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무에서는 실제 거래 목적보다 “외형상 실적”을 만들기 위해 계약서나 세금계산서를 먼저 작성해 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공공입찰 참가를 위한 납품실적 확보
- 투자자 제출용 매출 실적 정리
- 금융기관 대출 심사 대응
- 대기업 협력사 등록 요건 충족
- 내부 KPI·매출 목표 관리
- 거래처 신뢰 확보 목적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실제 거래는 나중에 할 예정이었다”, “일단 계약만 먼저 맞춰놓은 것”이라는 식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거래 의사 없이 외형만 만든 계약은 단순한 형식 문제가 아니라 민사·세무·형사 리스크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1. 통정허위표시란 무엇인가
민법 제108조 제1항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계약 당사자 쌍방이 처음부터 “실제로 거래할 생각은 없지만 겉으로만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합의하였다면, 해당 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가 됩니다.
통정허위표시는 표의자가 상대방과 통정(通情), 즉 짜고서 한 허위의 의사표시로서, 이른바 가장행위(假裝行爲)라고도 합니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제3자와 통모하여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매도한 것처럼 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 법원의 판단 기준
법원은 통정허위표시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서의 존재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아래와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실제 물품·용역의 공급이 있었는지
- 대금 지급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 세금계산서와 물류 흐름이 일치하는지
- 거래 이후 대금 회수 약정이 있었는지
- 실제 인도·검수 자료가 존재하는지
- 이메일·메신저 등에서 “형식만 맞추자”는 대화가 있었는지
- 거래 목적이 실적·입찰·대출용이었는지
결국 법원은 계약서보다 “실질”을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나. 제3자 보호
통정허위표시는 당사자 사이에서는 언제나 무효이나, 그 무효를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108조 제2항). 쉽게 말하면, 당사자가 아닌 외부의 제3자가 그러한 거래를 진짜라고 믿고 이를 바탕으로 법률관계를 맺은 경우 이러한 제3자에 대해서는, 거래가 가짜이고 무효이다, 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2. 가장 흔한 사례 — “실적용 거래”
실무상 가장 자주 문제되는 것은 이른바 “실적 만들기용 거래”입니다.
예를 들어 A회사가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납품실적이 필요한 경우, 실제 거래 없이 협력업체와 형식상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세금계산서나 거래명세표만 맞춰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실제 공급 없이 물건을 잠시 돌렸다가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외형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거래는 이후 아래와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계약 무효 주장
- 허위 세금계산서 문제
- 공공입찰 참가 제한 등 행정제재
- 사기·업무방해 등 형사 문제
- 회계감사 이슈
- 투자 유치 과정에서의 허위자료 문제
특히 공공입찰 영역에서는 단순 민사 문제가 아니라 행정제재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세금계산서까지 발행되었다면 — 세무 리스크
실제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었다면 세무 문제는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가. 가공세금계산서의 의미
가공세금계산서란 실질적 공급거래가 없음에도 세금계산서가 발급되어 수수된 경우를 말합니다. 가공거래는 부가가치세 자체의 부정환급을 위한 경우, 원가의 과대계상을 위한 경우, 무자료 매입분의 양성화를 위한 경우 등 여러 이유에서 발생하며, 통상 거래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입찰자격 취득, 주식 상장,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도 이루어집니다.
나. 주요 세무 쟁점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쟁점이 발생합니다.
- 가공거래 여부: 세금계산서의 기재가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는,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의 내용이 재화 또는 용역을 실제로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주체·가액·시기 등과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 매입세액 불공제: 실제 거래 없이 발급된 세금계산서에 의한 매입세액은 공제받을 수 없습니다.
- 부가가치세 추징 및 가산세 부과
- 법인세 손금 부인
- 세무조사 리스크
실무에서는 “실제 거래 예정이었으므로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세무당국은 실제 재화·용역 제공 여부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단순히 계약서와 세금계산서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 조세범처벌법상 제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는 행위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나아가 영리 목적으로 공급가액 합계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
4. 형사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 허위 실적으로 공공입찰 참가: 사기죄(형법 제347조) 또는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성립 가능
- 금융기관 제출자료 조작: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하여 대출을 받는 경우 사기죄 또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 성립 가능
- 투자유치용 매출 부풀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문제
-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조세범처벌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가능
5. 실제 분쟁에서 “거래 실질” 입증이 핵심
실제 소송이나 세무조사에서는 아래 자료들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 발주서·주문서
- 검수확인서
- 운송자료·물류자료
- 창고 입출고 기록
- 계좌 흐름(실제 대금 수수 여부)
- 이메일·메신저 내용
- 작업일보·현장 기록
- 실제 사용 흔적
즉, “실제 거래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단순히 형식상 계약서를 만들어 두는 방식은 생각보다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기업 실무에서는 외형상 실적이나 거래 구조를 먼저 맞추려는 유혹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나 실제 거래 의사 없이 형식만 만든 계약은 단순한 문서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원과 세무당국은 계약서 문구보다 “실질적인 거래가 존재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실적 확보나 외형 관리 목적의 거래 구조를 설계할 때에는, 단순히 문서 형식만 맞출 것이 아니라 실제 거래 실질과 증빙 구조까지 함께 점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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