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제작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고객이 상담을 진행하고,
사이즈·색상·재질까지 모두 정한 뒤 계약금 일부를 지급합니다.
업체는 그에 맞춰 자재를 발주하고 제작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막상 제작이 거의 끝날 무렵, 갑자기 연락이 끊기거나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사 계획이 취소됐어요.”
“그냥 계약 안 하겠습니다.”
문제는 맞춤제작 가구의 경우 이미 제작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는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판매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제작업체는 이미 만든 가구 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문제는 맞춤제작 제품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맞춤제작 가구 판매계약의 법적성질
일반적인 가구 판매는 이미 완성된 제품을 구매자가 선택하여 구입하는 매매계약의 성격을 가집니다.
반면 맞춤제작 가구는 구매자의 주문에 따라 특정 규격·디자인·재질로 제작하는 것으로, 법적으로는 제작물 공급계약에 해당합니다.
제작물 공급계약이란 당사자 일방(제작자)이 상대방(주문자)의 주문에 따라 전적으로 또는 주로 자기의 재료를 사용하여 제작한 물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입니다.
이 제작물 공급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해 판례는, 제작물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고, 부대체물인 경우에는 도급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봅니다.
맞춤제작 가구는 특정 공간의 치수, 구매자의 요구 사양에 맞추어 제작되는 것이므로 부대체물에 해당하여 도급계약의 법리가 적용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도급계약에서는 수급인(제작업체)이 일을 완성하면 도급인(구매자)은 그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생기고, 구매자가 일방적으로 인수를 거부하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2. 계약 후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경우 대응
맞춤제작 가구 분쟁에서 가장 흔한 패턴 중 하나가 바로 구매자의 연락두절입니다. 처음에는 견적을 받고 계약금을 지급하거나 구두로 주문을 확정한 뒤, 제작이 진행되는 도중 또는 완성 후 인수 단계에서 갑자기 연락이 끊기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업체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 이미 재료비, 인건비 등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 상태
- 맞춤제작 특성상 해당 가구를 다른 곳에 판매하기 어려움
- 구매자가 연락을 받지 않으므로 이행 최고나 계약 해제 통보도 어려움
이 경우 제작업체는 내용증명 우편 등을 통해 구매자에게 인수 및 대금 지급을 최고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락두절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는 구매자의 수령 거절 또는 수령 불능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제작업체의 채권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3. 제작이 시작되면 계약은 어디까지 성립한 걸까
계약의 성립 여부는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구매자 측에서는 “정식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 “견적만 받아본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두 합의, 문자·카카오톡 메시지, 견적서 확인, 계약금 지급 등의 행위가 있다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원고가 피고에게 가구 제작·설치에 관한 견적서를 교부하고 피고 측 직원이 이를 확인·서명한 사실, 피고가 다른 호점의 가구 대금을 지급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가구 제작·설치에 관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제작업체가 구매자의 의뢰를 받아 실제로 가구 제작에 착수하였다면, 이는 계약이 성립하였음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사정이 됩니다. 특히 구매자가 견본품 제작을 요청하고 그 비용을 직접 지급하거나, 발주서에 발주처와 수주처가 명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계약 당사자 관계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4. 구매자가 “안 산다”고 하면 무조건 계약해제가 될까
구매자가 “마음이 바뀌었다”, “필요 없어졌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려는 경우, 이것이 적법한 계약해제가 되는지 문제됩니다.
가. 법정해제권의 요건
민법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법정해제권은 채무자(제작업체)의 채무불이행이 있어야 발생합니다 (민법 제390조).
제작업체가 정상적으로 제작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매자가 일방적으로 “안 산다”고 하는 것은 법정해제권의 행사가 아닙니다.
나. 부수적 의무 불이행과 해제
설령 제작업체 측에 일부 의무 불이행이 있더라도, 그것이 부수적 의무의 불이행에 불과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상물 제작공급계약(도급의 일종)에서 수급인이 내부적인 문제로 시사회를 준비하지 못한 경우, 이는 주된 채무 이행 과정에서의 부수된 절차적 의무의 불이행에 불과하므로 도급인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5. 제작업체는 이미 제작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
제작업체가 가구를 완성하여 인도 준비를 마쳤음에도 구매자가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제작업체는 약정된 대금 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선금이 지급된 경우, 구매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었다면 제작업체는 이미 투입된 비용을 선금에서 공제하고 잔액이 있는 경우에만 반환하면 됩니다. 반대로 투입 비용이 선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추가 청구도 가능합니다.
6. 제작업체가 실제로 입증해야 하는 부분
소송 또는 분쟁 해결 과정에서 제작업체가 입증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계약의 성립
- 구매자와 사이에 맞춤제작 가구에 관한 계약이 성립하였다는 사실
- 계약의 내용(품목, 규격, 대금, 납기 등)
- 입증 수단: 견적서, 계약서, 문자·카카오톡 메시지, 계약금 입금 내역, 발주서 등
나. 이행 사실
- 제작업체가 계약에 따라 가구를 제작하였다는 사실
- 완성 또는 기성고 비율
- 입증 수단: 제작 사진, 재료 구입 영수증, 작업 일지, 납품 준비 사실 등
다. 구매자의 귀책사유
- 구매자가 인수를 거부하거나 연락을 두절하였다는 사실
- 입증 수단: 인수 거부 문자, 연락 시도 기록, 내용증명 발송 내역 등
라. 손해의 범위
- 재료비, 인건비, 기타 제작 비용
- 입증 수단: 재료 구입 영수증, 외주 비용 계산서, 인건비 지급 내역 등
맞춤제작 가구는 일반적인 기성품 판매와 다르게, 제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업체 측 비용과 위험이 빠르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고객의 단순변심이나 연락두절이 있었다고 해서 항상 아무 책임 없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업체 측 역시 “맞춤제작이니까 무조건 전액 배상받는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실제 계약 내용, 제작 진행 정도, 증거자료, 재판매 가능성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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