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거주 할게요” — 집주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이유
전세나 월세로 살다 보면 집주인이 “계약 갱신은 안 되겠어요, 제가 직접 들어와 살 거거든요”라고 통보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이유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 때문입니다.
이 조항은 임대인(집주인) 또는 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직접 살 목적이 있을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임대인이 “내가 살 거야”라고 하면 법적으로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가 됩니다.
문제는 이걸 핑계로 임차인을 내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입니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꽤 자주 일어납니다.
2. 실거주 의사, 진짜인지 어떻게 알까요?
집주인이 “살겠다”고 했다고 해서 실거주의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증명 책임은 임대인(집주인)에게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21일 선고한 판결(2023다263551)에서, 실거주 요건을 주장하는 것은 임차인의 권리를 막는 사유이므로, 이를 주장하는 임대인이 스스로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법원이 보는 주요 판단 기준:
- 집주인이 현재 어디서 살고 있는지 (주거 상황)
- 집주인이나 가족의 직장·학교가 해당 주택 근처인지
- 왜 갑자기 직접 살겠다고 했는지 (경위)
- 갱신거절 전후에 집주인의 말이나 행동이 일관되는지
- 이사 준비를 실제로 했는지 (이사업체 계약, 전입신고 등)
- 임차인에게 실거주와 모순되는 말을 한 적이 있는지
<실거주 의사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
- 청주지방법원(2022가단64634)은, 집주인이 갱신거절 당시 다른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고, 스스로 “이사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는 사정을 들어 갱신거절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대법원(2023다263551)도, 집주인이 이미 다른 거주공간을 확보해두고 사는 상황에서 갱신거절을 통지했고, 나중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손자가 살 예정”이라고 주장을 바꿨다는 사정을 들어 실거주 의사 증명이 안 됐다고 봤습니다.
3. 5개월만 살다가 다른 사람한테 세 줬다면? — 손해배상 책임 가능
만약에, 임대인이 5개월정도만 실거주하다가 제3자에게 임대를 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음에도, 갱신이 됐더라면 유지됐을 기간(2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하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쓸 수 있었다면, 갱신 기간은 2년입니다. 그러니까 집주인이 갱신거절 후 2년 이내에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이 생깁니다. 5개월은 당연히 2년 안에 포함됩니다.
단,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면책됩니다
집주인이 손해배상을 피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2가단5381714, 2024년 선고)은 이 ‘정당한 사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갱신거절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즉, 단순히 “살기 불편해서”, “관리하기 귀찮아서”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갱신거절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사정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 갑작스러운 직장 발령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했던 경우
- 예상치 못한 건강 악화로 장기 입원이 필요해진 경우
- 가족 중 누군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병이 생긴 경우
이런 사유는 객관적 자료(발령서, 진단서, 사망진단서 등)로 입증해야 합니다.
얼마나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 손해배상액 계산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에 따라, 다음 세 가지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이 손해배상액이 됩니다.
| 구분 | 내용 |
| ① |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환산)의 3개월분 |
| ② | (재임대 때 월차임 –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 × 24개월 |
| ③ | 임차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 전액 |
4. 세입자 입장에서 유의사항
-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나가라고 했다면, 그 당시 집주인의 상황(어디 사는지, 직장 위치, 이사 준비 여부 등)을 꼼꼼히 기록해두세요.
- 나간 뒤에도 해당 집을 주시하세요. 2년 이내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온다면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됩니다.
- 이사 과정에서 생긴 비용(이사비, 중개수수료, 주거비 차액 등)을 모두 영수증과 함께 보관하세요. 실손해 청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집주인과 주고받은 문자·내용증명·카카오톡을 반드시 보관하세요. 갱신거절 당시 집주인의 말과 행동이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5. 임대인 입장에서 유의사항
- 실거주 의사를 증명할 자료를 미리 준비해두세요. 이사업체 계약서, 전입신고 날짜, 기존 주거지 계약 종료 내역 등이 도움이 됩니다.
- 부득이하게 2년 내에 다시 세를 놓아야 한다면, 갱신거절 당시 예측하지 못한 사정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발령서, 진단서 등)를 챙겨두세요.
- 단순히 “불편해서”, “다시 생각해보니 안 살겠다”는 이유로 재임대하면 배상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집주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이지만, 그 이면에 진짜 실거주 의사가 없었거나, 실거주 후 단기간에 다시 세를 놓는다면 법은 세입자의 손을 들어줍니다. 5개월이라는 기간은 법적으로 짧지 않지만, 2년이라는 기준 앞에서는 여전히 배상책임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주택임대차 분쟁은 금액이 작지 않고 생활 기반이 흔들리는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있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 상단의 “상담 문의/예약“을 이용해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