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공급계약이나 제작·도급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발주자는 단순히 계약대금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닙니다.
납품받은 제품을 다시 고객사에 공급하기로 한 계약이 무산될 수 있고, 생산라인이 중단되거나 예정된 매장 개점과 제품 출시가 지연될 수도 있습니다. 고객사에 위약금을 지급하거나 급하게 대체품을 구입하면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분쟁에서는 이러한 손해가 모두 배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불이행으로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법적으로 상대방이 배상해야 할 손해라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이 이른바 특별손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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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로 발생한 손해라고 해서 모두 배상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규율합니다.
제1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제2항: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민법 제393조)
대법원은 이 조항에 대하여, 제1항의 통상손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제2항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할 때에는 채무불이행과 손해 사이에 자연적·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제품 공급계약이나 제작·도급계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발주자에게는 다양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① 이미 지급한 선급금·계약금, ② 대체품 긴급 구입에 따른 추가 비용, ③ 고객사에 지급한 위약금, ④ 생산라인 중단으로 인한 영업손실, ⑤ 제품 출시·매장 개점 지연에 따른 손해, ⑥ 재판매 이익의 상실, ⑦ 제3자와의 후속 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금, ⑧ 특별히 투입한 인력·설비·마케팅 비용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이 통상손해이고 어느 것이 특별손해인지는 계약의 성격, 거래 관행, 계약 목적, 그리고 당사자들이 계약 체결 당시 알고 있던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고객사에 대한 위약금, 후속 계약의 무산, 생산라인 전체의 중단, 특정 시기의 제품 출시 지연으로 인한 대규모 영업손실 등은 공급자와 발주자 사이의 계약만으로는 당연히 예상하기 어려운 손해, 즉 특별손해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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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특별손해 청구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손해액’보다 ‘사전 인식’에 있다
특별손해를 청구하는 당사자는 단순히 큰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 입증해서는 부족합니다.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러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정을 알고 있었거나 적어도 알 수 있었다는 사실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예견가능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특별손해를 주장하는 채권자에게 있습니다.
대법원은 제조회사가 무역회사의 수출 목적과 해외 거래선과의 교섭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안에서, 공급이 중단되면 무역회사가 해외 수입업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의 위약금이나 대체구매 차액 등은 배상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무역회사의 거래 상대방인 수입업자가 다시 제3자와 체결한 후속 계약의 내용까지 제조회사가 알 수 없었다면, 그 후속 계약의 불이행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단순히 “손해가 발생했는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공급자가 계약 체결과 이행 과정에서 실제로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가가 특별손해 인정 여부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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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약서에 특별손해 조항을 넣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약서에 특별손해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계약서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공급자는 납품지연 또는 공급불이행으로 인하여 구매자에게 발생하는 대체구매비용, 구매자가 제3자에게 부담하는 위약금 및 손해배상금, 생산중단 손실 등 계약 체결 당시 공급자가 알고 있던 손해를 배상한다.”
그러나 실제 계약협상에서는 상대방이 이러한 조항의 삽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공급자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책임제한 조항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 간접손해와 특별손해는 배상하지 않는다.
- 손해배상액은 계약대금 또는 최근 일정 기간 지급한 대금으로 제한한다.
- 영업손실, 일실이익, 제3자 청구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 위약금 외의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거래관계나 협상력 때문에 특별손해 조항을 계약서에 넣기 어렵다면, 그렇다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계약서 외의 자료를 통해서라도 상대방에게 특별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그 사실을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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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납품이 늦으면 손해가 큽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특별손해의 예견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추상적인 경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대방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합니다.
가. 계약의 목적을 밝혀야 한다
해당 제품이 단순한 재고 확보용인지, 특정 고객사에 납품하기 위한 것인지, 특정 공사·행사·매장 개점·제품 출시에 사용되는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본 제품은 당사가 ○○회사와 체결한 공급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주문하는 것입니다.”
나. 이행기한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납품일자를 기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해당 날짜를 넘기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함께 알려야 합니다.
“2026년 9월 30일까지 납품되지 않을 경우 당사는 고객사에 대한 2026년 10월 5일자 납품의무를 이행할 수 없습니다.”
다. 예상되는 손해의 종류를 특정해야 한다
발생 가능한 손해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기재하기보다는 실제 계약구조에 맞게 특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객사 납품이 지연될 경우 당사는 지체상금, 긴급 대체구매비용 및 운송비를 부담할 수 있으며, 납품이 불가능해질 경우 고객사로부터 계약해제와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라. 가능한 경우 손해 규모도 알려야 한다
정확한 금액을 확정하기 어렵더라도 계산 기준이나 예상 범위를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객사 계약상 지체상금은 지연 1일당 납품대금의 0.1%이며, 계약이 해제될 경우 예상 손해배상액은 약 1억 원입니다.”
이와 같이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면 상대방이 단순히 “중요한 계약이라고만 들었다”고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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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특별손해에 관한 통지는 언제 해야 하는가
가장 안전한 시점은 계약 체결 전 또는 계약 체결 당시입니다. 상대방이 해당 위험을 인식한 상태에서 계약금액, 납기, 생산능력과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했다는 구조가 가장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약 체결 당시에는 후속 계약이나 구체적인 손해 발생 가능성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에는 관련 사정이 발생한 즉시 알려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 시점마다 통지가 필요합니다.
- 견적 요청 또는 계약 협상 단계
- 계약 체결 또는 발주서 송부 단계
- 고객사와 후속 계약을 체결한 시점
- 공급자의 납품지연 가능성을 인지한 시점
- 납기 연장이나 이행계획을 협의하는 시점
- 최종 이행 최고나 계약해제 통지를 하는 시점
특히 공급자가 납품 지연을 예고하거나 연락을 회피하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는 모든 통지를 서면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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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메일 한 통이 향후 소송의 결과를 바꿀 수 있다
특별손해에 관한 통지는 반드시 정식 내용증명으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 발주서, 이메일, 업무협의서, 회의록, 문자메시지, 메신저 대화 등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통화나 대면회의에서만 설명하면 나중에 상대방이 이를 부인할 수 있습니다. 회의 이후에는 반드시 이메일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금일 회의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본 제품은 당사의 ○○회사 납품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제품입니다. 귀사의 납품이 2026년 9월 30일을 초과할 경우 당사는 고객사에 대하여 지체상금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며, 생산일정 전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위 납기 준수 가능 여부와 구체적인 생산·납품계획을 2026년 8월 20일까지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대방이 이에 대해 “확인했다”, “납기를 준수하겠다”, “일정에 문제가 없다”고 회신했다면 예견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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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3자 계약서는 필요한 범위에서 공유할 필요가 있다
발주자가 고객사와 체결한 계약의 위약금이나 납기 조항을 근거로 특별손해를 청구하려면, 공급자가 그 계약의 존재와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앞서 본 대법원 판결에서도, 제조회사가 무역회사 이후의 전매 계약 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그로 인한 손해는 특별손해로서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
그렇다고 영업상 중요한 계약서 전체를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필요한 내용만 알릴 수 있습니다.
- 고객사명과 납품 목적을 이메일에 기재
- 납기와 지체상금 조항만 발췌하여 제공
- 계약금액이나 민감한 단가는 가린 후 공유
- 후속 계약의 핵심 조건을 별도 확인서로 작성
-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한 뒤 관련 자료 제공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단순히 제3자 계약의 존재만 알고 있었는지가 아니라, 자신의 공급불이행이 어떤 후속 손해로 연결되는지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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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전 통지를 했다고 특별손해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손해 발생 가능성을 미리 알렸다고 해서 향후 모든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별도로 다음 사항도 입증해야 합니다.
-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사실
- 채무불이행과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
- 손해액과 계산 근거
- 후속 계약과 위약금의 합리성
- 손해를 줄이기 위한 대체구매 등 조치를 취했는지
- 손해가 이중으로 계산되지 않았는지
- 계약상 책임제한 또는 면책조항이 존재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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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손해가 발생한 뒤가 아니라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만들어야 한다
실제 소송이 시작된 뒤 특별손해를 주장하려고 하면 흔히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 상대방에게 후속 계약의 존재를 알려준 자료가 없다.
- 위약금 조항이나 고객사 납품기한을 공유한 기록이 없다.
- 공급자가 손해 규모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 구두로 설명했지만 당시 담당자가 퇴사했다.
- 고객사에 지급한 금액이 합리적인 손해배상인지 입증하기 어렵다.
- 납품지연 이후에도 대체품을 구하지 않아 손해가 확대되었다.
- 실제 손해와 무관한 투자비용까지 한꺼번에 청구했다.
따라서 손해배상 소송은 손해가 발생한 뒤 준비해서는 늦습니다.
계약이 이행되는 동안 상대방에게 계약의 목적과 불이행 위험을 설명하고, 납품일정과 후속 거래관계, 예상 손해를 문서로 남기는 것이 사실상 손해배상 소송의 증거를 사전에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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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단의 “상담 문의/예약“을 이용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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