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나 가족회사에서는 대표이사 혼자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도, 배우자·자녀·부모 등 가족을 주주나 임원으로 등재해 두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세금 때문에 지분을 나눠두자”, “형식상 감사만 맡아달라”는 식의 가벼운 결정이 나중에 수억 원의 세금 청구서로 돌아오는 일이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가 무엇인지, 실제 판례에서 어떤 경우에 책임이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부정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1.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란?
1) 법적 근거
국세기본법 제39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 및 강제징수비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에는, 그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주주 1명과 그의 특수관계인으로서 소유주식 합계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면서 그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과점주주)은 그 부족한 금액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
즉, 회사가 세금을 내지 못하면 과점주주가 회사 대신 그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보충적 납세의무가 발생합니다.
2) 제도의 취지
이 제도는 사실상 개인회사임에도 형식상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가족들 명의로 주식을 분산해 놓은 경우, 회사의 법인격을 악용하여 수익은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세금 부담은 회사에 떠넘기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2. 가족 지분 합산 — “나는 지분이 적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
1) 친족 지분 합산의 원칙
과점주주 해당 여부는 개인별 지분이 아니라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여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구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 주주 | 지분 |
|---|---|
| 남편(대표이사) | 40% |
| 아내 | 20% |
| 자녀 | 15% |
각자의 지분만 보면 아무도 50%를 초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들을 친족 집단으로 묶어 합산(75%)하여 과점주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내의 지분이 20%에 불과하더라도, 과점주주 집단의 일원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책임 범위는 지분 비율에 따라 제한
다만, 과점주주 전원이 체납세액 전부를 연대하여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과점주주는 자신의 소유 지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도로 제2차 납세의무를 집니다 (국세기본법 제39조 단서). 위 예시에서 아내는 체납세액 중 2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만 책임을 집니다.
3. 실제 경영에 관여 — 판례의 판단기준
1) 원칙: 실질적 지배 가능성이 있으면 책임 인정
법원은 과점주주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주명부에 등재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과점주주로서 그 법인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반드시 현실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실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관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다는 것입니다.
2) 입증책임의 구조
과점주주 해당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습니다. 그러나 과세관청이 주주명부, 주식이동상황명세서,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제출하여 과점주주임을 증명하면 일응의 입증을 한 것으로 보고, 이후에는 제2차 납세의무자로서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주주 측이 자신이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4. 책임이 부정된 사례
1) 의사인 배우자가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경우
병리과 의사로 근무하는 배우자가 대표이사인 남편의 사업상 필요에 따라 주주 명의만 빌려준 경우, 회사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고 급여나 배당도 받은 적이 없으며, 동일한 지분을 보유한 자녀들에 대해서는 실질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과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2) 주식 인수자금을 빌려주고 담보로 명의신탁 받은 경우
주식 인수자금을 빌려주고 그 담보로 주식을 명의신탁 받은 원고가 회사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대표이사 본인도 법정에서 이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사안에서, 원고는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3) 망인의 1인 기업에 명의만 빌려준 여동생들의 경우
망인이 폐업 시 세금 문제를 혼자 떠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동생들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한 사안에서, 여동생들이 주식취득대금을 지급하거나 회사 운영에 관여하거나 배당을 받는 등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이 인정되어 제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4) 납세의무 성립일 이전에 주식을 실질적으로 양도한 경우
종전의 과점주주가 체납세액의 납세의무 성립일 이전에 제3자에게 회사 주식 51%를 실질적으로 양도하고 주주명부상 명의개서까지 마친 경우, 납세의무 성립 당시 과점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제2차 납세의무의 성립 여부는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5. 형식상 주주임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요소
판례를 종합하면,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 유리한 사정 | 불리한 사정 |
|---|---|
| 주식 취득대금을 실제로 납입하지 않음 | 주식 취득대금을 직접 납입함 |
|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음 | 이사회 참석, 의결권 행사 이력 |
| 급여·배당을 받은 사실 없음 | 급여·배당 수령 이력 |
| 명의신탁 사실을 뒷받침하는 제3자 진술 | 회사 서류에 반복적으로 서명 |
| 실질 소유자가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진술 | 대표이사와 경제공동체 관계 |
| 주주명의 도용 사실 | 법인등기부상 임원 등재 |
6. 납세의무 성립 시점 —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제2차 납세의무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해당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법인세의 경우 각 사업연도 종료일이 납세의무 성립일이 됩니다.
따라서 납세의무 성립일 이후에 주식을 양도하거나 과점주주 지위를 벗어나더라도, 이미 성립한 제2차 납세의무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반대로, 납세의무 성립일 이전에 실질적으로 주식을 양도하고 명의개서까지 마쳤다면 제2차 납세의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
7. 실무적 시사점 — 가족회사 구조를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
1) “이름만 올려두는 것”은 없다
세법의 세계에서 “이름만 올려두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 그 사람은 과세관청의 눈에 실질주주로 추정됩니다. 이를 뒤집으려면 상당한 증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2) 형식상 주주임을 사전에 문서화해 두어야 한다
명의신탁 사실, 주식 취득대금 미납입 사실, 경영 비관여 사실 등을 사전에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에 작성된 명의신탁계약서 등은 신빙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3) 지분 구조 설계 시 장기적 법적 책임까지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절세나 가업승계만을 목적으로 지분을 분산할 경우,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가족 전체가 예상치 못한 세금 부담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지분 구조를 설계할 때는 과점주주 제2차 납세의무, 간주취득세, 명의신탁 증여의제 등 다양한 세법상 리스크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4) 이미 과점주주로 지정된 경우 — 다툴 여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과점주주로 지정되어 납부통지를 받았다면, 다음을 검토해야 합니다.
-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실질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
- 납세의무 성립일 이전에 주식을 실질적으로 양도하였는지
-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였는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는 가족회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금 분쟁 중 하나입니다. “이름만 올려두었다”는 생각이 수억 원의 세금 청구서로 돌아오는 일이 실제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법원은 단순히 주주명부 등재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질적인 지배관계와 경영 관여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그러나 형식상 주주임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사전에 충분한 법적 검토와 문서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가족회사 구조를 설계하거나 지분을 분산할 때에는, 단기적인 절세 효과만이 아니라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가족 전체가 부담하게 될 법적 책임까지 반드시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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