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계약했는데 회사가 “권한 없었다”고 한다면? -대리권 분쟁

기업 간 거래에서 실제 계약 협의는 대표이사가 아닌 실무 직원과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영업팀 직원이 견적서를 보내고, 구매팀 담당자가 발주를 하고, 팀장이 조건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막상 분쟁이 생기면 회사 측이 갑자기 이렇게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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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원은 계약 권한이 없었습니다.”

“대표이사 결재가 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회사 승인 없이 임의로 진행한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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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칙: 권한 없는 직원이 체결한 계약은 회사에 효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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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무권대리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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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代理)란 어떤 사람(대리인)이 다른 사람(본인)을 위해 법률행위—예컨대 계약 체결—를 하고, 그 효과가 본인에게 직접 귀속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A 회사 직원이 A 회사를 대신해서 계약을 맺으면 그 계약의 권리·의무가 A 회사에 생기는 것이 “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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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계약은 권한 있는 사람이 체결해야 회사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회사에서 계약 권한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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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무런 권한 없이 직원이 임의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를 “무권대리(無權代理)” 라고 합니다. 글자 그대로 ‘권한(權) 없는(無) 대리(代理)’, 즉 자격 없이 남을 대신해 계약을 맺은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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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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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민법 제13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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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추인(追認) 이란, 처음에는 허락하지 않았던 행위를 나중에 소급해서 허락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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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실제 사례: 내부 전결권 없는 직원의 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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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법원 판결에서도 이런 사례가 등장합니다. 회사 내부 전결기준에 의하면 해당 직원에게 전결권(최종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었고, 전결권자인 본부장의 결재(상급자가 검토·승인하는 절차) 없이 단독으로 상품 발주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음에도 단독으로 발주한 행위는 권한 없는 자의 행위로 무권대리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내부 문서상 권한이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회사 책임을 전면 부정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 권한 없음을 알았는지, 회사가 그런 외관(外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만드는 데 기여했는지까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는 다음 항목에서 설명할 “표현대리”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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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외: 회사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 “표현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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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것처럼, 권한 없는 직원이 맺은 계약은 원칙적으로 회사에 효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그 직원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는 것이 무리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 명함을 쓰고, 회사 이메일로 연락하고, 예전에도 늘 그런 방식으로 거래해왔다면, 상대방 입장에서 의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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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계약 당시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던 거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민법은 표현대리(表現代理)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표현대리란, 실제로는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외관(外觀)—즉 겉으로 드러난 사정—이 존재하고, 그 외관을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회사에 책임을 지우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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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은 표현대리를 발생 원인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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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 (민법 제125조)

“제3자에 대하여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함을 표시한 자는 그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행한 그 타인과 그 제3자 간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제3자가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125조)

쉽게 말하면,

회사가 거래 상대방에게 직접 “우리 과장에게 계약 권한을 줬다”고 말하거나, 그런 내용을 알 수 있게 표시해 놓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 과장이 한 계약에 대해 “사실 권한은 없었다”고 발뺌하면, 회사는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시: 회사가 A 거래처에 공문을 보내면서 “본 계약 관련 일체의 사항은 영업팀 김 과장이 대리합니다”라고 명시했다고 가정합니다. 이 경우 김 과장이 그 계약 범위 내에서 맺은 계약은, 내부 결재가 없었더라도 회사에 효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성립 요건

//선의(善意): 법률 용어로, 어떤 사실을 몰랐던 상태를 뜻합니다. 일상에서 쓰는 “착한 마음”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무과실(無過失):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을 텐데도 몰랐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상태, 즉 “주의를 다했는데도 몰랐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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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상 유의점

단순히 과장이라는 직함을 부여한 것만으로는 “대리권 수여의 표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거래 상대방에게 직접 과장에게 권한을 줬다는 사실을 알렸는지가 핵심입니다. 직함은 조직 내부의 지위를 나타낼 뿐, 그 자체가 외부 거래 상대방을 향한 권한 부여의 표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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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민법 제12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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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민법 제126조)​

쉽게 말하면,

과장에게 일정한 권한이 있기는 했는데, 그 권한을 넘어서 더 큰 계약을 맺어버린 경우입니다. 이때 거래 상대방이 “그 과장이 그 계약까지 할 권한이 있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면,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예시: 영업팀 박 과장에게는 건당 1,000만 원 이하의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 과장이 거래처와 5,000만 원짜리 계약을 맺었습니다. 거래처 입장에서는 박 과장이 회사 이메일과 명함을 쓰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계약을 맺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권한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경우 회사가 표현대리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성립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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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대리권의 존재

기본대리권(基本代理權) 이란, 행위자(예:과장)가 회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받은 대리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람이 멋대로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영업팀 과장의 경우, 통상적인 영업 관련 업무(거래처 방문, 견적 제시, 계약 협의 등)에 관한 권한이 기본대리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기본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에 대해 표현대리 책임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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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당한 이유의 존재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대리행위가 이루어질 당시 존재하는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살펴보아 판단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정당한 이유 인정에 유리한 사정정당한 이유 부정에 유리한 사정​
명함·직함 사용을 회사가 용인행위자가 계약 체결 권한이 없음이 명백
이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계약 체결거래 상대방이 별도 확인 없이 계약
회사가 행위자의 행위를 묵인·방치계약 규모가 통상적 업무 범위를 현저히 초과
회사 인감·서류 등을 행위자가 소지상대방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

//(참고) 중과실(重過失):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당연히 알아챌 수 있었는데도 전혀 확인하지 않은, 매우 심한 부주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처음 거래하는 업체에서 고액 계약을 하면서 위임장도, 법인인감증명서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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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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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 (민법 제129조)

“대리권의 소멸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제3자가 과실로 인하여 그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129조)​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행위자(예:과장)에게 계약 권한이 실제로 있었는데, 그 권한이 없어진 뒤에도 행위자가 계약을 계속 맺은 경우입니다. 거래 상대방이 권한이 사라진 사실을 몰랐고, 몰랐던 것이 무리가 아니라면, 회사가 여전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예시: 영업팀 최 과장은 작년까지 계약 체결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올해 초 인사이동으로 그 권한이 소멸되었습니다. 그런데 거래처는 이 사실을 몰랐고, 최 과장이 예전처럼 계약을 맺었습니다. 거래처가 권한 소멸 사실을 몰랐던 것이 합리적이라면, 회사는 그 계약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성립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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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점

행위자에게 과거에도 어떠한 대리권이 전혀 없었다면 제129조 표현대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과거의 대리권이 소멸된 후 그 권한을 넘는 대리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제129조와 제126조가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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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표현대리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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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본인(회사)의 전적인 책임

표현대리가 성립하면, 회사는 그 계약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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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상대방의 주장에 의해서만 성립

표현대리는 거래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따라서 거래 상대방이 스스로 표현대리를 주장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됩니다. 회사(본인) 쪽에서 “우리는 표현대리 책임이 있으니 계약이 유효하다”고 먼저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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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내부 수권 절차를 명확히 하고, 직원의 권한 범위를 거래 상대방에게 미리 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는 계약 규모가 클수록, 신규 거래처일수록, 담당자의 권한을 위임장·법인인감증명서 등으로 확인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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