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직원이 법을 위반했는데 회사까지 함께 처벌을 받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바로 “양벌규정”때문입니다.
양벌규정이란, 직원(대리인·사용인·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위법행위를 하면, 그 행위를 한 직원 개인뿐 아니라 회사(법인) 또는 개인 사업주도 함께 처벌하는 제도입니다.
핵심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직원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② 그 행위가 “회사 업무와 관련된 행위” 였다 → 그러면 회사도 같이 처벌 대상이 된다
이 경우 “몰랐다”, “지시한 적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1. 양벌규정 -실제 조문 예시
양벌규정의 대표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 안전사고 분야
조문 전문: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67조 제1항 또는 제168조부터 제172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게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을, 그 개인에게는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해설:
- 현장 직원이 안전수칙을 위반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 직원뿐 아니라 회사도 최대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특히 이 조문은 법인에 대해 일반 벌금형보다 가중된 벌금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양벌규정과 구별됩니다.
실제 적용 사례:
건축공사업 법인의 현장소장이 작업계획서 미작성, 추락방호망 미설치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근로자가 8.2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법원은 법인이 현장소장에게 독자적인 영업활동 권한을 부여하고 공사 내용을 파악조차 하지 못한 점을 들어 법인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8. 18. 선고 2021고단2329 판결)
나. 저작권법 제141조 – 불법 소프트웨어 분야
조문 전문: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 장의 죄를 저지른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저작권법 제141조)
해:
- 직원이 회사 업무에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회사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됩니다.
- 특히 재택근무·원격근무 환경에서 직원이 개인 노트북에 불법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업무에 사용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실제 적용 사례 – 법인 유죄:
직원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개인 노트북에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업무에 사용한 사안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주의와 감독을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회사가 사내 컴퓨터에 대한 관리는 하였으나 직원 개인 PC에 대한 관리 조치는 전혀 없었고,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서약서도 범행 발생 후에야 작성된 점 등을 이유로 법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5. 9. 17. 선고 2024노2413 판결)
다. 아동복지법 제74조 – 아동학대 분야
조문 전문: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71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아동복지법 제74조)
해설:
-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 보육교사가 아동학대를 저지르면, 원장(운영자)도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실제 적용 사례 – 법인 무죄(면책 인정):
어린이집 원장이 ① 보육교사 채용 시 아동학대 범죄전력 확인, ② 신입교사 연수 및 정기 교사회의를 통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 실시, ③ CCTV 설치·운영, ④ 매주 교사회의에서 구체적 지침 전달, ⑤ 수시로 단체 채팅방을 통해 아동학대 방지 사례 공유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감독 조치를 다한 경우, 법원은 아동복지법 제74조 단서를 적용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광주지방법원 2022. 10. 27. 선고 2021노2042 판결)
라. 대기환경보전법 제95조 – 환경 분야
조문내:
- 현장 직원이 비산먼지 억제시설을 가동하지 않거나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하면, 회사도 처벌됩니다.
실제 적용 사례 – 법인 무죄(면책 인정):
법인이 하도급업체와 계약 시 집진기 사용 의무를 명시하고, 정기적으로 비산먼지 저감 교육을 실시하였으며, 현장 방문 점검을 통해 개선을 촉구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경우, 법원은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22. 7. 21. 선고 2020노4361 판결)
2. 업무 관련성이 있어야 함
회사가 양벌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위법행위가 “업무와 관련되어서 발생한 것”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 영업 직원이 거래처에 금품 제공 (뇌물·배임 관련)
- 현장 직원이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작업 진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 직원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업무에 사용 (저작권법 위반)
- 직원이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거나 규제 위반 행위 (농수산물 원산지표시법 위반 등)
이런 경우 대부분은 “직원의 일탈”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법은 이렇게 봅니다.
“그 직원은 회사 일을 하다가 그 행위를 한 것 아닌가?”
결국 ‘업무 관련성’ 이 인정되면 회사까지 묶여 들어옵니다. 다만, 직원이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업무 관련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3. 회사가 평소에 관리/감독의무를 다했는가?
가. 대표이사는 “몰라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많은 대표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전혀 몰랐는데 왜 책임을 져야 하지?”
양벌규정은 ‘개인 책임’이 아니라 ‘구조 책임’ 에 가깝기 때문에 책임을 집니다.
법원은 아래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 그 회사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했는가?
- 내부적으로 통제 시스템이 있었는가?
- 예방 조치를 제대로 했는가?
이게 없으면, 단순히 몰랐다는 이유로는 부족합니다.
4. 법인이 면책되는 경우 – ‘상당한 주의와 감독’
가. 면책의 요건
양벌규정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회사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 는 점을 입증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면책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해당 법률의 입법 취지
②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③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실제 야기된 피해의 정도
④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⑤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나. 면책이 인정된 사례
1) 아동복지법 위반 – 어린이집 원장 면책 (광주지방법원 2022. 10. 27. 선고 2021노2042 판결)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에게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정기적 교사회의를 통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였으며, CCTV를 설치·운영하는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감독 조치를 다한 경우, 법원은 아동복지법 제74조 단서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 법인 무죄 (대전지방법원 2022. 7. 21. 선고 2020노4361 판결)
법인이 비산먼지 발생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였음이 인정된 경우, 법원은 양벌규정의 면책 단서를 적용하여 법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다. 면책이 부정된 사례
1) 저작권법 위반 – 법인 유죄 (수원지방법원 2025. 9. 17. 선고 2024노2413 판결)
직원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개인 노트북에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업무에 사용한 사안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재택근무·원격근무가 활발해진 현실에서 피고인 회사는 직원이 개인 PC에서 불법 복제물을 사용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따라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예방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단순히 정기적으로 직원교육을 실시한 것만으로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법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 법인 유죄 (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8. 18. 선고 2021고단2329 판결)
법인이 이 사건 공사의 내용을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경우, 법원은 “위험예방조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였다” 고 보아 법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5. 가장 위험한 회사
실무적으로 보면, 리스크가 큰 회사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위험 신호 | 설명 |
|---|---|
| 규정은 있는데 아무도 안 지킴 | 내부 규정이 ‘종이 위 규정’에 불과 |
| 교육은 형식적으로만 진행 | 출석 체크만 하고 실질 내용 없음 |
| 위반 발생해도 그냥 넘어감 | 제재 없이 묵인·방치 |
| 감독 체계 자체가 없음 | 지휘감독 관계가 불분명 |
법원은 이러한 사실관계가 있으면 법인의 책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판례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주의와 감독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5. 9. 17. 선고 2024노2413 판결)
6. 문제는 “사고”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양벌규정은 단순히 처벌 규정이 아니라, 회사에게 이렇게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게 시스템을 만들어라”
이미 사건이 터진 뒤에는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평소 아래와 같은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 관련 기준과 규정을 만들것 -> 이를 직원이 알기쉽게 전파하고 게시할것
- 평상시에 위반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점검할 것
- 위반 사항 발생 시 실제로 조사하고 제재할 것
직원 한 명의 문제로 시작된 일이 회사 전체의 형사책임으로 확대되는 구조가 양벌규정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미리 설계해 둔 내부통제 수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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