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습성향으로 나온 두번의 판결, 모두 처벌받아야 할까?
마약 사건 뉴스를 보다 보면 가끔 낯선 법률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포괄일죄, 면소판결. 법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께는 생소하게 느껴지실 텐데요. 오늘은 이 두 개념을 실제 사례를 통해 최대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먼저, 상습범이 뭔가요?
마약을 한 번 투약하고 딱 끊은 사람과,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투약해온 사람은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됩니다.
후자처럼 같은 범죄를 반복하는 버릇(습벽) 이 몸에 밴 사람을 법에서는 상습범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또 했다”는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이미 습관화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은 이런 상습범을 일반 위반자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2항, 제61조 제2항).
포괄일죄 — “여러 번 했어도 사실은 하나의 죄”
이제 핵심 개념입니다.
어떤 사람이 1년 동안 마약을 10번 투약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이걸 범죄 10개로 볼까요, 아니면 하나로 볼까요?
법원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같은 습벽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행위들은, 시간과 장소가 달라도 실체법상 하나의 범죄다.”
이것이 바로 포괄일죄(包括一罪) 입니다. 여러 행위를 하나로 ‘포괄’해서 하나의 죄로 본다는 뜻이죠.
그리고 법원은 마약 투약뿐 아니라 매수(구입), 소지까지도, 결국 마약을 소비하려는 같은 습벽에서 나온 행위라면 모두 하나로 묶어서 봅니다.
마약 투약 + 마약 매수 + 마약 소지 → 모두 같은 마약소비습벽의 발현 → 포괄일죄
면소판결 — “이미 재판이 끝난 사건은 다시 심판하지 않겠다”
포괄일죄 개념을 이해하셨다면, 면소판결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포괄일죄로 묶이는 범행들 중 일부에 대해 재판이 이미 확정됐다면, 나머지 부분에도 그 판결의 효력이 미칩니다. 쉽게 말해, “한 덩어리 범죄”의 일부를 이미 처벌받았다면, 나머지를 다시 처벌하는 건 이중처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경우 법원은 “이 사건은 이미 재판이 끝났으니 다시 심판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데, 이것이 바로 면소판결(免訴判決) 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는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는 반드시 면소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포괄일죄(상습범)의 일부에 대해 확정판결이 있으면, 그 사실심 판결선고 시 이전에 저질러진 나머지 범행에 대해서만 기판력이 미쳐 면소판결을 선고해야 합니다. 다만, 확정판결 이후의 범행은 포괄일죄가 분단(分斷)되어 별개 범죄가 됩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면소판결은 무죄판결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재심청구도 할 수 없습니다.
| 종류 | 의미 |
|---|---|
| 무죄판결 | “범죄 자체가 없다” |
| 면소판결 | “이미 재판이 끝났으니 다시 심판하지 않는다” |
실제 사례로 이해해봅시다
김마약 씨의 이야기
김마약 씨는 수년간 필로폰을 끊지 못하고 반복 투약해 온 사람입니다.
[A 사건] 2023년 3월, 검사는 김마약 씨가 2022년 1월 ~ 2023년 2월 동안 필로폰을 총 10회 투약·매수한 사실을 적발하여 상습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으로 기소했습니다. 재판 결과, 2023년 10월에 징역 2년이 선고됐고 2023년 11월에 확정됐습니다.
[B 사건] 그런데 수사 중에 추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마약 씨가 2021년 6월 ~ 2021년 12월에도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소지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검사는 2023년 6월, 이 사실로 별도 추가 기소했습니다.
여기서 질문입니다. B 사건은 별도로 처벌받아야 할까요?
다음 세 가지를 따져봅시다.
- B 사건의 범행(2021년)은 A 사건의 판결 선고일(2023년 10월) 이전에 발생했다.
- 두 사건 모두 동일한 마약소비습벽에서 비롯됐다.
- A 사건에서 김마약 씨는 상습범으로 기소되어 처단됐다.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됩니다. 따라서 두 사건은 포괄일죄 관계에 있고, A 사건의 확정판결 효력은 B 사건에도 미칩니다. B 사건 법원은 면소판결을 선고해야 합니다.
[B 사건 범행] [A 사건 범행] [A 사건 판결 확정]
2021.6 ~ 12 → 2022.1 ~ 2023.2 → 2023.11 확정
↓
모두 동일한 마약소비습벽의 발현 → 포괄일죄
↓
A 사건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B 사건에도 미침
↓
B 사건 → 면소판결
핵심 조건 — 반드시 “상습범”으로 처단되었어야
여기서 매우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A 사건에서 반드시 ‘상습범’으로 기소·처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A 사건이 단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비상습)으로 처단된 경우라면, 나중에 “사실 두 사건이 다 상습범이었다”고 주장해도 B 사건에서 면소판결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비상습범으로 기소되어 판결이 확정된 이상, 그 사건의 범죄사실이 상습범 아닌 기본 구성요건의 범죄라는 점에 관하여 이미 기판력이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627 판결)
쉽게 말해, 비상습으로 확정된 판결은 “이 사람의 범행은 상습이 아니다”라는 판단까지 이미 포함하고 있으므로, 나중에 상습이었다고 뒤집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면소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면소판결이 확정되면 다음 효과가 생깁니다.
- 일사부재리: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 이중처벌 금지: 헌법상 이중처벌 금지 원칙이 적용됩니다.
마치며 — 변호인의 눈이 중요한 이유
마약 사건으로 여러 번 기소된 피고인에게, 포괄일죄와 면소판결 법리는 매우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 먼저 확정된 판결이 상습범으로 처단된 것인지
- 두 사건의 범행이 동일한 습벽에서 비롯된 것인지
- 나중에 기소된 사건의 범행이 먼저 확정된 판결의 사실심판결 선고 전에 이루어진 것인지
이 세 가지가 모두 맞아떨어진다면, 이미 처벌받은 것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범행으로 또다시 처벌받는 억울한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