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사기에서 “부동산 신탁(신탁등기)”을 악용한 수법이 늘고 있는데, 핵심은 “실질 소유권이 신탁회사·은행에 있고, 임대인은 법적 권한이 없는데도 마치 자신이 집주인인 것처럼 전세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편취한다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1. 신탁 부동산이란?
신탁이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처분·운용·개발 등 신탁 목적 달성을 위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입니다 (신탁법 제2조).
즉, 신탁은 쉽게 말해, 재산을 맡긴 사람이 믿고 맡긴 상대방이 그 재산을 대신 관리·운용해서 정해진 사람이나 목적을 위해 쓰도록 하는 법적 약정입니다.
부동산 신탁에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서도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주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가지되, 신탁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계약에 정해진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하여야 하는 제한을 부담할 뿐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014. 08. 21 선고 2013나59298 판결).
따라서 등기부상 소유자는 신탁회사(수탁자)이고, 위탁자(집주인)는 신탁계약의 범위 내에서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2. 전세사기로 악용되는 주요 수법
가. 신탁회사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수법
신탁계약에는 통상 “위탁자는 수탁자(및 우선수익자)의 사전 동의 없이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 등 권리설정 행위를 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포함됩니다. 이를 위반하여 위탁자가 임의로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수탁자에게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3. 11. 22. 선고 2023가단107466 판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1. 06. 29 선고 2020가단65164 판결).
이 경우 신탁회사가 공매·처분 절차를 진행하면 임차인은 임대차의 효력을 신탁회사에 주장하지 못하고, 불법점유자로 취급되어 강제퇴거를 당하거나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신탁원부에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를 얻어 임대차를 할 권한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실제로 수탁자의 동의를 받아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대항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이 경우 수탁자는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됩니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1. 02. 05 선고 2020가단37153 판결).
쉽게 말하면, 신탁된 부동산은 보통 집주인이 마음대로 임대를 줄 수 없고, 반드시 신탁회사 등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동의 없이 임대차계약을 맺으면, 세입자는 그 계약을 신탁회사에 주장할 수 없어 집에서 쫓겨나거나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다만 신탁원부에 임대 권한이 적혀 있고 실제로 동의를 받아 계약한 경우에는, 세입자의 권리가 인정되어 신탁회사가 집주인 지위를 이어받게 됩니다.
나. “보증금을 주면 신탁등기를 말소해 주겠다”는 기망 수법
신탁등기·대규모 대출이 설정되어 있어 사실상 말소가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위탁자가 “보증금을 먼저 주면 대출을 갚고 신탁등기를 말소해 주겠다”고 속이는 유형입니다.
이는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재산적 거래관계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지하였다면 상대방이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내용 또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계약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16 선고 2015가합571948 판결).
신탁등기 사실 및 말소 불가능성을 숨기고 보증금을 수령한 행위는 이러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여 사기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15. 09. 10 선고 2014고단667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09. 27 선고 2012고단7248 판결).
이 경우 신탁회사가 공매·압류 절차에 들어가면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하고 강제퇴거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다. 담보신탁 상태에서 전세분양 형태로 보증금을 편취하는 수법
건물 전체를 신탁회사에 담보로 넘겨 놓은 상태에서 개별 세대를 전세분양 형식으로 내놓는 사례입니다. 신탁사 동의 없이 분양·전세계약을 체결하면, 해당계약은 무효이므로, 공매나 압류가 진행될 때 임차인의 전세권·확정일자도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담보신탁의 경우 처분대금의 정산 순서는 통상 ① 신탁계약 관련 비용 및 보수, ② 신탁등기 전 소액임대차보증금, ③ 신탁등기 전 임대차보증금·근저당권·전세권 등의 피담보채권, ④ 수탁자에게 반환의무 있는 임대차보증금 중 ②·③에 해당하지 않는 것, ⑤ 우선수익자의 채권 순서로 규정됩니다.따라서 신탁등기 이후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보증금은 우선수익자(금융기관)의 채권보다 후순위가 되어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라. 허위 전세계약서를 이용한 전세자금대출 사기 수법
위탁자가 실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 없이 임차인과 짜고 허위의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금융기관에 제출하여 전세자금대출을 편취하는 수법도 있습니다. 이 경우 허위 전세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 26. 선고 2022가단538967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0. 19. 선고 2021가단5114597 판결), 이를 근거로 한 대출약정은 기망에 의한 것으로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 06. 18 선고 2015고단404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28 선고 2014고단10226-3 판결).
쉽게 말하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실제로는 임대할 생각도 없으면서 짜고 가짜 전세계약서를 만들어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계약은 서로 속이기로 하고 만든 것이어서 법적으로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무효 계약입니다. 그리고 그걸로 대출을 받으면 은행을 속인 것이 되므로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3. 피해가 늘어나는 현실
가. 신탁등기에 대한 인식 부족
일반인은 계약 상대방이 그대로 소유자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여, 신탁등기된 집이라는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탁등기 유무는 등기부등본 및 신탁원부를 확인하면 알 수 있으나, 중개업자나 집주인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숨기기도 합니다.
나.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
공인중개사는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 임차인에게 신탁등기 사실, 수탁자의 동의 여부, 보증금 보호의 위험성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 공인중개사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9. 선고 2022나3799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6. 06. 15 선고 2015가단17421 판결).
4. 계약 전 실무적 주의사항
가. 등기부등본 및 신탁원부 확인
반드시 등기부등본(소유권란, 근저당권란, 신탁등기란 등)을 확인하고, “신탁”이 기재되어 있으면 즉시 경계해야 합니다. 신탁원부는 등기부의 일부로 해석되므로 등기소에서 열람·발급이 가능하며, 신탁계약의 내용(임대차 허용 여부, 수탁자 동의 요건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또한 일반적인 근저당권의 경우, 채무의 내용이 부동산 등기부 “을구”에 적혀있으나, 신탁부동산의 담보대출 내역은 신탁원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반드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나. 임대차계약 상대방 확인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 임대차계약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수탁자(신탁회사)이어야 합니다. 위탁자(집주인)와 계약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수탁자의 사전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동의서 등 관련 서류를 수령해야 합니다.
다. “신탁등기 말소” 약속에 대한 주의
“보증금을 먼저 주면 신탁등기를 말소해 주겠다”는 말에는 현금·보증금을 먼저 지급하지 말고, 신탁회사의 동의서·말소 예정 확인서 등 서류를 먼저 요구해야 합니다. 신탁등기 말소 전에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라.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 확인
신탁등기된 주택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5. 이미 입주한 경우의 법적 대응
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임차권을 등기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임차권등기가 마쳐지면 이후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다만, 신탁등기 이후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경우 공매 절차에서 임차권의 보호 순위가 낮을 수 있으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전세나 월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서 권리를 등기에 올려둘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이사를 가더라도 내 보증금에 대한 권리(대항력·우선변제권)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신탁이 설정된 뒤에 맺은 임대차라면, 경매나 공매에서 보증금을 돌려받는 순위가 밀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나. 전세보증금반환소송
임대차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 경우, 임대인(위탁자 또는 수탁자)을 상대로 전세보증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 형사고소 (사기죄)
신탁등기 사실을 숨기고 보증금을 편취한 위탁자에 대하여 형법상 사기죄로 형사고소가 가능합니다. 사기죄는 기망행위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재물을 교부받는 경우에 성립하며, 신탁등기 사실의 불고지도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74. 3. 12. 선고 74도164 판결).
라. 공인중개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공인중개사가 신탁등기 사실 및 그에 따른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 공인중개사 및 공인중개사협회(공제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16. 06. 15 선고 2015가단17421 판결).
마.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따른 지원 활용
「전세사기피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된 경우, 다음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전세사기피해주택이 공매되는 경우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21조, 제22조)
-> 즉,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집이 공매로 넘어가더라도, 피해자는 그 집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조건이 같다면 외부 매수자보다 먼저 해당 주택을 취득할 기회를 보장받는 것입니다. 이는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상의 권리입니다. - 공공주택사업자의 전세사기피해주택 매입 후 최장 10년간 거주 가능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25조)
- 임차권 보호를 위한 등기신청수수료 면제 (등기사항증명서 등 수수료규칙 제7조의3)
- 취득세 등 지방세 감면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6조의4)
- 법률상담 지원, 금융지원, 주거지원 등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4조)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피해자 결정 신청을 하여 위 지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전세사기에서는 신탁등기된 집을 악용하는 수법이 늘고 있으니, 계약 전 반드시 등기부등본과 신탁원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신탁등기가 되어 있다면 임대인의 말만 믿고 보증금을 먼저 내지 말고, 신탁회사의 동의 유무와 말소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입주한 경우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법적 대응을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