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가 종료될 무렵 임차인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기존보다 높은 보증금이나 월세를 요구하면서 계약이 무산되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임대인에게는 임대조건을 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임차인이 지급하던 월세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신규 임차인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임대조건을 제시하여 권리금 계약을 무산시켰다면, 이는 단순한 임대료 협상을 넘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방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기존 월세의 3배가 넘는 금액을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한 사건에서 그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1337(본소), 2026다201338(반소) 판결).

1. 기존 월세 600만 원, 신규 임차인에게는 2,000만 원을 요구한 사건
기존 임차인은 2001년경부터 해당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하였습니다.
2018년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임대차보증금: 1억 원
- 월 차임: 600만 원 (부가가치세 별도)
- 임대차기간: 2018. 1. 1.부터 2019. 12. 31.까지
계약은 그 후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2023년 4월경 기존 임차인에게 월세를 600만 원에서 2,400만 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임대인은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2023. 12. 31.자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된다고 통지하였습니다.
기존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을 구하여 권리금 22억 원으로 권리금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은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 5억 원, 월세 2,000만 원을 요구하였고, 신규 임차인은 월세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결국 권리금계약도 해제되었습니다.
이에 기존 임차인은 임대인이 지나치게 높은 임대조건을 제시하여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상가임대차법은 ‘현저히 고액’의 임대료 요구를 금지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법에서 정한 대표적인 방해행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신규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행위 (제1호)
-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제2호)
-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제3호)
-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제4호)
다만 임대인이 기존보다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법이 금지하는 것은 단순히 ‘높은’ 임대료가 아니라 주변 시세와 여러 사정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인 임대료입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로 높아야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3. 기존 임대료와의 차이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현저히 고액’인지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1337(본소), 2026다201338(반소) 판결).
- 해당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 기존 임차인이 지급하던 차임·보증금과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한 금액의 차이
- 상가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 해당 지역과 업종의 거래관행
- 당시의 경제상황
즉, 기존 임대료보다 몇 퍼센트 이상 높으면 자동으로 권리금 회수방해가 된다는 획일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기존 임대료가 장기간 인상되지 않아 시세보다 현저히 낮았다면 상당한 폭의 인상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건물 가치가 크게 상승하였거나 주변 상권과 임대료가 급격히 변한 사정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변 시세가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만 갑자기 몇 배의 임대료를 요구하였다면, 실제 목적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무산시키는 데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4.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이유
이 사건에서 기존 임대차계약의 환산보증금은 7억 원이었습니다.
보증금 1억 원 + 월차임 600만 원 × 100 = 7억 원
반면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한 조건을 환산하면 25억 원이 됩니다.
보증금 5억 원 + 월차임 2,000만 원 × 100 = 25억 원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한 월차임은 기존 월차임의 약 333%, 환산보증금은 기존 조건의 약 357%에 달하였습니다.
원심은 적정한 임대료가 얼마인지 확인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존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정도의 차이라면 임대인이 요구한 조건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습니다.
“임대인이 요구하는 차임 및 보증금이 기존의 차임 및 보증금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적정한 차임 및 보증금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 후 그 요구액이 상가임대차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할 만큼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법원은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모두에게 기존 차임의 3배 이상을 요구하면서 별다른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임차인이 영업을 통해 형성한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반소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대법원이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요구가 위법하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라, 권리금 회수방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정 임대료를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5. 임차인의 높은 매출이 곧바로 높은 임대료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기존 임차인이 운영한 약국의 2023년 월평균 조제료 수입은 약 1억 400만 원이었습니다.
원심은 이러한 수입 규모를 고려하면 임대인이 요구한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차인의 매출이나 수입 전부를 상가의 위치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영업이익에는 상가의 위치뿐만 아니라 임차인이 오랜 기간 형성한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와 노력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의 감정촉탁결과에서는 상가의 위치에 따른 바닥권리금은 0원인 반면, 임차인의 영업에 따른 영업권리금은 약 20억 1,500만 원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임차인이 자신의 노력으로 형성한 영업가치를 근거로 임대인이 임대료를 대폭 올리고, 그 결과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면 임차인의 영업가치를 사실상 임대인이 흡수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출이 높으니 이 정도 월세는 받을 수 있다”는 주장만으로 고액의 임대료 요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6. 그렇다고 기존 임대료의 3배를 요구하면 항상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판결을 “기존 월세의 3배 이상을 요구하면 무조건 권리금 회수방해가 된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기존 임대차계약이 장기간 갱신되면서 임대료가 시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아졌다면, 신규 계약에서는 상당한 폭의 인상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리모델링이나 상권 변화 등으로 상가의 객관적인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하급심 판결 중에는 임대인이 5년간 차임을 한 번도 증액하지 않은 사정을 고려하여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 시 차임을 일정 부분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아 권리금 회수방해를 부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상률 자체보다 다음 두 가지입니다.
- 신규 임차인에게 요구한 금액이 당시 객관적인 시장가격에 비추어 합리적인가
- 임대인이 실제로 계약을 체결할 의사로 협상하였는가, 아니면 권리금계약을 무산시키기 위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였는가
임대인이 제시한 임대조건이 실제 시장가치에 부합하고 그 근거도 충분하다면, 기존 임대료와 상당한 차이가 있더라도 반드시 권리금 회수방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7. 임차인은 어떤 자료를 확보해야 할까?
권리금 회수방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방해행위와 손해 발생을 입증해야 합니다 . 따라서 임대차 종료를 앞둔 임차인은 다음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 실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였다는 자료
신규 임차인과 체결한 권리금계약서, 계약금 지급내역, 신규 임차인의 연락처와 사업계획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지급할 능력과 계약 체결 의사가 있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5항).
다만, 대법원은 임차인이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제시하면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임대인에게 주선하였다면, 반드시 임차인과 신규임차인 사이에 권리금계약이 미리 체결되어 있어야 권리금 회수방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나. 임대인이 제시한 임대조건
임대인이 요구한 보증금, 월세와 그 밖의 조건을 문자메시지, 이메일, 내용증명 또는 녹취 등 객관적인 자료로 남겨야 합니다. 단순히 “건물주가 말도 안 되는 월세를 요구하였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다. 주변 상가의 임대료 자료
인근 중개업소의 확인서, 유사한 위치·면적·업종 상가의 임대차계약 사례, 부동산 시세자료 등이 필요합니다. 소송에서는 적정 임대료에 관한 감정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요구하는 차임 및 보증금이 기존의 차임 및 보증금 등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감정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습니다.
라. 임대료 때문에 계약이 무산되었다는 자료
신규 임차인이 계약을 포기한 이유가 임대인의 고액 임대료 요구 때문이라는 점도 입증해야 합니다. 신규 임차인이 이를 밝힌 문자메시지나 확인서가 있으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8. 임대인도 임대료 인상의 근거를 남겨야 합니다
임대인은 신규 임차인에게 기존과 다른 임대조건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상 폭이 크다면 그 객관적인 근거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변 상가의 실제 계약사례, 감정평가, 최근의 시세 변화, 세금과 관리비 상승, 시설개선 내역 등이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특정 금액만 통보하고 협상의 여지를 전혀 두지 않는 방식은 불리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모두에게 기존 차임의 3배 이상을 요구하면서 별다른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였습니다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1337(본소), 2026다201338(반소) 판결).
따라서 임대인은 임대료 산정근거를 설명하고, 신규 임차인과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려는 태도로 협상하였다는 자료를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9. 손해배상액이 권리금계약서에 적힌 금액으로 바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방해가 인정되더라도 권리금계약서에 적힌 금액 전부가 자동으로 손해배상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에 따르면 손해배상액은 다음 두 금액 중 낮은 금액을 넘을 수 없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
-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
- 임대차 종료 당시 객관적으로 평가한 권리금
예를 들어 권리금계약서에 5억 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감정 결과 실제 권리금이 3억 원으로 평가된다면, 손해배상액은 원칙적으로 3억 원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이념에 따라 공평의 원칙상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의 장기간 영업으로 인한 이익 향유, 권리금의 형성 경위, 임대인의 기여 여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이 감액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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