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정심판·소송을 제기해도 영업정지는 멈추지 않습니다
행정심판법 제30조 제1항과 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은 모두 행정심판 청구나 취소소송의 제기만으로는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원칙(집행부정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1월 1일부터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회사가 10월 25일 행정심판을 청구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1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영업정지가 멈추지는 않습니다. 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하려면 별도의 집행정지 결정이 필요합니다.
행정심판에서는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소송에서는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행정소송상 집행정지는 취소소송이 제기되어 있어야 하므로(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실무상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아43 결정).
집행정지는 처분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안에서 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동안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잠정적으로 정지시키는 임시적 권리구제 수단입니다. 따라서 집행정지가 인용되더라도 본안에서 최종 승소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2. 매출 손실이 크다고 집행정지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집행정지의 적극적 요건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대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서, 금전보상이 불능인 경우 내지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또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형, 무형의 손해”로 정의합니다(대법원 2011. 4. 21. 선고 2010무111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10. 5. 14. 선고 2010무48 결정).
특히 재산상 손해나 기업 이미지·신용의 훼손을 이유로 집행정지를 구하는 경우, 그 손해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려면 단순한 매출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손실이나 신용 훼손으로 인하여 사업자의 자금사정이나 경영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중대하여 사업 자체를 계속할 수 없거나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이는 등의 사정이 존재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3무2 결정).
월 매출 3억 원인 회사가 3개월간 영업하지 못해 9억 원의 매출 기회를 상실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집행정지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이 살펴보는 것은 그 손해로 인해 회사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지 여부입니다.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처분의 성질과 태양 및 내용, 처분상대방이 입는 손해의 성질·내용 및 정도, 원상회복·금전배상의 방법 및 난이 등은 물론 본안청구의 승소가능성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11. 4. 21. 선고 2010무111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04. 5. 12. 선고 2003무41 결정).
3. 집행정지가 인정된 기업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대법원 2004. 5. 12. 선고 2003무41 결정은 집행정지가 인정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제약회사는 의약품 상한금액을 인하한 보건복지부 고시의 효력정지를 구했습니다.
법원은 단순한 매출 감소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 주력 제품의 판매신장률 감소와 거래처 감소, 신약 공급 중단 가능성, 회사가 과거 회사정리절차를 거쳤고 이후에도 정리채권 변제 부담이 있는 재무 상황, 이 사건 고시 이후 당기순이익이 65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대폭 감소하는 등 경영상 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점 등이 그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경영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아 집행정지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04. 5. 12. 선고 2003무41 결정).
- 반면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3무2 결정에서는 기업이 주장한 매출 감소와 신용 훼손이 사업 자체를 계속할 수 없거나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초래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보아 집행정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례를 비교하면 핵심이 드러납니다. 행정처분으로 손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넘어, 그 손해가 기업의 경영과 존속에 어떤 구체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것이 결정적입니다.
4. 집행정지 신청서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요?
‘영업정지로 회사가 큰 손해를 입습니다’라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사업구조와 계약관계, 자금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집행정지 요건에 관한 소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신청인 측에 있습니다(대법원 1986. 3. 7. 선고 86두1 결정).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용합니다.
① 영업정지 기간 중 이행해야 하는 계약이 있는가?
진행 중인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지고, 그로 인해 계약 해지나 거래처 상실이 예상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특히 해당 거래처와의 관계가 장기적인 사업관계라면 영업정지가 끝나더라도 종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② 영업정지로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직원 급여, 임대료, 금융비용 등 고정 지출은 계속 발생합니다. 회사의 현금 보유액, 차입금 상환 일정, 영업정지 기간의 예상 현금흐름 등을 분석하면 처분이 회사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③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면 정상적인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가?
단순한 매출 감소에 그치는 경우와 주요 거래처를 영구적으로 잃거나 사업 기반이 무너지는 경우는 다르게 평가됩니다. 특정 사업의 매출 의존도가 매우 높고 대체 매출원이 없다면 영업정지가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은 재무제표, 자금수지표, 금융기관 차입 관련 자료, 주요 계약서, 발주내역, 거래처와의 공문 등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집행정지 신청서는 처분이 억울하다는 사정을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처분이 그대로 집행될 경우 회사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보여주는 문서여야 합니다.
5.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집행정지 기준이 같을까요?
두 절차의 집행정지 요건은 유사하지만 법률상 표현에 차이가 있습니다.
| 구분 | 근거 조항 | 손해 요건 | 결정 주체 |
|---|---|---|---|
| 행정심판 | 행정심판법 제30조 제2항 | 중대한 손해 | 행정심판위원회 |
| 행정소송 |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 법원 |
행정심판의 ‘중대한 손해’는 행정소송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재산적 손해나 사회적 신용의 훼손을 이유로 한 집행정지를 인정할 여지를 더 넓게 남겨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중 어느 절차를 선택할지는 처분의 성격과 다툴 쟁점, 손해의 내용 등을 종합해 검토해야 합니다.
어느 절차이든 집행정지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심판위원회와 법원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도 검토합니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3항, 행정심판법 제30조 제3항). 여기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란 일반적·추상적인 공익에 대한 침해 가능성이 아니라 당해 처분의 집행과 관련된 구체적·개별적인 공익에 중대한 해를 입힐 개연성을 말하며, 이에 대한 주장·소명책임은 행정청에 있습니다(대법원 1999. 12. 20. 선고 99무42 결정, 대법원 2004. 5. 12. 선고 2003무41 결정).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중대한지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신청인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공공복리’ 양자를 비교·교량하여 상대적·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10. 5. 14. 선고 2010무48 결정).
예를 들어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위반행위를 이유로 한 처분이라면, 기업이 입게 될 손해가 크더라도 공익상 필요성이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4. 4. 11. 선고 2024아11066 결정 참조).
또한 집행정지 절차에서 본안의 위법성 판단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본안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집행정지가 허용되지 않으며, 본안청구의 승소가능성 정도는 긴급한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고려 요소 중 하나입니다(대법원 2011. 4. 21. 선고 2010무111 전원합의체 결정).
6.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것에 앞서 다음 사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영업정지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입니다. 이미 영업정지가 시작된 이후에도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그 전에 발생한 영업 중단의 피해를 집행정지 결정으로 소급하여 없앨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처분서의 내용과 효력 발생 시점, 불복기간을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아직 청문이나 의견제출 단계라면 처분이 확정되기 전이므로, 처분 수위를 낮추거나 처분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근거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실제 처분이 내려진 후에는 불복기간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불복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행정심판법 제27조, 행정소송법 제20조).
| 구분 | 주관적 기간 | 객관적 기간 |
|---|---|---|
| 행정심판 청구 |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
| 취소소송 제기 |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년 |
다만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나 개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불복기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까지 미뤄서는 안 됩니다.
7. 영업정지를 다투는 것과 회사를 지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성·부당성을 다투는 것과,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정지의 효력을 멈추는 것은 별도의 법률적 판단을 필요로 합니다.
영업정지는 단순히 일정 기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사의 사업구조에 따라서는 계약 해지, 거래처 이탈, 금융 부담 증가 등으로 영업정지 기간 이후에도 영향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처분에 대응할 때는 처분의 법적 하자를 분석하는 것과 동시에, 처분이 회사의 사업과 재무상태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행정처분의 취소는 법률적 판단의 문제이지만, 그때까지 회사가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별도의 대응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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