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유통·OEM·총판·수출 구조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거래처를 연결해줬는데 뒤에서 직접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OEM 공장이 최종 고객과 바로 붙었습니다.”
“해외 바이어 정보를 넘겨줬는데, 나중에는 우리를 빼고 계약했습니다.”
실무에서는 흔히 이를 “거래처를 뺏겼다”, “직거래를 탔다”고 표현합니다.
이경우 법적으로는 단순히 직거래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과 민법은 기본적으로 영업의 자유와 계약 자유를 인정합니다. 따라서 직거래를 제한하려면 계약 구조·조항 문언·거래 경위·보호 필요성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직거래 금지조항의 유효성, 계약 종료 후 효력, 손해배상 문제, 그리고 실제 계약서 작성 시 주의할 사항까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직거래 금지조항이란 무엇인가
가. 개념과 기능
직거래 금지조항이란, 계약 당사자 일방(주로 협력업체·수급인·OEM 공장 등)이 상대방(주로 발주사·브랜드사·유통사 등)의 거래처 또는 최종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약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 중간 사업자의 영업 기회 보호
- 거래 관계에서 형성된 고객 정보·네트워크의 유출 방지
- 계속적 거래관계의 안정성 확보
나. 조항 예시
실무에서는 아래와 같은 조항이 자주 쓰입니다.
“을은 갑과 계약을 맺은 회사와는 갑의 동의 없이 직거래를 할 수 없다.”
2. 직거래 금지조항의 유효성 — 어디까지 인정되는가
가. 원칙: 계약자유의 원칙상 유효
직거래 금지조항은 원칙적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유효합니다.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합의한 이상, 법원은 이를 존중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화장품 납품계약에서 “갑과 계약을 맺은 회사와는 갑의 동의 없이 을이 직거래를 할 수 없다”는 특약조항에 대해, 이를 사적자치의 지나친 위반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유효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나. 한계: 계약 종료 후에도 적용되는가
그러나 직거래 금지조항의 적용 범위에 관해서는 법원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동일한 화장품 납품계약 사건에서, 직거래 금지조항의 적용 대상이 “현재 피고와 유효한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에 한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① 조항 문언에 충실한 해석상 현재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를 의미한다.
② 계약관계가 종료된 이후에도 무조건 피고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원고의 영업활동에 지나친 제약이 된다.
③ 이미 계약관계가 종료된 회사와 새로운 거래관계를 맺는다고 하여 피고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계약 종료 후 거래처와의 직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계약 해석의 문제이므로, 조항의 문언과 계약 체결 경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 계약 위반 해지 후 직거래의 경우
주의할 점은, 계약을 위반하여 해지한 경우에는 다릅니다. 위 의정부지방법원 판결에서는 원고가 해지 최고기간을 지키지 않고 임의로 계약을 해지한 후 직거래를 시작한 사안에서, 이를 직거래 금지조항 위반에 해당하는 채무불이행으로 인정하였습니다.
3. 직거래 금지조항 위반의 법적 효과
가.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
직거래 금지조항을 위반한 경우, 상대방은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90조).
다만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다음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① 직거래 금지조항 위반(채무불이행)
② 손해의 발생
③ 위반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특히 ③ 상당인과관계가 실무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됩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설령 직거래 금지조항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원고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피고의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직거래 금지조항 위반이 단순한 계약 위반을 넘어, 상대방과 공모하여 기망하는 등 고의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들이 공모하여 원고의 직거래 요청을 차단하고 허위 견적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중간 유통업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사안에서,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다. 손해액 산정의 문제
손해액 산정은 실무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 사건에서, 원고가 직거래를 하였을 경우 적용되었을 제품 판매가격(매입가격에 40% 마진을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였습니다. 법원은 중간 유통업체가 취한 마진 전부가 손해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직거래 시 적용되었을 합리적인 마진율을 기준으로 손해를 계산하였습니다.
또한 총판계약 위반으로 협력업체가 거래처와 직접 거래한 사안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영업 기회를 박탈당하는 손해를 입었음은 인정하면서도, 권리금 전부가 손해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손해액을 제한하였습니다.
4. 유형별 분석
가. OEM 공장이 브랜드사를 우회하는 경우
OEM 납품계약에서 제조사(OEM 공장)가 발주사(브랜드사)의 거래처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 직거래 금지조항 위반이 문제됩니다.
핵심 쟁점은 직거래 금지의 대상이 현재 계약관계에 있는 거래처인지, 과거 거래처까지 포함하는지입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은 원칙적으로 현재 유효한 계약관계에 있는 거래처로 한정하여 해석합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계약 종료 후 일정 기간 동안도 직거래를 금지한다”는 명시적 조항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단, 지나치게 장기의 기간을 설정하거나 영구적으로 설정할 경우 법원이 이를 영업의 자유 제한 등으로 제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 유통사·총판이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
총판계약에서 제조사(공급자)가 총판을 배제하고 총판의 거래처와 직접 거래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총판계약에 따른 피고의 의무를 위반한 채무불이행으로 인정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대리점계약에서 제조사가 직접 납품하는 업체에 대한 거래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대리점의 의무만 규정하고 있는 경우, 법원은 제조사에게 독점 판매권을 부여하여 직접 판매를 금지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 협력업체가 프로젝트 수행 중 알게 된 고객사를 직접 접촉하는 경우
이 경우에는 직거래 금지조항 위반 외에도 영업비밀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 문제가 함께 제기될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납품계약에서 얻은 성분표 등 정보를 이용하여 거래처와 직거래한 사안에서,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별도로 검토하였습니다.
5. 계약 종료 후 직거래 금지 — 경업금지약정과의 관계
직거래 금지조항이 계약 종료 후에도 적용되는 경우, 이는 사실상 경업금지약정과 유사한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계약 종료 후 직거래 금지의 기간·지역·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6. 계약조항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가. 직거래 금지조항 설계 시 핵심 체크리스트
법원의 해석 경향을 고려할 때, 직거래 금지조항은 다음 사항을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1) 금지 대상의 명확화
- “현재 계약관계에 있는 거래처”만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과거거래처”까지 포함할 것인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 법원은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하므로, 과거 거래처까지 포함하려면 명시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2) 계약 종료 후 적용 기간 명시
- 계약 종료 후에도 직거래를 금지하려면, “계약 종료 후 ○년간”이라는 기간을 명시해야 합니다.
- 기간이 지나치게 길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통상 1~3년 범위에서 설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위반 시 제재 조항
- 위반 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을 두면 손해 입증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다만 위약금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4) 직거래 허용 예외 규정
- 공급자의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 또는 공급자가 공급을 일정 기간 이상 지체하는 경우 등 예외 사유를 명시하면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나. 위반 발생 시 대응 전략
1) 증거 확보
직거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이메일, 계약서 등)를 신속히 확보해야 합니다.
2) 손해액 산정 준비
손해액은 ‘직거래가 없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이행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법원은 이를 엄격하게 요구하므로, 과거 거래 실적, 마진율, 예상 매출 등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3) 가처분 신청 검토
직거래가 현재 진행 중이라면, 본안 소송 전에 직거래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을 검토해야 합니다. 이는 손해의 확대를 막는 데 효과적입니다.
직거래 금지조항은 계약서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가집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금지 대상·기간·위반 시 제재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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