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용역계약이 어떠한 사유로 무효가 되거나 해제가 되었을때, 이미 수행한 공사.용역내역(기성고)에 대해 대가 청구가 가능한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안의 개요
A(재개발조합)가 지장물 공사 입찰을 실시하였고, B(전기공사업체)가 낙찰되었으나 B가 부적격업체로 밝혀져 입찰이 무효가 되었습니다. A는 용역계약을 해제하고 기지급한 착수금·1차대금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으며, B는 자신이 이미 수행한 공사 비용을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상계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래에서 ① 입찰 무효 여부, ② A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성립 여부, ③ B의 상계 주장의 타당성 순서로 분석합니다.
2. 입찰 무효 및 용역계약의 효력
가. 입찰 무효의 법리
입찰서 제출에 하자가 있거나 담당자가 심사기준에 어긋나게 적격심사를 하였다는 사유만으로 당연히 낙찰자 결정이나 그에 기한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하자가 입찰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할 뿐 아니라 상대방도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또는 그러한 하자를 묵인한 낙찰자의 결정 및 계약 체결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임이 분명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가 됩니다. (대법원 2006. 6. 19. 선고 2006마117 결정 가처분이의; 대법원 2012. 9. 20. 선고 2012마1097 결정 가처분이의)
나. 본 사안에서의 적용
B가 입찰 참가자격 자체가 없는 부적격업체인 경우, 이는 단순한 절차적 하자를 넘어 입찰 참가자격의 근본적 결여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입찰 무효 및 그에 기한 용역계약의 무효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개발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는 법인으로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입찰 절차의 공정성이 특히 요구됩니다. B가 전기공사업 면허 등 법정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업체라면 계약 자체가 무효로 볼 여지가 큽니다.
3. A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성립 여부
가. 부당이득의 성립 요건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민법 제741조)
용역계약이 무효인 경우, A가 B에게 지급한 착수금·1차대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 되어 B는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
나. 급부부당이득에서의 증명책임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정한 급부를 한 다음 그 급부가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이른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부당이득반환을 주장하는 A에게 있습니다. A는 급부행위의 원인이 된 사실의 존재와 함께 그 사유가 무효·취소·해제 등으로 소멸되어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었음을 주장·증명하여야 합니다.
즉, 돈을 준 쪽(A)이 돌려달라고 하려면, 왜 돈을 줬는지(계약 등)와 그 이유가 무효·취소·해제 등으로 없어졌다는 점까지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4. B의 상계 주장의 타당성 — 핵심 쟁점
가. B의 주장 구조
B는 “용역계약이 무효라면, 자신도 A에 대하여 이미 수행한 공사 비용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A의 부당이득반환채권(수동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합니다.
나. B의 상계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
1) 원칙 — B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질 수 있다
용역계약이 무효인 경우, 쌍방 모두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합니다. B가 이미 공사를 일부 수행하였다면, B는 A에 대하여 그 수행한 용역의 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2) 상계의 요건 — 민법 제493조
상계가 유효하려면 다음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민법 제493조 제1항, 제2항)
| 요건 | 내용 |
|---|---|
| 쌍방 채무의 존재 | A와 B 모두 상대방에 대한 채무를 부담할 것 |
| 동종 목적 | 양 채무 모두 금전채무일 것 |
| 이행기 도래 | 자동채권(B의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하였을 것 |
| 상계 의사표시 |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할 것 |
이행기 도래와 관련하여,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채권 성립 즉시 이행기가 도래하므로 상계적상에 있다고 봅니다.
3) B의 상계 주장이 인정되기 위한 전제 조건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포인트)
B의 상계 주장이 실제로 인정되려면 다음 사항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① B가 실제로 용역을 수행하였을 것
② A가 B의 용역 수행으로 실질적 이익을 얻었을 것
A가 B의 공사 수행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면, B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③ 상계 금액의 특정
B가 주장하는 “기지급 비용”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그것이 A에게 귀속된 이익과 어느 범위에서 일치하는지를 특정하여야 합니다.
다. B의 상계 주장에 대한 A 측의 반박 포인트
1) B가 자신이 부적격업체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B가 자신의 부적격 사실을 알면서도 입찰에 참여하였다면, 이는 신의칙 위반 또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할 수 있어 B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자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2) 용역 수행의 실질적 가치 부존재
B가 수행한 공사가 하자 있는 공사이거나 A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지 못하였다면, B의 부당이득반환채권 금액은 0원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5. 결론 — B의 상계 주장의 타당성 종합 평가
| 구분 | 내용 |
|---|---|
| 원칙 | 용역계약이 무효인 경우 B도 수행한 용역 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질 수 있고,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원칙적으로 허용 |
| 제한 | B가 부적격 사실을 알았거나, 수행한 용역이 A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지 못한 경우 상계 금액이 제한되거나 0원이 될 수 있음 |
| 실무적 결론 | B의 상계 주장은 법리적으로는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실제 인정 여부는 B가 수행한 용역의 범위·가치 및 A의 실질적 이익 귀속 여부에 따라 달라짐 |
따라서 A 측 입장에서는 ① B가 실제로 수행한 공사의 범위와 가치를 다투고, ② B의 부적격 사실 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신의칙 위반 주장을 검토하며, ③ B의 공사 수행으로 A가 얻은 실질적 이익이 없거나 미미함을 적극 주장하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반대로 B 측 입장에서는 실제 수행한 공사 내역과 비용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해당 공사로 A가 얻은 이익을 산정하여 상계 금액을 최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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