않아 회생계획에서 누락되면,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있는 때에 실권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1조).
다만 관리인이 그 회생채권의 존재 또는 그러한 회생채권이 주장되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이를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 제251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회생계획이 인가되더라도 그 회생채권은 실권되지 않습니다.
채권신고가 늦었더라도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면 추후보완신고가 허용될 수 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52조 제1항).
그러나 추후보완신고는 원칙적으로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기 전까지만 허용되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52조 제3항), 처음부터 신고기한을 지키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관리인이나 다른 채권자가 신고된 채권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에는 채권조사확정재판 등으로 채권을 확정해야 합니다 . 이의가 제기된 사실을 뒤늦게 알면 권리를 잃을 수 있으므로, 조사기간 말일 또는 특별조사기일부터 1개월 이내의 신청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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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계할 채무가 있다면, 배당보다 훨씬 강력한 회수수단이 됩니다
거래처에 받을 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급할 돈도 있다면 상계 가능성을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회사가 거래처로부터 받을 물품대금이 1억 원이고, 반대로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원재료대금이 6,000만 원이라면 일정한 요건 아래 6,000만 원을 상계할 수 있습니다. 상계가 인정되면 회생계획에 따른 낮은 변제율을 기다리는 대신, 서로 겹치는 금액만큼 채권을 사실상 회수하는 효과를 얻습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44조 제1항은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채권과 채무의 쌍방이 신고기간 만료 전에 상계할 수 있게 된 때에는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는 그 기간 안에 한하여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 채무가 기한부인 때에도 같다.”라고 규정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4조 제1항).
이는 회생채권자와 회생채무자 상호 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상계함으로써 상쇄할 수 있다는 당사자의 기대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채무가 기한부인 경우에도 회생채권자가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 상계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
다만 채무자회생법 제145조는 ① 회생절차 개시 후에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 ② 지급의 정지, 회생절차개시의 신청 또는 파산의 신청이 있음을 알고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일정한 예외 있음), ③ 회생절차가 개시된 채무자의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후에 타인의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을 취득한 때 등의 경우에는 상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생절차 개시 직전이나 개시 후 인위적으로 반대채권을 취득한 경우 등에는 상계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상계할 채무가 있다면 지급부터 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계약관계, 채권 발생시기, 변제기와 상계금지 사유를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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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보증인과 제3자 담보는 별도로 추심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인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대표자나 제3자의 보증책임까지 당연히 감면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회생법 제250조 제2항은 회생계획은 회생절차가 개시된 채무자의 보증인, 연대채무자, 채무자 외의 자가 제공한 담보에 대한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법인에 대한 회생채권 신고와 별도로 대표자의 연대보증, 관계회사의 보증, 제3자 소유 부동산에 설정된 담보권을 검토하고 별도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회생회사에 대한 변제율이 20%라고 하더라도 보증인에 대해서는 나머지 채권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이나 특별법이 적용되는 보증채무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신용보증기금법 제30조의3은 중소기업에 대한 회생계획인가결정으로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주채무가 감경 또는 면제된 경우 연대보증채무도 동일한 비율로 감경 또는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연대보증인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중소기업에 대한 회생계획인가결정으로 주채무가 감면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다289990 판결). 보증의 종류와 적용 법률을 반드시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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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계속 납품하면 기존 미수금부터 갚겠다”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회생을 신청한 거래처는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기존 공급업체에 추가 납품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흔히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금만 공급해 주면 기존 미수금부터 정리하겠습니다.” “회생이 개시되면 새로 납품한 대금은 공익채권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기존 미수금을 우선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채권자 평등 원칙에 위반될 수 있고, 실제 지급되더라도 채무자회생법 제100조에 따른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특정 채권자에게만 이루어진 변제는 편파행위로서 부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납품대금 역시 계약 구조와 승인 절차에 따라 공익채권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서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경우에 한하여 상대방의 청구권이 공익채권이 되는 것이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7호), 단순히 회생 신청 이후 납품했다는 사실만으로 공익채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가 거래가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조건을 확보해야 합니다.
- 선입금 또는 납품과 동시에 현금 결제
- 기존 미수금과 신규 거래대금의 명확한 구분
- 관리인 또는 관리인으로 간주되는 대표자의 서면 발주
- 법원 허가가 필요한 거래인지 확인
- 신규 채권의 공익채권 해당 여부 검토
- 소유권유보, 담보 제공 또는 제3자 지급보증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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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생·파산 통보를 받은 당일 확인할 사항
거래처의 회생 또는 파산 소식을 들었다면 다음 자료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 계약서와 발주서
-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서
- 납품·검수·인수증
- 미수금 원장과 입금 내역
- 담보계약서와 보증서
- 상대방에게 지급할 채무 내역
- 회생·파산 사건번호와 법원 결정문
그다음에는 채권을 다음과 같이 분류해야 합니다.
| 분류 항목 | 회생절차 | 파산절차 |
|---|---|---|
| 절차 개시 전 원인 채권 | 회생채권 | 파산채권 |
| 담보권으로 담보된 채권 | 회생담보권 | 별제권 |
| 절차 개시 후 발생 우선 채권 | 공익채권 | 재단채권 |
| 상계 가능 반대채무 | 신고기간 만료 전 상계 가능 | 파산선고 전 상계 가능 |
| 보증인·제3자 담보 | 별도 권리행사 가능 | 별도 권리행사 가능 |
거래처가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미수금 회수가 끝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그때부터는 일반적인 독촉이나 내용증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닙니다.
같은 1억 원의 미수금이라도 아무 담보 없는 회생채권인지, 상계가 가능한 채권인지, 공익채권인지, 보증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인지에 따라 실제 회수액은 크게 달라집니다.
회생·파산 사건에서는 채권액이 크다고 우선하여 변제받는 것이 아닙니다. 채권의 법적 성격을 정확히 분류하고, 신고기간과 이의기간을 지키며, 상계·담보·보증을 신속하게 행사한 채권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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