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같이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도 같이 냈고, 초기 영업도 같이 뛰었습니다. 그런데 법인 등기는 한 사람 명의로만 되어 있습니다. 지분도 없습니다. 계약서도 없습니다.
그러다 관계가 틀어지고, 상대방이 이렇게 말합니다.
“지분 없잖아. 너 그냥 도와준 거 아니야?”
결론부터 말하면 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전혀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핵심은 “법적으로 동업으로 인정되느냐“입니다.
1. 계약서 없어도 동업 인정이 가능한가
가. 민법상 조합의 성립 요건
민법은 조합(동업)의 성립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민법 제703조 제1항)
여기서 출자는 금전, 기타 재산뿐만 아니라 노무로도 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703조 제2항). 즉,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더라도 노동력을 제공한 것만으로도 출자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 서면 계약서는 필수가 아니다
민법상 조합계약은 구두 합의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고, 서면 계약서가 없다고 해서 동업관계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인 등기가 한 사람 명의로만 되어 있거나, 사업자등록이 상대방 명의로만 되어 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계약서 없이도 동업관계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원고와 피고가 직접 동업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사실, 투자 지분이 50:50이고 이익과 손실도 지분비율에 따라 배분하기로 약정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동업관계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즉, 계약서가 없어도 동업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서가 없으면 동업임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2. 판례상 동업 인정 기준
법원이 동업관계를 인정할 때 어떤 요소들을 살펴보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가. 공동사업 경영의 의사
단순히 같이 일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1) 출자 여부
금전, 재산, 노무 중 어떤 형태로든 출자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초기 자금을 함께 부담했거나, 영업 활동에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되면 출자 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2) 손익 분배 약정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도 함께 부담하기로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익만 나눠 갖기로 했다면 동업이 아닌 투자계약이나 고용관계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법원은 “특정한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거나 사업의 손실이 있는 경우 손실까지 함께 분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동업계약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동업을 부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3) 업무 분담 및 의사결정 참여
사업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했는지,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4) 사업자등록 명의, 계좌 관리 등 외형적 사정
사업자등록이 누구 명의인지, 수익금이 어떻게 관리되었는지,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외형적 사정도 고려됩니다.
나. 동업관계 부정 사례
법원이 동업관계를 부정한 주요 사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 동업약정에 관한 서면이 전혀 없고, 구두 합의도 입증되지 않은 경우
- 손실 분담에 관한 약정이 없는 경우
- 상대방 사업을 단순히 도와준 것에 불과한 경우
- 명의대여 관계에 불과한 경우
다. 동업관계 인정 사례
반면 동업관계가 인정된 사례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동업계약서(비록 간략하더라도)가 존재하는 경우
- 지분 비율, 손익 분배 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던 경우
- 실질적으로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경우
-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등 간접증거가 풍부한 경우
3. 동업이 인정될 경우 법적 구조
동업관계가 인정되면, 그 법적 구조는 민법상 조합입니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가. 조합 탈퇴와 지분 환급
동업관계가 인정되면, 관계가 틀어진 당사자는 조합에서 탈퇴할 수 있습니다.
- 존속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 언제든지 탈퇴 가능 (민법 제716조 제1항)
- 존속기간을 정한 경우: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탈퇴 가능 (민법 제716조 제2항)
탈퇴한 조합원은 탈퇴 당시의 조합 재산 상태에 따라 지분을 계산하여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719조 제1항). 이때 지분은 출자의 종류에 관계없이 금전으로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719조 제2항).
나. 지분 계산 방법
탈퇴 시 지분 계산은 단순히 출자액을 돌려받는 것이 아닙니다. 탈퇴 당시 조합의 전체 재산 상태(영업가치 포함)를 기준으로 지분비율에 따라 계산합니다.
다. 조합 해산과 청산
탈퇴가 아닌 조합 전체의 해산을 원하는 경우에는 해산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해산 후에는 청산 절차를 거쳐 잔여재산을 분배받습니다.
라. 중요한 주의사항: 해제·해지 불가
동업계약(조합계약)은 일반 계약과 달리 해제 또는 해지하고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조합의 해산청구, 탈퇴, 제명만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동업계약을 해지하고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청구는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탈퇴 또는 해산을 원인으로 한 지분환급청구의 형태로 청구해야 합니다.
마. 법인 명의로 사업이 운영된 경우
법인 등기가 상대방 명의로만 되어 있는 경우, 동업의 영업주체가 법인으로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동업관계에서의 탈퇴를 이유로 출자금 반환이나 지분 정산을 구할 수 없고, 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투하 자본을 회수하는 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4. 동업이 부정될 경우 투자한 노동이나 금액의 반환 주장 방법
동업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다음과 같은 법적 근거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 부당이득반환청구
동업관계가 부정되더라도, 상대방이 법률상 원인 없이 나의 노무나 금전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민법 제741조). 다만 이 경우에도 상대방이 얻은 이익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나. 묵시적 고용계약 또는 용역계약에 기한 보수 청구
동업이 아닌 고용 또는 용역 제공 관계로 재구성하여 보수를 청구하는 방법입니다. 실질적으로 상대방의 지시·감독 하에 노무를 제공했다면 근로계약 또는 용역계약이 묵시적으로 성립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상대방이 처음부터 동업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동업을 가장하여 노무나 금전을 편취한 경우, 불법행위(기망)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망의 고의 및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5. 실무상 유의점
가. 증거 확보가 생명이다
동업관계를 주장하는 측이 입증책임을 집니다. 계약서가 없는 경우 다음과 같은 간접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야 합니다.
- 카카오톡·문자메시지: 지분, 수익 배분, 공동 의사결정에 관한 대화
- 이메일: 사업 계획, 업무 분담, 수익 배분 논의
- 계좌 이체 내역: 공동 자금 관리, 수익 배분 내역
- 사업 관련 서류: 명함, 계약서(거래처와의), 견적서 등에 공동으로 이름이 기재된 것
- 증인: 동업 사실을 알고 있는 제3자
나. 손익 분배 약정의 입증에 집중하라
법원이 동업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손실도 함께 부담하기로 했는지입니다. 이익만 나눠 갖기로 했다는 증거만 있고 손실 분담에 관한 합의가 없다면 동업이 아닌 투자 또는 고용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다. 법인 설립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
동업 도중 법인이 설립된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업관계 탈퇴에 기한 지분 정산이 아닌 주식 반환 또는 주주권 확인 등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다973 판결). 이를 간과하면 청구 자체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마. 탈퇴 시점의 재산 상태 파악이 중요하다
지분환급청구는 탈퇴 당시의 조합 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민법 제719조 제1항). 따라서 탈퇴 시점에 조합이 채무초과 상태였다면 환급받을 지분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이 번창하고 있는 시점에 탈퇴하면 영업가치까지 포함한 지분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탈퇴 시점의 선택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계약서와 지분이 없더라도 동업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인정되면 탈퇴에 기한 지분환급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동업이 부정되더라도 부당이득반환, 용역대금 청구 등 다양한 경로가 열려 있습니다. 실무에서 핵심은 어떤 증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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