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의 회생절차는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납품대금 미지급, 어음 부도, 지급 지연이 반복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생절차개시신청서 접수”라는 통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채권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채권 회수율이 수 배 이상 차이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거래처의 회생절차 신청을 인지한 직후, 채권자가 반드시 확인하고 조치해야 할 핵심 사항들을 실무 중심으로 정리하였습니다.
1. 가장 먼저 확인할 것: ‘개시신청’ 단계인지 ‘개시결정’ 단계인지
회생절차는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되며, 각 단계에서 채권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가. 회생절차개시신청 단계
- 채무자(또는 채권자)가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상태로, 아직 법원이 회생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하지 않은 단계입니다.
- 이 단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의 개별적 권리행사(강제집행, 가압류, 계약해지 등)가 여전히 가능합니다. 다만, 법원이 보전처분(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3조), 포괄적 금지명령(법 제45조) 등을 발령한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나. 회생절차개시결정 단계
- 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한 시점부터 본격적인 회생절차가 시작됩니다(법 제49조).
- 개시결정 이후에는 채권자의 개별적 권리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담보권 실행 등이 중지되거나 금지되며(법 제58조), 계속적 계약의 일방적 해지도 제한됩니다(법 제119조).
- 이 시점부터는 회생절차 내에서만 채권을 신고하고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실무상 유의점: 회생절차개시신청과 개시결정은 법적 효과가 전혀 다르므로, 통지를 받은 즉시 현재 어느 단계인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개시결정 전이라면 신속한 권리보전 조치(가압류, 담보권 설정 등)를 검토할 수 있으나, 개시결정 후에는 이러한 조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2. 거래처와의 현재 계약 상태 즉시 점검
회생절차 개시 소식을 접한 즉시 다음 사항들을 점검해야 합니다.
가. 계약상 해지 조항 검토
- 계약서에 “상대방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해지권 조항)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다만, 회생절차개시결정 후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에 따라 쌍무계약의 일방적 해지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관리인이 계약의 이행 또는 해제를 선택할 권한을 가지게 되므로, 계약상 해지권이 있더라도 그 행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나. 공급 중단 시 손해배상 위험 평가
- 계약상 공급의무가 있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할 경우,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 특히 계속적 공급계약의 경우, 법 제122조에 따라 회생절차개시 전의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회생절차개시 후의 공급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 기존 채권의 성격 분류
기존 미수금이 다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 회생채권(법 제118조):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 청구권으로, 회생계획에 따라 일부만 변제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회생담보권(법 제141조): 담보권으로 담보된 채권으로, 담보가치 범위 내에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 공익채권(법 제179조): 회생절차개시 후 발생한 채권 또는 법에서 공익채권으로 규정한 채권으로,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전액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법 제180조).
실무상 중요: 계속적 계약(납품계약, 용역계약, 임대차계약 등)의 경우, 회생절차개시 전후의 채권 성격이 달라지므로 시점별로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3. 담보권 보유 여부 및 보호조치 즉시 검토
담보권자는 회생절차에서 일반 채권자와 완전히 다른 지위를 가집니다.
가. 회생담보권의 우월한 지위
- 담보권이 적법하게 설정되어 있으면 회생담보권자로서 담보목적물의 가액 범위 내에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법 제141조).
- 회생담보권자는 담보가치에 비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며, 회생계획에서도 일반 회생채권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변제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나. 담보권 확인 사항
다음 사항을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 저당권, 질권, 양도담보권, 가등기담보권 등이 적법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 등기, 등록 등 대항요건을 갖추었는지
- 담보목적물의 현재 가치가 피담보채권액을 충분히 담보하는지
- 선순위 담보권이 존재하는지 여부
다. 담보권 미설정 시 긴급 조치
-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이라면 담보권 설정을 긴급히 검토해야 합니다.
- 다만, 회생절차개시결정 후에는 원칙적으로 새로운 담보권 설정이 불가능하며, 개시결정 전 일정 기간 내에 설정된 담보권은 부인권(법 제100조 이하)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4. 채권신고 준비 즉시 착수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법원은 채권신고기간을 정하여 공고합니다(법 제50조, 제148조).
가. 채권신고의 중요성
- 신고기간 내에 채권을 신고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회생절차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며, 회생계획 인가 시 실권될 수 있습니다(법 제251조).
- 다만, 관리인이 작성한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된 경우에는 신고한 것으로 간주됩니다(법 제151조).
나. 신고 준비 사항
다음 자료들을 즉시 정리해야 합니다.
-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납품서, 검수서
- 계약서, 주문서, 발주서
-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거래 관련 증빙
- 채권 발생 원인 및 금액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
다. 신고 시 유의사항
- 채권의 내용(원금, 이자, 지연손해금 등)을 정확히 구분하여 신고해야 합니다.
- 우선권 있는 채권(예: 최종 3개월분 임금, 최종 3년간 퇴직금 등)은 그 사실을 명시해야 합니다(법 제148조).
- 회생절차개시 당시 소송이 계속 중인 경우, 법원·당사자·사건명·사건번호를 함께 신고해야 합니다(법 제148조 제3항).
실무상 주의: 채권신고 마감일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법원 공고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여유 있게 신고를 완료해야 합니다.
5. 공익채권 해당 여부 검토 (회수율 극대화의 핵심)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전액 변제받을 수 있어(법 제180조 제1항), 회생채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합니다.
가. 공익채권의 범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는 다음과 같은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회생절차개시 후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 관리·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제2호)
-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후 한 자금차입 등 행위로 인한 청구권(제5호)
- 부당이득으로 인하여 회생절차개시 이후 채무자에 대하여 생긴 청구권(제6호)
- 계속적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쌍무계약의 상대방이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개시 전까지 한 공급으로 생긴 청구권(제8호)
-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제8호의2)
나. 공익채권 주장 시 입증 사항
- 회생절차개시 이후 공급·용역 제공 사실
- 관리인의 요청 또는 승인 하에 이루어진 거래임을 입증하는 자료
- 회생절차 유지에 필수적인 거래였음을 뒷받침하는 사정
다. 실무상 쟁점
- 회생절차개시 전후의 거래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 개시 전 거래라도 법 제179조 제1항 제8호의2에 해당하면 공익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의 거래는 특히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합니다.
실무 조언: 공익채권 해당 여부는 사안별로 판단이 필요하므로, 가능성이 있다면 즉시 법률전문가와 상담하여 주장 근거를 준비해야 합니다.
6. 거래처 보유 재고·자재·장비에 대한 권리 검토
특히 제조업 협력사의 경우 다음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 소유권 유보 여부
- 계약상 대금 완제 시까지 소유권이 공급자에게 유보되어 있는지 확인
- 소유권 유보가 유효하게 성립되어 있다면, 해당 물건은 채무자의 재산이 아니므로 회수 가능
나. 점유 물건의 회수 가능성
- 거래처 공장·창고 내에 자사 소유의 재고, 원자재, 금형, 기계설비 등이 있는지 확인
- 목적물의 특정·식별이 가능한지 여부(소유권 입증을 위해 중요)
- 계약상 반환청구권, 선급금 회수권이 있는지 검토
다. 회수 시점의 중요성
- 회생절차개시결정 전: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가 상대적으로 용이
- 회생절차개시결정 후: 관리인의 동의 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할 수 있으며, 회생절차에 필수적인 재산의 경우 반환이 제한될 수 있음
실무 팁: 회생절차개시 전이라면 신속하게 소유권 확인 및 물건 회수를 추진하되, 개시결정 후라면 관리인과 협의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7. 거래 지속 여부 판단
회생기업과 계속 거래할지 여부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가. 거래 지속이 유리한 경우
- 거래처의 회생 가능성이 높고, 회생계획안이 실현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 회생절차개시 후 공급분이 공익채권으로 인정되어 전액 회수 가능한 경우
- 대체 거래처를 찾기 어렵거나, 기존 거래관계 유지가 사업상 중요한 경우
- 관리인 또는 법원의 요청이 있고, 공급 조건이 합리적인 경우
나. 거래 중단이 필요한 경우
- 회생 가능성이 낮고, 추가 손실 발생 우려가 큰 경우
- 거래 조건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되는 경우(가격 인하 압박, 결제조건 악화 등)
- 기존 채권 회수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규 채권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 법적으로 공급의무가 없고, 공급 중단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낮은 경우
다. 판단 시 고려사항
- 회생계획안의 내용 및 실현 가능성
- 기존 채권의 예상 회수율
- 신규 거래분의 공익채권 인정 가능성
- 거래 중단 시 손해배상 위험
- 대체 거래처 확보 가능성
실무 조언: 거래 지속 여부는 법률적 판단뿐 아니라 사업적 판단이 함께 필요하므로, 법률전문가 및 경영진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8. 채권자협의회 참여 검토
채권자협의회는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리인의 업무를 감독하는 기구입니다(법 제21조).
가. 채권자협의회의 역할
- 관리인의 업무 및 재산 관리·처분에 대한 의견 제시
- 회생계획안 작성 과정에서 채권자 의견 반영
- 관리인의 중요 행위에 대한 동의권 행사
- 회생절차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 접근
나. 참여 자격 및 방법
- 법원의 허가를 받아 구성되며, 주요 채권자(금융기관, 대규모 채권자 등)뿐 아니라 중소 채권자도 참여 가능
- 채권자협의회 구성 신청은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가 할 수 있음(법 제21조)
다. 참여의 실익
- 회생계획안 조정 과정에 영향력 행사 가능
- 채무자의 재산 상황, 영업 현황 등에 대한 정보 접근성 증가
- 배당 구조 및 변제 계획을 직접 파악하고 의견 제시 가능
실무 팁: 채권액이 크거나 다수의 채권자가 유사한 이해관계를 가진 경우, 채권자협의회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9. 회생계획안 분석
회생절차의 핵심은 회생계획안의 내용, 특히 채권자가 얼마를 변제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가. 회생계획안의 주요 검토 사항
1) 회생채권 변제율
- 회생채권자가 받게 될 변제 비율(예: 원금의 10%, 20% 등)
- 변제 기간 및 방법(일시 변제, 분할 변제 등)
- 변제 재원(영업이익, 자산 매각대금, 출자금 등)
2) 회생담보권 변제 방식
- 담보가치 평가 방법 및 금액
- 담보권자에 대한 변제 조건(변제율, 변제기 등)
- 담보목적물의 처분 계획
3) 출자전환 요구 여부
- 채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지
- 출자전환 시 주식 가치 평가 및 향후 회수 가능성
4) 회생계획의 실현 가능성
- 채무자의 영업 정상화 계획 및 수익성 회복 전망
- 자금조달 계획의 현실성
- 주요 채권자·투자자의 지원 약속 이행 가능성
나. 회생계획안에 대한 의결
- 회생계획안은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 주주 등 각 집단별로 의결됩니다(법 제237조).
- 채권자는 회생계획안에 찬성 또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의결 결과에 따라 회생계획안의 인가 여부가 결정됩니다.
다. 전문가 검토 필요성
회생계획안은 재무제표, 사업계획, 법률적 쟁점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전문가의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다음 사항은 법률전문가 및 회계사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 청산가치 보장 원칙 준수 여부(법 제217조)
- 변제 재원의 적정성 및 실현 가능성
- 채권자 간 형평성(법 제218조)
실무 조언: 회생계획안이 공개되면 즉시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분석을 받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10. 부인권 행사 및 형사 책임 검토
회생절차라고 해서 모든 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 부인권의 의의
부인권은 회생절차개시 전에 채무자가 회생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관리인이 그 행위의 효력을 부인하여 재산을 회생재단에 환원시키는 제도입니다(법 제100조 이하).
나. 부인 대상 행위
다음과 같은 행위는 부인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채무자가 회생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한 재산 처분 행위(법 제100조)
- 지급정지 등이 있은 후 특정 채권자에 대한 편파적 변제(법 제101조, 제102조)
- 무상행위 또는 현저히 불공정한 대가의 유상행위(법 제103조, 제104조)
-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일정 기간 내의 담보 제공(법 제101조, 제102조)
다. 형사 책임 검토
다음과 같은 경우 형사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 회생절차 직전 재산 은닉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 이전(사기죄, 배임죄)
- 채권자를 기망하여 대규모 물품 수령 후 대금 미지급(사기죄)
- 장부 조작, 허위 재무제표 작성(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 등)
- 회생절차 중 재산 은닉, 채권자 명부 허위 작성 등(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위반)
라. 실무상 대응
- 부인 대상 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관리인에게 부인권 행사를 요청하거나 법원에 부인권 행사를 명할 것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법 제106조).
- 형사 고소는 채권 회수를 위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는 채무자의 회생 가능성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 조언: 부인권 행사 및 형사 고소 여부는 법률전문가와 긴밀히 협의하여 결정해야 하며,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론
거래처의 회생절차는 채권자에게 큰 위기이지만, 적절히 대응하면 채권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10가지 핵심 사항을 체크리스트로 활용하여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다음 사항은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회생절차개시신청과 개시결정은 법적 효과가 전혀 다르므로, 현재 단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 채권신고 기한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 공익채권 해당 여부를 반드시 검토하여 전액 회수 가능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담보권이 있다면 그 유효성을 즉시 확인하고, 없다면 개시결정 전에 긴급 조치를 검토해야 합니다.
- 회생계획안은 전문가의 분석을 받아 의결권을 전략적으로 행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