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는 대개 이런 조항이 들어갑니다.
“공급자는 목적물 인도일로부터 1년간 하자보수 책임을 부담한다.”
“하자보수기간은 준공검사 완료일로부터 2년으로 한다.”
“보증기간 만료 후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담당자들은 이 기간이 지나면 안도합니다. “이제 하자보수기간이 끝났으니 법적 책임도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실제로 문제 되는 하자 분쟁은 오히려 하자보수기간이 지난 뒤에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비는 인도 후 한참 지나서 멈추고, 시스템은 운영 단계에서 오류가 드러나고, 납품 제품은 고객사 라인에 투입된 뒤 불량이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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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자보수기간의 법적 성격: ‘책임 종료 기간’이 아니라 ‘하자 발생 기간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계약서나 법령에서 정한 하자보수기간(하자담보책임기간)이 법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입니다.
많은 담당자들이 이 기간을 “이 기간 동안만 책임을 진다”는 책임 존속 기간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확립된 판례의 입장은 다릅니다.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은 일관되게,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에서 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은 “그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수급인이 책임을 진다”는 하자 발생 기간을 의미할 뿐, 그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제척기간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
즉, 이 기간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면 → 그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이 성립하고, 이후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책임이 존속합니다.
-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 담보책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 기간이 지난 후에 하자보수를 청구하더라도 → 하자가 기간 내에 발생한 것이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한 여전히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에서는 일정한 기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그 기간 내에 하자보수를 요구하여야 한다거나 그 기간 동안 담보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하자담보책임기간은 제척기간이 아닌 하자발생기간이라 봄이 타당하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역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에서 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의 법적 성격을 하자발생기간으로 보고, 위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면 하자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할 때까지 수급인이 하자담보책임을 진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구 공동주택관리법 제37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체의 하자담보책임기간 역시 하자발생기간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하자보수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핵심은 하자가 언제 발생했는가입니다.
하자보수기간 만료 후에 하자가 발견되거나 청구가 이루어졌더라도, 그 하자가 기간 내에 이미 발생한 것이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한 책임은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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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자 발생 시점의 입증 문제: 누가 증명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하자가 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누가 증명해야 할까요?
원칙적으로는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는 측, 즉 도급인(발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하자가 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하였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건물 하자 사건에서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권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실상 추정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건축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존재하는 개개의 하자를 일일이 특정하여 그 발생 시기를 입증하도록 한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보수책임기간을 명백히 경과한 하자를 제외하고 그 하자는 모두 해당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것으로 추인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보수를 요청한 하자뿐만 아니라 이와 동종 또는 유사한 하자 역시 모두 그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하였던 것으로 추인함이 타당하며, 그 중 일부 하자에 관하여 현실적으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지난 뒤에 보수를 청구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하였습니다.
수목 고사(枯死)와 같이 서서히 진행되는 하자의 경우, 법원은 “통상 수목의 고사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그 진행 정도가 미미한 초기 단계에는 이를 알아차리기 어려우며, 고사가 상당히 진행되어 심각한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외견상 식별 가능하게 되므로, 감정인이 하자담보책임기간 경과 후 약 10개월이 지나서야 최초로 현장조사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하자담보책임기간 경과 전에 발생한 하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공급자·수급인 입장에서는 하자가 담보책임기간 이후에 발생하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간이 지났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의 발생 원인, 발생 시점, 사용자의 관리 소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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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약정 담보책임기간이 법령상 기간보다 짧은 경우
계약서에 “하자보수기간은 1년”이라고 정해 놓았는데,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 4에서 해당 공종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2년 또는 3년으로 정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3항은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관하여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르도록 하면서, 도급계약에서 특별히 따로 정할 수 있는 경우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3항). 법원은 계약상 기간이 법령상 명시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령상 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서에 짧은 하자보수기간을 정해 두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기간이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법령에서 정한 최소 기간보다 짧게 약정한 경우, 법령상 기간이 우선 적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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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숨은 하자와 고지 의무: 민법 제672조의 유추적용
계약서상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명시적으로 약정되어 있고, 그 기간이 이미 경과한 경우라도 책임을 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수급인이 하자를 알고도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수급인이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하여 외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하자가 존재하고, 그로 인한 손해가 약정 담보책임기간 경과 후에 발생한 사안에서, “수급인이 그와 같은 시공상의 하자를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이상, 약정담보책임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인의 담보책임이 면제된다고 보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이 경우 민법 제672조를 유추적용하여 수급인은 그 하자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민법 제672조는 수급인이 담보책임이 없음을 약정한 경우에도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약정 담보책임기간 경과의 경우에도 유추적용한 것입니다.
반면, 하자가 외부에서 쉽게 발견 가능하고, 수급인이 하자를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손해가 약정 기간 이전에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제672조 유추적용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즉, 공급자·수급인이 시공 또는 납품 당시 하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 약정 하자보수기간이 경과하였더라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외부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적·잠재적 하자일수록 이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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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자보수보증보험: 보증기간 만료 후에도 보증책임이 살아 있다
건설 공사에서는 수급인이 보증보험사와 하자보수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도급인(발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피보험자가 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이때 보증보험증권에는 보험기간이 명시되어 있고, 그 기간은 통상 주계약의 하자담보책임기간과 동일하게 설정됩니다.
보증보험사는 종종 “보험기간이 만료되었으므로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증보험증권에 보험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보험사고가 그 기간 내에 발생한 때에 한하여 보험자가 보험계약상의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증보험계약의 목적이 주계약의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의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기간을 주계약의 하자담보책임기간과 동일하게 정한 경우 특단의 사정이 없으면 위 보증보험계약은 그 계약의 보험기간, 즉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는 비록 보험기간이 종료된 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로서 책임을 지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 이유로 법원은 다음을 들고 있습니다. ① 하자보증보험의 보험사고는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수청구를 하였는데도 채무를 불이행하는 것이므로, 보험기간이 하자담보책임기간보다 길어야 보증보험계약의 목적에 부합합니다. ② 통상적으로 건물의 하자는 발생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확인이 가능하고, 보험기간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발생한 하자에 관하여 보험기간 내에 보수청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즉, 피보험자(발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등) 입장에서는 보증보험사가 보험기간 만료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더라도, 하자가 보험기간(=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것이라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보증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기간 만료 후에도 보증책임이 존속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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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하자보수보증금 채권의 소멸시효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였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67조 제4항(및 이를 준용하는 각 법률)에 따르면, 하자보수보증금 채권은 보증기간 만료일로부터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한편, 하자보수보증보험에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 즉 수급인이 하자보수 요청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시점부터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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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조물책임: 계약 관계 없이도 성립하는 별도의 책임
계약서상 하자보수기간이 만료되었더라도,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 또는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이라는 별도의 법적 책임이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물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제조자는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내지 하자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는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책임은 계약 당사자 사이의 약정 하자보수기간과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제조물 책임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① 제조물을 공급받은 후 그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 ② 손해가 발생한 사실, ③ 위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면 제조업자의 고의·과실을 묻지 않고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책임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제조물을 공급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즉, 제조·납품 기업은 계약서상 하자보수기간이 만료되었더라도, 자사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신체·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제조물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계약 상대방이 아닌 최종 소비자나 제3자로부터의 청구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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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실무에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하자보수기간 만료를 이유로 책임을 주장하거나 방어할 때, 다음 사항을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 확인 사항 | 핵심 질문 |
|---|---|
| 하자 발생 시점 | 하자가 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하였는가? |
| 법령상 최소 기간 | 약정 기간이 법령상 최소 기간보다 짧지 않은가? |
| 숨은 하자·고지 의무 | 공급자가 하자를 알고도 고지하지 않았는가? |
| 보증보험 책임 | 보험기간과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동일하게 설정되어 있는가? |
| 소멸시효 | 보증기간 만료일로부터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는가? |
| 제조물책임 | 제품 결함으로 인한 신체·재산 손해가 발생하였는가? |
‘하자보수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 담당자와 법무팀 모두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하자보수기간 만료 전후의 대응 전략을 미리 수립해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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