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법인(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이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사를 만들면 보통 실제로 사무실을 열고, 직원을 뽑고, 사업을 하죠. 그런데 서류상으로만 회사를 만들고 실제로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회사를 ‘유령법인’ 또는 ‘페이퍼컴퍼니‘라고 합니다.
이 유령법인을 이용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그 돈으로 부동산까지 사는 수법이 있는데요. 얼핏 “회사 이름으로 대출받은 거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과정 하나하나가 전부 심각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단계: 유령법인 설립 — 등기부에 허위 정보를 올리기
유령법인 설립 등기 관련 범죄 성립
회사를 설립하려면 자본금을 실제로 납입하고, 사무실 주소도 있어야 하고, 실제로 운영할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유령법인 설립자는 이 모든 걸 가짜로 꾸밉니다.
- 자본금은 실제로 납입하지 않고 잔고증명서만 잠깐 만들어 제출
- 실제 사무실은 없으면서 주소만 적어 냄
- 처음부터 회사를 운영할 생각 자체가 없음
이렇게 해서 등기소 공무원을 속여 법인등기부에 허위 내용을 입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범죄인가?
이 행위는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죄에 해당합니다. 쉽게 말해 “국가 공식 기록에 거짓 정보를 집어넣은 죄“입니다.
아래는 처음부터 대출용 통장 만들 목적으로 법인을 세운 피고인에게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죄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죄를 선고한 판례입니다.
“법인을 설립한 후 그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 성명불상자에게 넘겨주고 대출을 받으려는 생각이었을 뿐 법인을 실제로 운영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정관, 주주명부, 사무실 임대차계약서 등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서 피고인을 사내이사로 하는 ‘주식회사 E’의 설립등기를 신청하여 같은 날 그 사실을 모르는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공전자기록인 법인등기 전산정보시스템의 법인등기부에 위와 같은 등기사항을 입력하게 하였다.” — 대구지방법원 2019. 1. 11. 선고 2018고단2491 판결
2단계: 유령법인 명의로 대출 신청 — 은행을 속이는 행위
등기부등본을 허위로 꾸민 후에는 유령법인의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부등본, 법인 인감증명서 등을 은행에 제출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서류상 멀쩡한 법인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가짜 법인입니다. 이렇게 속여서 대출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어떤 범죄가 성립하나?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출은 금융기관이나 정책자금 기관이 “이 법인은 실제 사업을 하고 있고, 지원대상이며, 제출서류와 자금사용계획이 진실하다”는 전제에서 실행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업 실체가 없고, 처음부터 부동산 취득이나 자금 유용이 목적이었다면, 대출 심사기관을 속여 돈을 교부받은 것이므로 형법상 사기 문제가 바로 생깁니다.
즉, “개인으로는 이 대출이 안 나오니, 사업하는 법인처럼 꾸며서 법인대출을 받자”는 발상 자체가 이미 위험합니다. 은행이나 정책자금 기관은 대출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사업하는 법인’이라는 점을 믿고 돈을 내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어차피 갚을 생각은 있었다”거나 “부동산 값이 오르면 상환 가능했다”는 변명은 보통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사기죄는 돈을 실제로 돌려줬는지보다 받을 당시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거짓말했는지가 핵심입니다.
또한 대출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일반 사기죄보다 훨씬 무거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처벌이 훨씬 강해집니다.
판례도 이렇게 유령법인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사기죄를 인정합니다.
“B, C은 신용도가 낮아 대출 실행이 불가능한 사람을 모집하여 위 사람을 대표이사로 하여 실체가 없는 이른바 ‘유령법인'(페이퍼컴퍼니)을 설립하고 위 유령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한 다음 그 계좌에서 대표이사로 모집된 사람의 명의 계좌로 급여가 지급된 것처럼 금융거래내역을 만들고 이를 금융기관에게 제출하여 이에 속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표이사로 모집된 사람의 명의로 신용대출을 받아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24. 10. 29. 선고 2024고단236 판결
또한 법인 지원 대출 과정에서는 보통 사업계획서, 재무자료, 임대차계약서, 세금자료, 매출자료, 거래처 계약서, 공사계약서, 견적서, 자금사용계획서 등이 들어갑니다. 이 중 일부라도 허위로 만들거나 내용을 조작해 제출하면 사문서위조·행사, 경우에 따라 사기가 함께 문제 됩니다.
3단계: 법인 명의 계좌 개설 — 은행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대출금을 받으려면 법인 명의 통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유령법인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정상 법인인 척 속이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어떤 범죄가 성립하는가?
이부분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어떤점이 은행의 “업무”를 “방해”한 것일까요? 판례는 아래와 같이 판시합니다.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당해 계좌가 전자금융사기범죄 등에 사용되게 되면 은행으로서는 과실 여부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므로 당해 법인이 정상적인 법인인지 여부 등은 은행의 계좌개설 업무에 있어 중요한 확인 사항이고…”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2. 5. 18. 선고 2020고단2639 판결
즉, 은행은 정상 법인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속인 것은 은행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합니다.
국가(공공기관)을 속인 행위에 대한 처벌
또한 이러한 행위는 정책자금·공적 지원자금 부정수급 문제와도 엮여 있습니다.
유령법인의 “법인 지원 대출”은 일반 시중은행 대출이 아니라, 창업지원자금·중소기업 정책자금·지방자치단체 지원·보조금 성격이 섞인 자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금은 애초에 지원대상, 목적, 용도가 엄격히 정해져 있고,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을 받으면 지원 취소, 전액 환수, 추가 제재, 형사처벌이 문제 됩니다. 중소기업 창업지원 제도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확인을 받으면 취소될 수 있고, 보조금은 허위·부정 신청으로 교부받은 경우 처벌 대상이 됩니다.
세법상 문제
유령법인을 이용해 취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증여세, 배당소득세 등을 회피하거나 왜곡하면, 단순 신고오류가 아니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 문제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법인 자산을 대표자가 사적으로 쓰거나, 법인 자금을 개인에게 우회 이전하면서 회계처리를 조작하면 세무상 매우 리스크가 큽니다.
예를 들어, 법인 돈으로 산 부동산을 대표자가 자기 집처럼 쓰면서 임대료도 안 내고, 회계장부상으로는 정상 사업용 자산처럼 처리하면, 세무상으로는 가지급금, 상여, 배당, 부당행위계산 부인 등이 검토될 여지가 있습니다. 질문의 구조는 대체로 조세 리스크까지 동반합니다.
실무상 유의사항
실무적으로 수사기관이 특히 보는 포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법인에 실체가 있었는지
사무실, 직원, 거래처, 실제 매출, 세금신고, 사업수행 흔적이 있는지 봅니다. 실질적인 실체나 운영의 증거가 없으면 유령법인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 대출 심사 때 무엇을 숨겼는지
실제 사업계획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했는지, 매출·계약서를 부풀렸는지, 개인 목적 부동산 취득임을 숨겼는지가 중요한 판단기준입니다.
3. 돈이 실제로 어디로 들어갔는지
대출금이 법인 사업에 쓰였는지, 곧바로 부동산 계약금·잔금·대표자 개인 채무 변제·가족 계좌로 갔는지 봅니다. 자금흐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4. 부동산을 누가 실제로 사용·지배했는지
법인 사업장인지, 사실상 대표자 개인 주거·투자자산인지가 중요합니다. 후자에 가까울수록 위법성은 커집니다.
정리.
개인이 정상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실제 사업을 하면서, 적법한 기업대출을 받아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 자체는 당연히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질문처럼 “유령법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실질 사업이 없거나, 사업 의사·능력이 없거나, 대출요건을 맞춘 것처럼 허위 외관만 만든 뒤, 기업지원 자금을 끌어와 사실상 개인 목적의 부동산 취득에 쓰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법인이 껍데기일 뿐이어서 법인격이 보호막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법을 몰랐다”는 것은 면책사유가 되지 않습니다.나도 모르게 범죄의 주범이 되고 있는지, 범죄의 한 부분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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