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했는데 재회가 안 됐어요. 사기 아닌가요?”
연애 상담 커뮤니티나 법률 상담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질문입니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간절한 마음에 무속인을 찾았다가,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쓰고도 아무 결과가 없어 후회하는 분들이 실제로 꽤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알아보면, 생각보다 이야기가 복잡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순히 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무속행위는 그 특성상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고, 실제로 무속인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판례도 존재합니다.
어떤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고, 어떤 경우에는 어렵지는 판례와 법리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무속행위와 사기죄의 관계
무속행위(굿, 기도 등)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민간에 뿌리내린 토속신앙의 일종입니다. 영혼이나 귀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적 세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거나 반증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판례는 다음과 같은 입장입니다.
“굿을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무속인이 실제로 굿을 행하고, 본인도 그 효과를 믿는 마음으로 했다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을 ‘속임수’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23. 선고 2016노485 판결,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2021. 2. 23. 선고 2020고단396 판결)
2.그렇다면 언제 사기죄가 성립할까?
가. 사기죄의 기본 구성요건 (형법 제347조)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아래 다섯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① 기망행위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
② 피기망자의 착오 (상대방이 그 말을 믿고 오해한 상태)
③ 착오에 기한 처분행위 (그 오해 때문에 돈 등을 건네는 행위)
④ 재산상 손해 발생
⑤ 고의 및 불법이득의사 (처음부터 속여서 이득을 취하려는 마음)
쉽게 말해, “처음부터 속일 작정으로 거짓말을 했고, 그 때문에 피해자가 돈을 잃었어야” 사기죄가 됩니다.
나. 무속행위에서 예외적으로 사기죄가 인정되는 경우
판례는 두 가지 경우에 한해 사기죄 성립을 인정합니다.
1) 처음부터 굿을 할 의사가 없었던 경우
실제로 굿을 할 능력도 의사도 없으면서 “해드리겠다”며 돈을 받았다면 명백한 사기입니다. 예를 들어 무속인 행세를 하는 일반인이 굿을 약속하고 돈만 챙겨 잠적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2) 통상의 무속행위 범주를 벗어난 경우
자신도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효과가 있는 척 속이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의뢰인을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입니다.
다. 실제 유죄 판결 사례 — 재회굿
요즘 sns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재회굿에 대해 사기죄를 인정한 판례는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7. 5. 선고 2024노13 판결’등이 있습니다. 해당 사례는 무속인이 피해자에게 “굿을 하면 전 남자친구와 반드시 재회시켜 주겠다”고 약속하고, 채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1억 3,590만 원을 받아 낸 사건입니다. 법원은 다음 이유로 사기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 재회를 확실히 시켜주겠다는 객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적극적 약속을 한 점
- 굿비 외에 주식투자 등 다른 명목으로도 돈을 받아 낸 점
- 돈을 받고도 실제로 굿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던 점
- 전통적인 무속행위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점
라. 사기죄 해당 여부, 무엇을 보고 판단할까?
대전지방법원 2021. 12. 8. 선고 2021노921 판결은 “전통적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되는 한계를 벗어났는지”를 아래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제시했습니다.
- 피고인의 자격이나 경력 (정식 무속인인지 여부 등)
-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과장했는지
- 피해자가 무속행위를 하게 된 경위
- 예고한 불행이나 약속한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확실했는지
- 무속행위의 형태가 전통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 무속행위의 횟수 및 금액의 과다 여부
피고인이 “나는 진심으로 믿고 굿을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자백이 없더라도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 경위, 이행 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서 고의 여부를 판단합니다. 기도·굿에 대가를 받았더라도 행위자가 그 효과를 진심으로 확신하고 있었다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이부분의 입증이 쉽지않아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는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3. 민사 —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민법 제750조)
형사 사건(고소)과 민사 사건(손해배상 청구)은 별개입니다. 형사 기소가 안 되더라도 민사 청구가 가능할 수 있고, 반대로 형사 유죄가 나와도 민사 배상이 자동으로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다만 민사에서도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상대방이 나를 속이는 행위, 즉 ‘기망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민법 제750조).
여기서 말하는 기망행위는 단순히 효과가 없었다는 수준이 아니라,
애초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말하거나, 결과를 확실히 보장하는 등 상대방을 믿게 만들어 돈을 지급하도록 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재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이 처음부터 허위·과장된 내용으로 유인했는지까지 입증되어야 민사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나. 민사 판례의 태도
서울동부지방법원 2008. 5. 22. 선고 2007가합7018 판결은, 무속인이 의뢰인이 원하는 목적 달성을 위해 무속업계에서 통상적으로 행하는 굿을 실제로 수행한 이상, 설령 그 능력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다. 민사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
그러나 다음 사정이 있다면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적극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 실제로 굿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한 것처럼 속인 경우
- 재회를 확실히 보장한다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허위 약속을 한 경우
- 굿비 외에 다른 명목으로 추가 금원을 받아 낸 경우
- 지급한 금액이 무속업계의 통상적인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경우
4. 내 상황에서 고소·청구가 가능할까?
가. 유리한 사정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
| 사정 | 설명 |
|---|---|
| 재회 보장 약속 | “반드시 재회시켜 주겠다”는 구체적·확정적 약속 |
| 단기간 고액 지급 | 짧은 기간에 거액을 반복 지급한 경우 |
| 실제 굿 미이행 | 돈을 받고도 실제 굿을 하지 않은 경우 |
| 추가 명목 편취 | 굿비 외 투자·부적 등 다른 명목으로 추가 금원 요구 |
| 불안감 조성 | “굿을 안 하면 단명한다” 등 위협적인 말 반복 |
나. 불리한 사정 (사기죄 성립이 어려운 경우)
- 무속인이 실제로 굿을 이행한 경우
-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굿을 먼저 요청한 경우
- 지급 금액이 무속업계의 통상적인 범위 내인 경우
- 무속인이 자신의 능력을 진정으로 믿고 있었던 경우
다. 지금 당장 확보해야 할 증거
만약 재회굿 등을 이유로 고소나 민사 청구를 고려 중이라면 아래 자료부터 확보해두세요. 나중에 증거를 수집하려 하면 이미 삭제·분실된 경우가 많습니다.
- 인터넷·SNS 광고 캡처 (재회 보장, 100% 성공 등의 문구)
- 무속인과의 문자·카카오톡 대화 내용
- 송금 내역 (금액, 횟수, 명목)
- 구체적인 약속 내용이 담긴 녹취록
- 실제 굿 이행 여부에 관한 자료
5. 결론
재회굿을 받았지만 재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죄나 민사 손해배상 청구가 바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① 무속인이 재회를 확실히 보장하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허위 약속을 했거나 ② 실제로 굿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③ 단기간에 거액을 반복 편취하는 등 전통적 무속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
이 경우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 모두 가능합니다.
또한 인터넷·SNS 광고에 “재회 보장”, “100% 성공”과 같은 표현이 사용된 경우에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객관적으로 입증될 수 없는 결과를 확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통상적인 거래 관념상 소비자를 오인·유인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거짓·과장 광고에 해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한 후 금전을 지급받은 경우라면, 이는 민사적으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단정적으로 고지하여 거래를 유도한 기망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